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뚜리 

 

옛날 권력자들이 자기 욕심 차리기에 눈이 멀어 백성들의 생활이 매우 어려운 때였다. 그러니 뼈 빠지게 일해도 입에 풀칠도 못하는 백성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러 세상이 한번 뒤집어져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때 한 마을에 너무 가난하여 품팔이로 간신히 먹고 사는 농사꾼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아내와 뱃속의 아기를 남겨둔 채 일터에서 쓰러져 다시 못 올 곳으로 떠나고 말았다. 그래서 아내는 만삭이 되어도 품팔이를 멈출 수가 없었고 어느 날 밭을 매다가 아기를 낳게 되었다.

 

비몽사몽간에 억새풀로 탯줄을 자르고 맥이 풀려 쓰러졌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아 정신을 차리고 아기를 살펴보니 아기는 입이 닫혀 있고 몸이 엉덩이 아래로는 없이 윗도리만 있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아이를 몸이 윗도리만 있다고 하여‘우뚜리’라고 불렀고, 아이의 엄마는 ‘우뚤네’라고 부르게 되었다. 

 

어느 날 우뚤네는 품팔이를 나가 우뚜리를 논둑에 앉혀 둔 채 사람들과 함께 모를 심고 있었다. 그때 악독하기로 소문난 아전이 지나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모 심는 곳으로 다가와 우뚤네에게 지금까지 심은 모가 모두 몇 포기나 되느냐며 희롱하듯 물었다. 우뚤네가 대답을 하지 못하자 아전은 멍청하다며 욕을 했고 사람들은 속으로 화를 내면서도 삭이고 있었다. 

 

그때 뜻밖에도 우뚜리가 아전에게 당신은 지금까지 타고 온 발자국이 모두 몇 개나 되느냐고 물었다. 화가 난 아전이 말머리를 돌리자 사람들이 통쾌하게 웃었고, 벙어리로 알았던 우뚜리를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날 밤, 우뚜리는 어머니에게 이제 자기가 떠날 때가 되었다며 나라에서 자신을 죽이러 올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은콩과 좁쌀 한 말을 구하되 검은콩은 볶아달라고 하였다. 우뚤네는 우뚜리의 말대로 콩과 좁쌀을 구해 밤을 새워 콩을 볶았다. 한참 콩을 볶던 우뚤네는 콩이 잘 익었나 보려고 무심코 한 알을 집어 맛을 보았다.

 

다음 날 우뚜리는 콩과 좁쌀 자루를 손에 들고 어머니의 등에 업혀 길을 떠났다. 산중의 집채만한 바위 앞에 이르자 우뚜리는 어머니를 멈춰 세운 후 억새풀을 꺾어 바위를 치게 했다. 우뚜리는 자신을 갈라진 바위 속에 내려놓고 삼 년이 찰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 우뚤네가 갈라진 바위 사이에 우뚜리를 내려놓으니 바위는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우뚜리가 갑자기 사라지자 동네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겨 묻기 시작했고 우뚤네는 죽어서 산속에 갖다 묻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선뜻 곧이듣지를 않았다. 

 

그 후 언제부터인가 세상 사람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늘이 우뚜리라는 장수를 내보냈는데 용마를 타고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그가 나와서 세상을 바꿀 거라고 했다. 흉년이 들고 관가의 수탈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면서 소문의 위력이 점점 커져 권력자들 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자 그들은 팔도로 장군과 군사를 보내 고을을 뒤지기 시작했다. 결국 삼 년 전 우뚜리에게 망신을 당했던 아전이 우뚤네를 고문하여 실토하게 만들었고, 마침 그 날은 우뚜리가 바위 속으로 들어간지 삼 년에서 딱 하루가 모자라는 날이었다. 

 

장군은 수천 군사를 이끌고 바위로 가서 도끼와 망치로 때렸으나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안달이 난 장군이 홧김에 억새풀을 뜯어 바위를 후려갈기자 바위가 쫙 갈라졌다. 바위 속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우뚜리가 가지고 들어간 수만 톨 좁쌀이 모두 군사로 변하여 우뚜리의 지휘 아래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하루가 모자라 햇빛을 받은 군사들은 그만 모두 녹고 말았다. 그리고 우뚜리는 그동안 아랫도리가 자라나 늠름한 장수가 되어 있었으나 하루가 모자라는 바람에 발가락이 덜 생겨서 뒤뚱거렸다. 또 우뚜리의 몸은 가지고 들어간 볶은 콩이 갑옷이 되어 몸을 감싸고 있었다. 수십 명의 군사들이 우뚜리의 적수가 될 수 없었으나 한꺼번에 날린 화살 한 대가 겨드랑이로 파고들어 죽고 말았다. 그것은 우뚤네가 콩을 볶다가 무심코 먹은 한 알의 콩이 빈 자리였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우뚜리의 죽음을 슬퍼했고 그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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