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4eb76f7c3fcf2ef6e4c034bff84fc_1543273
 

“너도 날 좋아 할 줄은 몰랐었어 어쩌면 좋아 너무나 좋아...”

귀가 간지럽게 민망하고 깜찍한 노래다. 가사를 가려 듣기에도 번거로운 빠른 템포는 또 어떻고... 그 곡에 맞춰 콩튀듯 뛰는 신세대들의 율동이 상큼 발랄하다.

    

종잡을 수 없는 몸 동작을 우리가 흉내인들 낼 수 있을까?

보는 것 만으로도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그걸 해야한다니 내색은 안했지만 모두가 걱정이었다. 뭔지도 모르고 시작한 연습이 “텔미”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쉬운게 아니라는 예상이 되었다. 

세대를 한참이나 거슬러 올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들 나이가 얼마인데... 

젊고 탄력있는 선생님의 시범에 어안이 벙벙해서 탄성을 지르며 부럽기만 했다. 자신없는 몸들이 더욱 경직되는 순간이었다.

 

무엇이든 처음 배울때는 다 어려운 법이지만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우리 단장님 꿈도 대단하시다. 어떻게 마른 장작처럼 뻣뻣한 우리에게 그런걸 가르치려나.

그냥 즐기면서 배우는거라면 몰라도 정기공연 무대에 올릴 중요한 작품의 하나가 아닌가. 

평생을 스스로 몸치라고 단정하고 살았다.

그러기에 시도해 볼 생각도 한번 안 해본 사람이다. 이제와서 그게 되려나. 사교춤이라도 배웠으면 스탭정도는 쉽게 익힐수 있으련만. 별 궁색한 생각이 다 들었다.

 

시작한 날 부터 내 머릿속은 그 생각으로 꽉찼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가만히 발동작을 연습했다. 새로운 경험이 즐거웠을까?

춤을 배우려면 노래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말을 떠올렸다. 유투브에서 가사 한소절씩을 따올려 묶어서 전 단원들에게 알려줬다. 가사에 맞춰 곡을 들으니 율동이 조금은 따라하기가 편해진 것 같았다. 선생님의 몸동작을 눈이 아프도록 보고 또 보면서 머리속에 저장해온다 그럼에도 집에와서 해보면 역시 헷갈리고 안된다. 

 

사진 잘 찍는 k여사의 동영상으로 집에서 연습을 계속하게 되니 너무나 다행이다. 참 편리한 세상에서 살고있다. 시도 때도 없이 틈만 나면 눈으로 동작을 그려냈다. 

하지만 일어나서 몸을 움직여보면 또 다시 딴짓으로 망치기가 일쑤다. 머리로는 되는데 실제로는 몸이 그렇게 따라주지를 않는다.(이게 늙은거야 어쩔수 없지)

속도 상하고 짜증이 많이 났다. 그나마 스스로 달랠줄 아는 참을성이 나이 값인지 다행스럽다.

아이들은 티브이만 보고도 잘들 따라하기에 쉬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렵기만한게 아니고 힘에도 버거웠다. 한바탕 뛰고나면 숨도차고 무릎관절에도 무리가 왔다.

동작을 크게 하라는데 손 발이 마음같이 안 올라간다는 사실을 젊은 선생님이 알턱이 없다.

빠르게 지나가는 곡을 따라잡아 연결하려면 순발력도 필요했다. 앗차 하는 순간에 순서를 놓치고 어리벙벙해서 서있게되는 허탈감. 참 많은 시간들을 그렇게 맥 빠지게 보내고 또 보냈다. 후후후...

 

우리는 한쪽 손만 쓰는 문화에서 여지껏 살아왔다. 똑같은 동작임에도 왼쪽은 전혀 다르다. 그런게 더 어렵다. 양손으로 식사를 하는 서양 사람들에게 이런 혼란스러움은 없지 않을까? 괜히 그런 생각도 해 본다. 

발동작에 맞추면 손이 딴짓을 한다. 손을 먼저 신경쓰면 이번에는 발이 말을 안듣는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 하나도 없다는걸 다시 배운다. 우리 나이쯤 되면 잘하던 사람들도 안되는게 당연하리라 믿는다. 지금와서 몸치 탈출이 어찌 그리 쉽게 되겠는가.

느리게 간신히 익혀간 동작이 빠른 음악이 나오면 정신없이 흩으러진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모두들 열심히 연습을 해왔을텐데 제대로 되는 사람이 없다. 공연날짜가 얼마 안 남았는데 은근히 걱정이 된다.

하지만 다들 잘 만들어 낼 것임을 믿는다. 의지와 열성으로 똘똘뭉친 우리 단원들의 열정이 결국은 해 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낡고 녹슬은 기계이다. 뻑뻑한 기계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갈고 닦아내야만 한다. 줄기찬 연습으로 오늘도 땀흘릴 단원들에게 힘내라고 파이팅을 외쳐본다.

 

엄청나게 큰 야외 무대였다.

잠자리 날개같은 ‘발레복’을 입은 예쁜 아이들이 나를 이끌었다. 함께 춤을 추자고 졸라댄다.

“난 못해 너희들끼리 해.”

난 그들처럼 예쁜옷을 입지도 않았다. 후줄근한 평상복에 그 날은 왜 화장도 못했는지 참 꼴불견이었다.

“빨리 올라와요. 우리랑 같이 춤춰요”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예뻤다.

“난 아냐 ‘텔미’를 해야돼...”

‘텔미’를 외치면서 눈이 떠졌다. 아~꿈이었구나.

 

생각해보니 예쁜 어린 발레리나들은 엊그제 ‘산사 음악회’에서 본 그 애들이었다. 귀엽고 깜찍해서 춤추는 아이들 사진을 찍어왔다. 그 사진들을 보면서 잠자리에 들었었는데...

꿈에서 깨어나며 혼자 실실 웃음이 나왔다.(‘텔미’가 머릿속 깊이 각인되어 있구나)

 

주부의 역활을 아직도 해야만하는 아내로서의 살림꾼. 또는 대가족 속에서 어른으로 사는 분들도 있다. “텔미”를 가족들 보는 앞에서 몸을 흔들기엔 좀 그럴것이다. 손녀가 아기를 안겨줘 증조 할머니가 된 분도 있는데...

“이런 멋진 경험을 해 보는게 얼마나 좋습니까?”

우리 단장님 부러우신가? 땀흘리며 연습에 몰두하는 단원들에게 격려의 한 말씀이다.

새로운 경험에 도전해서 조금씩 되어가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다. 

우리도 할 수 있구나! 부푼 마음에 짜릿한 감동도 온다.

 

“.........

나를 사랑한다고 나를 기다렸다고 텔미 텔미

내가 필요하다고 말해 말해줘요 텔미 텔미 텔미

계속 듣고싶어 계속 내게 말해줘 텔미 텔미 텔미.

꿈이 아니라고 말해 말해줘요.....”

 

아이들 사랑놀음 노래가 귀에 못박히듯 깊이 박혀버렸다. 노래가 전해주는 박력으로 나도 매일 매일 젊어지는 기분이다. 어쩌면 좋아...

세상이 하도 좋아져서 우리도 이런걸 거침없이 할 수 있다니 행복하다.

 

금년 아홉번째로 접어든 우리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정기 공연이 며칠 안 남았다. 이름처럼 노래가 주 무대인건 틀림없다. 그러나 색다른 한 획을 그을 댄싱도 멋지게 해내야만 한다.

첫 경험에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화려하고 찬란한 조명 아래서 ‘텔미 댄싱’을 하다니 가슴이 설렌다. 힘들었던만큼 보람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만큼의 건강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게 정말 자랑스럽다.

과로한 몸이 그 날까지 모두 별탈 없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공연이 끝나도 오래도록 잊지 않고 ‘텔미’와 놀아야겠다. 

상큼 발랄하게.... 내 나이도 잊으면서...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NZ 부동산 지금 투자해야 하는 이유

      언제 우리의 경제가 호황이라고 즐거워 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경제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를 글이나 방송을 통해 보고 들을 때면 그들이 말하는 경기는 누구를 위한 경기일까? 늘 생각해 본다. 우리가 배운 자본주의 경제학은 그 즈음 부동산을 구매해야 한다고 ...

    NZ 부동산 지금 투자해야 하는 이유
  •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세상은 항상 정(正). 반(反). 합(合)의 과정을 순환하면서 발전해 나간다.   그리고 다시 이런 순환의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는 한 발짝씩 앞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우리 시대는 예전에 비해 스피드 또는 민첩성을 강조하는 사회가 되었다. 시대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 기회의 방학 2018

    이제 2018년을 정리하는 각 과정의 시험이 이미 끝났거나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11월 말.. 어떤 학생들은 이미 길고 긴 여름 방학에 들어갔을 테고 또 어떤 학생들은 마지막 시험을 위해 아직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을테지요.   방학. 분명한 정의를 ...

    기회의 방학 2018
  • 당신의 연금은 안녕하십니까?

    (NZ, 한국, 호주, 미국의 연금 지급액과 안정성 비교)     ​    캘리포니아주 Camp Fire 와 Paradise 도처에서 일어난 산불이 인명과 재산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그 전조였는지 모르지만 산불이 나기전 무수한 지진이 감지되었다고 한다. 시속 150km 속도로 달려오는...

    당신의 연금은 안녕하십니까?
  • 도벽(盜癖) Propensity for theft

      성적 쾌미(快味)만으로 따진다면 아내의 성적 가치는 항상 꼴찌다.   반면에 도둑질로 쾌감을 훔치는 짓은 대개 성품(性品)리스트의 일순위에 올라 있다. 성적 자극원으로서 아내의 가치란 정말 하찮다는 것이다. 아내는 공짜로 주는 팝콘 같은 안주라 그저 있으니까 ...

    도벽(盜癖) Propensity for theft
  • “텔미”야! 같이놀자, 우리가 뛰거든...

      “너도 날 좋아 할 줄은 몰랐었어 어쩌면 좋아 너무나 좋아...” 귀가 간지럽게 민망하고 깜찍한 노래다. 가사를 가려 듣기에도 번거로운 빠른 템포는 또 어떻고... 그 곡에 맞춰 콩튀듯 뛰는 신세대들의 율동이 상큼 발랄하다.      종잡을 수 없는 몸 동작을 우리가 ...

    “텔미”야! 같이놀자, 우리가 뛰거든...
  • 하루 2만5천불짜리 관광상품 등장

      지난 11월 중순 국내 각 언론들에는, 중국 부유층을 대상으로 4인 가족 기준으로 하루 비용만 무려 2만5000달러에 달하는 초호화 관광상품이 등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쇼핑 위주의 패키지 여행객보다는 씀씀이가 훨씬 큰 부자들을 목표로 양보다 질을 높이겠다...

    하루 2만5천불짜리 관광상품 등장
  • 문제 많은 ‘키위빌드’ 사업

      노동당 정부의 ‘키위빌드(KiwiBuild)’ 정책에 의해 지난달 처음으로 오클랜드 파파쿠라에 18채의 주택들이 완공됐다. 뉴질랜드의 주택 구매력을 향상하기 위해 오는 2028년까지 10만채의 주택 건설을 목표로 두고 있는 키위빌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늘고 있다. 50...

    문제 많은 ‘키위빌드’ 사업
  • 빈치(Vinci) 마을의 천재, 레오나르도

    프랑스 VS 이탈리아 (II)       이탈리아가 낳은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화가일 뿐 아니라 위대한 발명가였다. 자동차, 비행기, 헬리콥터, 대포, 전차 등 첨단 장비들에 대한 개념을 르네상스 시대에 이미 고안했다.    젊은 시절 식당에서 요리사...

    빈치(Vinci) 마을의 천재, 레오나르도
  • “내 꿈 꿔”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 중 하나가 ‘꿈’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나에게 꿈이 있다”또는 TV 광고문구 중 한때 유행어가 된 “내 꿈 꿔”라는 말을 들으면 ‘꿈’이란 단어가 뭘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왜 꿈은 희망적인 뜻에 사용할까, 다른 사람들은 좋은 꿈을 꾸...

  •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나의 주말의 일과는 영화로 시작된다. 최근 개봉하는 헐리우드 영화가 그 대상이다.    영화를 보면서 줄거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번역에 대해서도 관심도 많다. 원어를 번역을 하는데 문화의 차이가 있어 곧이곧대로 직역을 하면 맛이 떨어진다. 어떻게 우리 감정에 ...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 10개월간의 태아와 엄마와의 치열한 생존경쟁

    임신과 출산은 “임신”과 “출산”이라는 사건이 아니라 가족과 지인들의 지속적인 축복과 응원이 필요한 엄마와 아이간의 10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는 “과정”입니다. 이 긴 시간동안에 임산부는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되고, 따라서 엄마가 되는 ...

    10개월간의 태아와 엄마와의 치열한 생존경쟁
  • 피그말리온, 스티그마

    피그말리온은 사랑에 빠졌습니다. 한 나라의 왕이라는 체면에도 불구하고 볼 발그래한 10대 소년이나 매료될법한 어여쁜 조각상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자기 손으로 조각한 작품인데 말이지요.     하지만 그의 비정상적인 사랑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습니다...

    피그말리온, 스티그마
  • 지금의 나보다 어린 사진속의 엄마

    내 방에는 액자 안에 사진이 하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진을 보이는 곳에 두고 기억하는 스타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 내가 작은 액자 속에 넣어서 방안에 잘 보이는 곳에 세워두고, 가끔 보곤 하는 사진 속에는 유치원 원복을 입고 졸업을 축하한다...

    지금의 나보다 어린 사진속의 엄마
  • 생활의 발견과 창조

    살아가면서 심미적 추구를 게을리 하지 말고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라.  책을 즐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라.     인생의 목적은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노...

    생활의 발견과 창조
  • 유가 3달러 시대 오나

    기름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리터당 2달러 중반선까지 올라섰다. 연립정부를 이끄는 노동당은 정유사들이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며 기름값 급등의 주범으로 정유사들을 지목한 반면 야당인 국민당은 정부가 기름에 너무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정부 여당을 비난했...

    유가 3달러 시대 오나
  • 하이누웰레 소녀 2편

    하이누웰레 소녀    누누사쿠(Nunusaku) 산에서 내려온 아홉 씨족은 세상을 떠돌아다니면서, 서(西) 세람의 이곳저곳에 머물렀다. 그들 중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아메타(Ameta)라는 남자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개를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가 돼지의 흔적을 발견...

    하이누웰레 소녀 2편
  • 마추픽추, 만리장성

    버킷리스트라는 말이 있습니다. 2007년 개봉된 동명의 영화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 단어는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나 죽기전에 가 보고싶은 곳 등을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되고는 합니다.    ‘꼭 하고 싶은 일을 꼼꼼히 적은 메모지들이 가득 들어있는 버킷’정도로...

    마추픽추, 만리장성
  • 마추픽추, 만리장성

    버킷리스트라는 말이 있습니다. 2007년 개봉된 동명의 영화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 단어는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나 죽기전에 가 보고싶은 곳 등을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되고는 합니다.    ‘꼭 하고 싶은 일을 꼼꼼히 적은 메모지들이 가득 들어있는 버킷’정도로...

    마추픽추, 만리장성
  • 인간 관계

    수련생들의 인간 관계나 가족간의 관계는 시소를 타는 관계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시소 탈 때 유능한 사람은 항상 상대방에 맞춰 줍니다. 두 사람이 탈 경우 상대가 무거운 사람이면 자기가 조금 뒤로 앉아 무게를 맞춰 주고 상대방이 가벼운 사람이면 앞으로 나와서 앉...

    인간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