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심미적 추구를 게을리 하지 말고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라. 

책을 즐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라.

 

f3d9467702bad2b2d9f287ee9071e591_1542144
 

인생의 목적은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노력에 따른 힘든 일이 수반된다면 그 일 자체도 즐거움으로 소화할 수 있기에 즐거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활에서 어떻게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담론은 수많은 선각자들에 의해 발표된 바 있다. 인습(因習)에 사로잡히지 않은 자유인의 모습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삶의 슬기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뉴질랜드라는 새로운 삶의 환경에서 이른바 은퇴 이후의 생활을 발견하고 있는 우리들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가 나이든 이에게 당부하는 말을 음미해볼만하다. “과거를 자랑말고 학생으로 계속 남아라. 젊은 사람과 경쟁하지 말 것이며 굳이 부탁받지 않은 충고는 하려고 하지 말라. 삶을 철학으로 대체하지 말 것이며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겨라.”

 

배움에는 끝이 없는 것이지만 은퇴 후에 배우는 일은 어떤 제약이나 부담이 없이 배우면서 즐거움을 찾는 창조적 행동이다. 은퇴의 나이를 65세로 볼 때 평균수명이 100세를 향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서 은퇴 후 30년 이상을 살아갈 수 있는 시점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 졸업까지 16년이 소요되는데 30년이면 무엇이든지 배워서 소화할 수 있는 은퇴 이후이다. 배우는 동안에 배움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지만 80이 넘어서도 자기의 배움이 가치를 발휘하여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 유익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참여와 봉사를 통해 자신의 즐거움을 더해가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심미적(審美的)욕구는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욕구로 이는 죽는 순간까지 추구할 수 있는 지고지미(至高至美)한 욕구이다. 셰익스피어는 “약간의 심미적 추구를 게을리하지 말고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고, 책을 즐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라”고 말했다. 500년이 지난 오늘날의 인류에게도 그대로 통용되는 지혜이다. 

 

배우면서 즐기고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욕구를 달성하는 방편으로서 시서화음무문체(詩書畵/話音舞文體)를 열거할 수 있다. 서예는 회화와는 달리 문자를 표현하는 예술로 역사적으로 유명한 시구(詩句)들을 붓으로 써서 내용을 전달한다. 붓글씨 자체의 형식미를 감상할 수도 있지만 글 내용을 심도있게 감상 할 수도 있다. 또한 서예 작가가 자신의 시구를 창작하여 붓글씨로 표현해낼 수도 있다. 여기에 서예의 범주에 속하는 문인화(文人畵)도 곁들여 서예를 통해 시서화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원화 5만원 지폐의 인물로 선정된 신사임당을 시서화 3절이라 칭송하는데 시를 짓고 붓글씨와 그림에 능했기 때문이다.  

    

화(話)는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하고 다른 사람의 대화를 즐겁게 들어주어 서로를 즐겁게 해주는 일이다. 그러기위해서는 평소에 죠크(Joke)/유머(Humor)의 소재를 수집하고 파악하여 재고를 풍부히 확보하고 있어야한다. 또한 다중을 상대로 강의나 연설을 할 기회가 있으면 주제에 따른 관련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수집하여 이를 재미있게 풀어나가 는 기술을 연마해야한다. 그리하여 청중에게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달 내용을 숙지하도록 하고 발표자 자신도 즐거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음(音)은 작곡을 하거나 음악을 감상하는 일, 노래로 불러 보거나 악기로 연주하는 일이다. 감상을 통해서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지만 연주를 통해서 더욱 심도있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된다. 피동적인 즐거움이 아니라 능동적인 즐거움을 생산하는 일이다. 여유시간이 많은 은퇴 후에 막연히 피동적인 삶을 지탱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합창단에 가입해서 자기의 목소리를 발견해내고 악기를 선정하여 연주 실습을 하고 발표회를 가져보기도 하는 일이다.“한 번 음악을 생산하는 일은 열 번 기도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다.  

 

이민을 준비할 때 미국에서 살다 온 이민 선배한테 이민생활을 즐기려면 댄스를 배워야한다는 말을 들었다. 크루즈 여행을 할 때도 댄스를 모르면 여행의 진미를 맛볼 수 없다. 이민 초창기에 제일 먼저 부딪히는 생소한 단어가 ‘볼 파티 (Ball party)’이다.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었을 때 대대적으로 볼 파티를 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어색하게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된다. 선배의 당부를 실천하기 위하여 포크댄스, 라인댄스, 볼룸댄스, 에어로빅, 라틴댄스 등 교습클럽을 전전하며 도전해보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스코티쉬 댄스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여기에 심취하여 키위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되었고 수년 동안 중단했던 일도 있었지만 20년에 걸친 클럽활동을 연이어오고 있다. 

 

“남자는 자기의 사상을 털어놓기 위하여 여자의 가슴을 바라고 여자는 자기의 감정을 털어놓기 위하여 남자의 가슴을 바란다”라는 말이 있다. 사상이든 감정이든 글로 표현하여 다른 사람들한테 읽어보도록 하는 일도 큰 기쁨이 다. 글 쓰는 일을 통하여 많은 책들을 읽어보게 되고 자료들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 정보들을 습득하는 즐거움을 맞볼 수도 있다. 체육활동도 단순히 체력을 단련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리고 심신을 여유롭게 하여 삶의 즐거움을 생산하는데 의의가 있다.

 

살아가면서 새로움을 찾는 일은 생활의 발견이고 이는 삶의 창조가 된다. 주어진 인생을 끌려가듯 살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기의 처지에 맞는 활동을 개발하여 아름답고 즐거운 인생을 창조하자..

 

칼럼니스트 한 일수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NZ 부동산 지금 투자해야 하는 이유

      언제 우리의 경제가 호황이라고 즐거워 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경제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를 글이나 방송을 통해 보고 들을 때면 그들이 말하는 경기는 누구를 위한 경기일까? 늘 생각해 본다. 우리가 배운 자본주의 경제학은 그 즈음 부동산을 구매해야 한다고 ...

    NZ 부동산 지금 투자해야 하는 이유
  •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세상은 항상 정(正). 반(反). 합(合)의 과정을 순환하면서 발전해 나간다.   그리고 다시 이런 순환의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는 한 발짝씩 앞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우리 시대는 예전에 비해 스피드 또는 민첩성을 강조하는 사회가 되었다. 시대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 기회의 방학 2018

    이제 2018년을 정리하는 각 과정의 시험이 이미 끝났거나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11월 말.. 어떤 학생들은 이미 길고 긴 여름 방학에 들어갔을 테고 또 어떤 학생들은 마지막 시험을 위해 아직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을테지요.   방학. 분명한 정의를 ...

    기회의 방학 2018
  • 당신의 연금은 안녕하십니까?

    (NZ, 한국, 호주, 미국의 연금 지급액과 안정성 비교)     ​    캘리포니아주 Camp Fire 와 Paradise 도처에서 일어난 산불이 인명과 재산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그 전조였는지 모르지만 산불이 나기전 무수한 지진이 감지되었다고 한다. 시속 150km 속도로 달려오는...

    당신의 연금은 안녕하십니까?
  • 도벽(盜癖) Propensity for theft

      성적 쾌미(快味)만으로 따진다면 아내의 성적 가치는 항상 꼴찌다.   반면에 도둑질로 쾌감을 훔치는 짓은 대개 성품(性品)리스트의 일순위에 올라 있다. 성적 자극원으로서 아내의 가치란 정말 하찮다는 것이다. 아내는 공짜로 주는 팝콘 같은 안주라 그저 있으니까 ...

    도벽(盜癖) Propensity for theft
  • “텔미”야! 같이놀자, 우리가 뛰거든...

      “너도 날 좋아 할 줄은 몰랐었어 어쩌면 좋아 너무나 좋아...” 귀가 간지럽게 민망하고 깜찍한 노래다. 가사를 가려 듣기에도 번거로운 빠른 템포는 또 어떻고... 그 곡에 맞춰 콩튀듯 뛰는 신세대들의 율동이 상큼 발랄하다.      종잡을 수 없는 몸 동작을 우리가 ...

    “텔미”야! 같이놀자, 우리가 뛰거든...
  • 하루 2만5천불짜리 관광상품 등장

      지난 11월 중순 국내 각 언론들에는, 중국 부유층을 대상으로 4인 가족 기준으로 하루 비용만 무려 2만5000달러에 달하는 초호화 관광상품이 등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쇼핑 위주의 패키지 여행객보다는 씀씀이가 훨씬 큰 부자들을 목표로 양보다 질을 높이겠다...

    하루 2만5천불짜리 관광상품 등장
  • 문제 많은 ‘키위빌드’ 사업

      노동당 정부의 ‘키위빌드(KiwiBuild)’ 정책에 의해 지난달 처음으로 오클랜드 파파쿠라에 18채의 주택들이 완공됐다. 뉴질랜드의 주택 구매력을 향상하기 위해 오는 2028년까지 10만채의 주택 건설을 목표로 두고 있는 키위빌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늘고 있다. 50...

    문제 많은 ‘키위빌드’ 사업
  • 빈치(Vinci) 마을의 천재, 레오나르도

    프랑스 VS 이탈리아 (II)       이탈리아가 낳은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화가일 뿐 아니라 위대한 발명가였다. 자동차, 비행기, 헬리콥터, 대포, 전차 등 첨단 장비들에 대한 개념을 르네상스 시대에 이미 고안했다.    젊은 시절 식당에서 요리사...

    빈치(Vinci) 마을의 천재, 레오나르도
  • “내 꿈 꿔”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 중 하나가 ‘꿈’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나에게 꿈이 있다”또는 TV 광고문구 중 한때 유행어가 된 “내 꿈 꿔”라는 말을 들으면 ‘꿈’이란 단어가 뭘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왜 꿈은 희망적인 뜻에 사용할까, 다른 사람들은 좋은 꿈을 꾸...

  •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나의 주말의 일과는 영화로 시작된다. 최근 개봉하는 헐리우드 영화가 그 대상이다.    영화를 보면서 줄거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번역에 대해서도 관심도 많다. 원어를 번역을 하는데 문화의 차이가 있어 곧이곧대로 직역을 하면 맛이 떨어진다. 어떻게 우리 감정에 ...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 10개월간의 태아와 엄마와의 치열한 생존경쟁

    임신과 출산은 “임신”과 “출산”이라는 사건이 아니라 가족과 지인들의 지속적인 축복과 응원이 필요한 엄마와 아이간의 10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는 “과정”입니다. 이 긴 시간동안에 임산부는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되고, 따라서 엄마가 되는 ...

    10개월간의 태아와 엄마와의 치열한 생존경쟁
  • 피그말리온, 스티그마

    피그말리온은 사랑에 빠졌습니다. 한 나라의 왕이라는 체면에도 불구하고 볼 발그래한 10대 소년이나 매료될법한 어여쁜 조각상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자기 손으로 조각한 작품인데 말이지요.     하지만 그의 비정상적인 사랑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습니다...

    피그말리온, 스티그마
  • 지금의 나보다 어린 사진속의 엄마

    내 방에는 액자 안에 사진이 하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진을 보이는 곳에 두고 기억하는 스타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 내가 작은 액자 속에 넣어서 방안에 잘 보이는 곳에 세워두고, 가끔 보곤 하는 사진 속에는 유치원 원복을 입고 졸업을 축하한다...

    지금의 나보다 어린 사진속의 엄마
  • 생활의 발견과 창조

    살아가면서 심미적 추구를 게을리 하지 말고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라.  책을 즐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라.     인생의 목적은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노...

    생활의 발견과 창조
  • 유가 3달러 시대 오나

    기름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리터당 2달러 중반선까지 올라섰다. 연립정부를 이끄는 노동당은 정유사들이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며 기름값 급등의 주범으로 정유사들을 지목한 반면 야당인 국민당은 정부가 기름에 너무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정부 여당을 비난했...

    유가 3달러 시대 오나
  • 하이누웰레 소녀 2편

    하이누웰레 소녀    누누사쿠(Nunusaku) 산에서 내려온 아홉 씨족은 세상을 떠돌아다니면서, 서(西) 세람의 이곳저곳에 머물렀다. 그들 중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아메타(Ameta)라는 남자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개를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가 돼지의 흔적을 발견...

    하이누웰레 소녀 2편
  • 마추픽추, 만리장성

    버킷리스트라는 말이 있습니다. 2007년 개봉된 동명의 영화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 단어는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나 죽기전에 가 보고싶은 곳 등을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되고는 합니다.    ‘꼭 하고 싶은 일을 꼼꼼히 적은 메모지들이 가득 들어있는 버킷’정도로...

    마추픽추, 만리장성
  • 마추픽추, 만리장성

    버킷리스트라는 말이 있습니다. 2007년 개봉된 동명의 영화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 단어는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나 죽기전에 가 보고싶은 곳 등을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되고는 합니다.    ‘꼭 하고 싶은 일을 꼼꼼히 적은 메모지들이 가득 들어있는 버킷’정도로...

    마추픽추, 만리장성
  • 인간 관계

    수련생들의 인간 관계나 가족간의 관계는 시소를 타는 관계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시소 탈 때 유능한 사람은 항상 상대방에 맞춰 줍니다. 두 사람이 탈 경우 상대가 무거운 사람이면 자기가 조금 뒤로 앉아 무게를 맞춰 주고 상대방이 가벼운 사람이면 앞으로 나와서 앉...

    인간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