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의 모음곡『어린이의 정경』중 트로이메라이(꿈)는

7번째의 곡이다. 한인 사회의 꿈은 한인들이 행복을

가꾸어 나가는 일일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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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Platanus) 우거진 머리 위에 하나 둘 씩 별이 빛나고

노을이 타는 산 넘어 남국의 향기 품고 바람 불 무렵

너의 맑은 눈동자 속에 전설처럼 물결치는 호수 있기에

불현 듯 손목 이끌어 광야로 헤매 찾는 백조 노는 곳

이윽고 멀리 들리는 아 그 무슨 소리 나를 불러가

백합 송이 꺾어 들고 바쁜 걸음 다시 너에게 돌아오니

검은 머리채 날리며 네가 섰던 호수 가엔 푸른 물결이

발자국만을 스치고 몰라라, 네 간곳 몰라라!

간곳 정녕 몰라라!”

 

독일의 슈만(Robert A. Schumann, 1810-1856)이 작곡한 어린이를 위한 13개 모음곡『어린이의 정경』을 묘사한 시의 구절이다. 슈만은 쇼팽과 같은 해에 태어나서 쇼팽 사후 7년 후에 46세의 나이로 사망했지만 쇼팽 못지않은 기구한 일생을 엮어 나갔다. 스승 비크의 딸 피아니스트 클라라(Clara)를 사랑하며 결혼을 시도했지만 스승인 클라라의 아버지의 반대로 난관에 봉착하였다. 

 

1830년 이후의 유럽 사회는 봉건 사회에서 시민 사회로의 격동기였으며 혁명과 반동이 복잡한 세력 관계를 형성해나가던 시기였다. 

 

슈만은 19세기 낭만파를 대표하는 낭만파의 투장(鬪將)답게 재판 투쟁을 벌여 결혼에 골인하는 개가를 올렸다. 지난 6월 한국에서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모 인사의 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의 과거 결혼과 관련 재판에서 패소하고 결혼이 취소되었다고 하여 뉴스거리가 된 경우와 비교된다.

 

쇼팽과 리스트를 세상에 소개했던 슈만은 30세 때 정신병이 발생하여 환상과 환청에 시달렸으며 44세 때에는 라인 강에 투신하여 구조되기는 했으나 2년 후 결국 사망하였다. 라인 강에 투신하기 전 해에는 23세 연하인 브람스와 조우하여 그를 후원하였다. 

 

그 브람스는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며 슈만의 부인 클라라를 연모해오다가 클라라가 사망하자 그 다음해에 클라라를 따라가는 스토리를 연출했다.

 

『어린이의 정경』모음곡은 로맨틱한 서정과 환상적인 향기가 풍기는 낭만파의 대표적 피아노 소곡집이다. 그 중에서도 제7번곡인「꿈(트로이메라이, Traumerei Kinderszenen, Op. 15)」은 어린이의 정경 중에서 가장 유명하며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하고 있다. 

 

어느 곡이든 연주자의 기량과 연주의 배경이 조합을 이루어 감상자에게 가장 짜릿한 감동을 주게 된 작곡자의 곡-연주자 조합이 있다. 트로이메라이를 가장 감명 깊게 연주한 호로비츠(Viodimir Horowitz, 1903-1989)를 떠올려 본다.

 

호로비츠는 우크라이나 태생으로 10대 때 음악원 스승이 더 이상 가르칠게 없으니 다른 스승을 찾아보라고 타일렀을 정도로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발휘했다. 

 

그러나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집안이 몰락하자 소년 가장 노릇을 하며 음악을 계속했다. 작곡가 토스카니니의 딸과 결혼하고 1925년 고국을 떠나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진출해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로서 명성을 날렸다. 

 

너무 바쁜 연주 일정 때문에 건강이 염려되어 몇 년 씩 공연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했는데 1965년 카네기 홀에서 열린 복귀 연주회는 20세기 클래식 음악 역사상 기념비적인 행사로 평가되고 있다. 

 

압도적인 기교, 폭발하는 듯한 터치, 명쾌한 연주, 거의 들리지 않을 듯한 가장 약한 음부터 가장 강한 음까지 폭넓은 음역(音域)을 자랑하고 있다.

 

장거리 연주 때는 전용 스타인웨이(Steinway) 피아노를 보잉 747기로 공수하여 연주 여행을 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고국 땅을 다시 밟고 싶은 꿈이 있었으나 당시 미-소 냉전으로 비자 발급이 여의치 않았다. 그의 나이 83세가 된 1986년에야 고국 땅을 밟으려는 그의 꿈이 이루어져 고국을 떠난 지 61년 만에 모스크바에서‘Horowitz in Moscow’연주회를 갖게 되었다. 그 때 앙코르곡으로 트로이메라이를 연주하는 동안 객석은 숙연해졌고 관객들은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모였다. 

 

연주 후 3년차인 1989년에 세기의 피아노 거장은 운명을 달리 했지만 그 다음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도 해체되었으니 그의 평생 꿈이 이루어졌는지도 모른다.

 

지난달 6월 24일에는 오클랜드 한인회에서 회장 이 취임식이 열렸다. 

 

이임하는 김성혁 회장은 한인회 수석 부회장으로서 1년 반, 회장으로서 4년 도합 5년 반 동안 오클랜드 한인회를 위해 봉사를 해주었고 그동안 한인회관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숱한 역경을 헤쳐 나가야만 되었었다. 

 

어쨌건 오클랜드 한인 사회도 자체 회관을 소유하게 되었고 앞으로 이를 바탕으로 한인 사회가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떠나는 김회장이 한인 사회에 대한 꿈을 잊지 말고 계속 보살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트로이메라이 피아노 연주를 헌정했다. 

 

70이 다 되어 배운 피아노의 연주 솜씨가 얼마나 작품의 의도를 살릴 수 있을 까는 짐작이 가는 바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아마추어로서 배운 기량들을 정으로 베푸는 일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회장은 답례 인사에서 오클랜드 한인들의 꿈은 한인회가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인들이 행복을 가꾸어 나가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서로 합심하여 행복한 한인 사회를 가꾸어나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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