흑산

NZ코리아포스트 | 뉴질랜드 | 2017.06.28. 08:51

(뉴질랜드=코리아포스트)  초창기에 종교의 탄압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존재한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이기까지는 고난의 세월을 보내고 공인(公認) 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을 필요로 한다. 

 

현재 서방세계를 지배하는 기독교 역시 초기에는 로마 시대의 숱한 탄압을 견디어 낸 후 콘스탄티누스 대제 때 정식 국교로 인정받았다. 

 

불교 역시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들어 올 때 많은 수난을 겪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들어 온 것은 조선 말기 실학파를 중심으로 중국으로부터 들어 왔다. 수많은 박해를 거듭하면서 많은 순교자들이 나왔다. 이런 역경을 견디어 내면서 서서히 민초 속으로 뿌리를 내렸다.

 

 

2017년 신작 소설 ‘공터에서(해냄)’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낸 원로 작가 김훈(金勳)은 서울 사람으로 1948년생이다. 고려대학교 영문학과를 중퇴하고 나서 <한국일보>에 들어가 신문기자 생활을 시작한다. 한국일보를 거쳐 <시사저널>과 <한겨레신문> 등에 적을 두기도 했다. 

 

신문기자를 그만둔 뒤 본격적으로 전업 소설가로 나선다. 그 동안 지은 책으로 에세이『내가 읽은 책과 세상』,『선택과 옹호』,『문학기행1, 2』(공저),『풍경과 상처』,『자전거 여행』등과 소설『빗살무늬토기의 추억』,『칼의 노래』,『현의 노래』,『강산무진』,『남한산성』등이 있다. 그는 이 순신 장군을 그린‘칼의 노래(생각의 나무-2001)’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역작을 내고 난 후 오랜 침묵을 깨고 이 책‘흑산(학고재-2011)’을 세상에 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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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암시하듯 흑산도를 주제로 쓴 소설이다. 소설은 정약전의 귀양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 갔지만 전반적으로 조선의 천주교 박해의 역사에 대한 것이다.

 

순조 즉위 후 1801년 신유박해로 동생 정약종은 순교하고, 정약전(흑산도)과 정약용(강진)은 유배길에 오른다. 정약전은 조선 정조시대에 최고의 석학으로 알려진 정약용의 둘째 형이다.

 

정 약용은 겉으로 배교를 해서 생명을 부지하게 된다.

 

비록 개인적으로는 비굴하게 삶을 구걸했지만 조선 후기의 정치. 문학사 상에 눈부신 산출물들을 보면 도리어 우리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조선 시대에 대부분 하층계층에 천주교가 퍼졌고 기득권 세력인 권력층에 많은 박해를 받았다. 그래서 기생, 노비 마부 그리고 역관 등 서민층의 피해자가 많았다.

 

일부 선각자인 양반층도 동참했는데 그 중심에 정약용 가문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로 인해 정약용 가문은 많은 피해를 보았다. 본가는 물론 사위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는 데 많은 저항과 희생은 필연적이다.

 

흑산도는 요즈음에는 관광과 홍어 잡이로 유명하지만, 조선 시대에는 유배지에 불과했다.

 

그래서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유배를 가서 살 던 곳이다.

 

정약전은 그 곳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물고기의 상태를 파악한‘자산어보(玆山魚譜)’를 집필했다.

 

자산어보에‘창대(昌大)’가 말하기를, 이라는 표현을 통해‘장 창대’라는 인물이 아홉 번 나온다.

 

‘창대’라는 현지 어민의 도움으로 책을 집필한 것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도 덕순 장창대란 인물과 함께 연구하여 책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실제 해부한 듯이 물고기를 묘사한 것이 자못 놀랍고, 그의 뛰어난 관찰력이 우리나라 어류 연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책 제목에 대한 이견도 있다.‘자산어보’가 아닌‘현산어보’라는 이론이다. 최근‘자산어보’를‘현산어보’라고 부르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 발단은 정약전은‘자산어보’의 서문에‘자산자 흑산야(玆山者 黑山也)’라는 구절을 남겼다. 자산이 곧 흑산이라는 뜻이다. 또한 옥편에는‘자’자가‘잔 초목이 우거지다’라는 의미로 쓰이며, 검다는 의미로 사용할 때는‘현’이라고 읽는다 고 설명되었다. 또 다른 해석은 자(玆)는 검을 현(玄)자를 중복해서 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결국 현산은 흑산을 또 다른 이름이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한 사람의 삶은 비록 미미하지만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한 사람이다.

 

‘태산의 한 줌의 흙도 버리지 않았기에 큰 산이 되었고, 황화는 실개천의 물 한줄기도 버리지 않았기에 그 깊이를 유지할 수 있다’라는 이사(李斯)의 말과 같이 작은 것일지라도 모이면 큰 것을 이룰 수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 우리 역사를 만들고 후세에 까지 밝혀 주는 것이다.​

 

컬럼니스트 김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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