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쾌미(快味)만으로 따진다면 아내의 성적 가치는 항상 꼴찌다.

 

반면에 도둑질로 쾌감을 훔치는 짓은 대개 성품(性品)리스트의 일순위에 올라 있다. 성적 자극원으로서 아내의 가치란 정말 하찮다는 것이다. 아내는 공짜로 주는 팝콘 같은 안주라 그저 있으니까 먹을 뿐이라든지 사내 식도락의 미각 순번에도 유부녀, 계집종, 과부, 기녀(妓女), 처녀, 첩(妾)에 이어 아내는 마지막 꽁무니를 차지하는 것 등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내들은 아내의 품질을 비하시킨 시쳇말에 수긍의 웃음을 짓는다. 이와 같이 아내의 성적 품위(品位)가 조락(凋落)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내들은 항변한다.

 

‘남자들은 죄다 도둑놈’, ‘사내놈들의 유전자에 새겨진 바람기, 그 야수 같은 천품(天稟)때문이야.’ 뿐만 아니다.

 

‘여잔 남자 하기 나름 아냐? 여자의 맛깔은 남자의 조리 실력에 달린 것 아냐?’ 아내들은 꼴찌의 까닭을 남자 탓으로 돌린다. 

 

새 것을 추구하는 남자의 동물성과 여자를 조련시키는 남성 능력의 미비 때문에 여자의 맛이 간다는 말이다.

 

“제 아무리 산해진미를 바쳐봐.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일주일만 먹어보면 질릴걸?” 도벽이란 새것을 추구하는 내재된 인간의 속성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쿨리지 효과’(coolidge effect)가 바로 그것이다. 수컷은 항상 새로운 암컷에게 자극을 받는 현상을 말한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휘황한 파트너라 해도 섹스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지면 당연히 권태가 생긴다. 심리적 피로에 의한 육체적 감흥의 후퇴현상이다. 하지만 섹스 파트너가 새로 바뀌면 섹스에 드라마틱한 요인이 추가되면서 내실을 가득 채워주는 사회 생물학적 현상이 ‘쿨리지 효과’다. 

 

이는 광고의 ‘벽면 효과(wall effect)’와 상치되는 개념이다. 특정 광고의 노출이 너무 장기화되면 광고 효과가 떨어지는 현상이 벽면 효과다. 쿨리지 효과는 확실하게 남녀 간 벽면 효과를 상쇄시키는 수단이다. 쿨리지 효과란 남성에게 국한된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남녀 간 성 행동, 성 태도 차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벽은 결코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 주변의 체험으로 실증되는 사실이다. 오히려 여자들의 도둑질이 더욱 더 무섭고 심각하다. 여자가 한번 도둑질을 배우면 좀처럼 헤어나질 못한다. 사실 남자들은 바람을 피우더라도 가정까지 유기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여자가 도둑질로 다른 남자를 알게 되면 그 맛(?)을 포기하는 일이 쉽지 않다. 남편이나 자식 누구도 개의치 않는다. 그래서 여자의 도둑질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남자의 도벽은 ‘여자 하기 나름’이다. 아내의 무사안일과 나태, 타성이 남편의 이탈을 부추긴다. 여성의 벽면 효과 때문이다. 

 

남자의 도벽이나 떠돌이 기질을 근절할 수 있는 여성의 역할은 죽는 순간까지‘성적 견인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남자의 성능은 여성 파트너의 반응에 따라 증감되기 때문이다. 쾌감이 배제된 동물들의 섹스에서도 암컷이 먼저 수컷의 성 본능을 자극하기 위한 구애 행동을 한다. 

 

발정기가 되면 피부와 깃털의 색깔이 변하기도 하고 색깔이 바뀌지 않더라도 성기를 수컷에게 과시하는 행동을 취한다. 하물며 쾌락적인 요인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휴먼 섹스는 남녀가 함께 성감의 상승(相乘)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간의 섹스는 동물의 섹스보다 더욱 더 노골적이고 도발적이다. 

 

유독 인간에게만 오르가즘을 선사한 하느님의 의도는 육감에 충실한 솔직한 섹스를 통해 극치감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여성은 암컷의 동물적 본성을 모방하여 성적 견인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남성의 성 생리적 특성을 이해하고 부단히 자신을 리프레싱(refreshing)하여 성적 견인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이야말로 남성의 도벽을 예방하거나 치유할 수 있는 수단이며 부부간 틈새에 박힌 쐐기를 제거할 수 있다. 

 

별 볼일 없는 내 아내도 나 이외의 남성에겐 1순위를 차지하는 유부녀이며 쿨리지 효과를 발현시키는 뛰어난 여인이다. 바람기를 틀어막고 아내의 몸속에 불씨로 자고 있는 잠재력에 불을 붙여줄 것이다. 

 

잔잔한 날갯짓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파고를 불러일으키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에 희생되지 말 것이다. 여자란 남자 하기 나름이며 남자 또한 여자 하기 나름이다.​

 

칼럼니스트 이 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