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인간과 가장 친숙하게 지내온 개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견권이 인권을 앞설 수는……

d24710c5192e2199c6ca582fb0532df0_1510099
 

 

“사람하고 개하고 100m 달리기 시합을 열었다. 한 사람은 개한테 뒤지지 않으려고 혼신을 다하여 개하고 나란히 골인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랬더니 ‘개 같은 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한 사람은 초인적인 기량을 발휘해 개보다 일찍 골인 지점을 통과했다. 그랬더니 ‘개보다 더한 놈’이란 평가를 받았다. 

 

또 다른 한 사람은 개보다 늦게 도착했다. 그랬더니 ‘개보다 못한 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어차피 개하고 비교된다면 인간 취급을 못 받는 경우이다. 

 

개는 가축 중에서도 인간과 가장 오랜 세월을 생활해왔고 또한 가장 인간과 소통이 잘되고 있으며 따라서 가장 인간과 친하게 지내는 동물이다. 

 

이스라엘에서 1만 2천 년 전 묻힌 여인의 손에 강아지가 함께 발견되면서 개와 인간의 역사는 최소 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늑대가 석기시대의 인간집단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붙잡혀 가축으로 키워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구석기 시대 이미 보리 재배를 한 흔적이 나타나고, 인류가 작물을 재배한 증거는 원시민족인 호서인 유적에서도 발견된다. 이 시기는 늑대와 인간이 함께 하기 시작한 1만 2천 년 전과 거의 비슷하다. 인간의 주식(主食)을 받아들인 늑대는 개로 진화하고 결국 유전자 변화를 통해 인간의 주식을 먹을 수 있는 개가 된 것이다. 

 

이제 인간을 떠난 개의 생존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인간을 닮은 개는 인간의 이기적 폭력성을 배우는 대신 늑대의 본성인 나눔과 자비를 잃었다. 

 

그 어떤 동물도 자연을 파괴하지는 않는다. 그곳이 바로 그들이 생존을 위탁하는 보고이기 때문이다. 

 

무리 사회를 이루어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의 폭력은 자신의 집단을 향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먹이 사냥을 위해서이다. 

 

그런데 인간과 개는 최소 1만 2천 년을 함께 하면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영향을 서로 끼친 것인가? 자연을 잃고 물질문명에 의존하는 인간과, 늑대의 본성을 잃고 인간에 의존하며 사는 둘을 바라본다. 

 

개는 주인을 위해서는 충성을 다한다.  데일 카네기가 ‘개 꼬리의 처세’에서 말했듯이 개는 주인이 밖에서 돌아올 때 먹을 것을 가지고 오든 빈손으로 오든 주인만 보면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그러나 인간은, 심지어는 자기 가족마저도 자기의 기분 상태에 따라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그러나 공익적인 차원에서 바 라보면 개와 주인의 이러한 절대 충성 관계는 인간의 이기적인 심성의 발로로 사회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자기 집안의 다른 동물은 물지 않는 개가 옆집 고양이는 물어 죽인다. 자기 집안에서는 오물을 분비하는데도 장소를 가리지만 공공장 소나 남의 집에는 마음대로 분비한다. 가끔 개가 주인 식구가 아닌 다른 사람을 물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정치인이 정권을 잡으면 자기한테 평소 행한 충성도에 따라 벼슬을 나눠주는 행위로 나라를 병들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개와 관련해 뉴질랜드 한인 사회에 아픈 추억이 있다. 2002년 월드컵 축구가 열기를 더하는 가운데 당시 한국팀은 예상 외로 16강은 물론 미국, 스페인, 이태리 팀까지 격추하며 4강에까지 진출하자 전 세계 한민족을 하나로 묶는 계기를 만들었다. 

 

반면 유럽계 백인들에겐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TV1에서 월드컵 중계가 시작될 무렵 한국의 개고기 시장과 보신탕집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월드컵이 끝난 후에는 뉴질랜드 헤럴드지에서 악의적으로 한국인의 음식 문화를 비하해서 보도했다. 한국인은 개고기, 뱀, 해마를 즐겨 먹는 국민이라고 망발을 늘어 놓았다. 그러면서 한국은 월드컵 결승에 올라갈 자격이 애초에 없었으며 스페인 전에서 거둔 페널티킥 스코어도 거짓이라고 헛소리를 토해냈다.

 

이에 대항해 몇몇 교민들이 대책 모임을 결성하고 집단 행동방향을 모색하자 당시 한국신문, 뉴질랜드 타임즈, 코리아 타임즈, 코리아 타운, 한인방송 등 언론/방송사 등이 합세하여 ‘뉴질랜드 헤럴드 망언 교민 대책 모임’을 결성하게 되었다. 

 

교민들의 반응도 붉은 악마의 기세가 헤럴드지로 비화하려는 태세로 확산되고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탄원서를 준비하고 항의서한을 발송하고 항의단을 파견하는 등 행동개시에 들어갔다. 헤럴드 지에는 사과문 게재와 보도 기자 및 편집장 해임 등을 요구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프레스 카운슬에 제소하고 명예훼손으로 배상을 청구하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통보했다. 

 

한편 집단행동에 따른 모금 운동에 돌입했다.                                       

 

4개월 여를 옥신각신하다가 양측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헤럴드 측의 사과를 받아내는 한편 한국의 경제 발전상에 관한 특집과 뉴질랜드 교사의 한국 방문 체험기를 게재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헤럴드 측의 화해적인 제의에 양측은 평화적으로 갈등 관계를 청산하고 그동안 모금한 성금 27,000 달러를 전액를 기부한 당사자들에게 반환해주었다. 당시 해프닝은 뉴질랜드 한인 사회의 결집력을 보여주는 플러스적인 결과도 가져왔다.

    

영국의 여류 작가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 1882-1941)는 개에게도 등급이 있다고 했다. 정승 집 개와 여염 집 개가 같은 대우를 받을 리는 없다. 옛날이나 현대에나 권력 층, 부유 층 집의 개는 일반 하층민 보다 더한 대우를 받으며 호강하고 있다. 한국에서 한일관 주인이 반려견 개에 물려 죽은 일로 사회적 물의를 자아내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도 간혹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아무렴 주인의 신분에 따라 대우를 받는 개이기로서니 견권(犬權)이 인권(人權)을 앞설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칼럼니스트 한일수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아버지의 겨울

      친정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살던 시절이었다. 어느날 아버지의 부름을 받았다. 어머니가 병이 나셨나?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무슨 일인지 약간의 긴장을 하면서 달려갔다.   함께 살던 아들들 가족 분가시키고 두분만 오롯이 남아 사는 헐헐한 집이었다. 어머...

    아버지의 겨울
  • ‘최후의 날’벙커 만드는 미국의 슈퍼 부자들

    지난 9월 초 국내외 언론들에는 미국 실리콘 밸리 출신의 몇몇 억만장자들이  ‘최후의 날(doomsday)’을 대비한 서바이벌 벙커를  뉴질랜드에 마련했다는 소식들이 일제히 실렸다.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몇 차례 전해졌는데, 그러나 이번에는 벙...

    ‘최후의 날’벙커 만드는 미국의 슈퍼 부자들
  • 먹거리가 두려운 세상

    세상에! 이런 일을 다 겪다 보니 살아가는 일이 무슨 전쟁을 하는 듯하다. 알면 피해 갈 수 있지만 모르고 있으면 당하는 것 같아서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속담이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저녁 메뉴로 떡만두국을 끓일까 하는 생각에 떡국떡을 구입하러 가까운 곳에 ...

    먹거리가 두려운 세상
  • 날개

    ‘날개’하면 새, 천사, 비상(飛翔), 비행기, 꿈, 욕망과 같은 단어들 그리고 이상의 단편소설 제목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나의 어머니와 Y라는 친구가 생각난다.     어머니는 내가 어린 시절 “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

    날개
  • 배터리

    며칠전 모바일폰 배터리가 방전된 것을 모르고 잠이 들었다가 아침에 알람이 울리지 않아 낭패를 겪을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젠 시계대신 전화기가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된지 십여년이 지났으니 자명 종을 놓을걸 그랬구나 하는 후회는 유효기간이 지나도 한참 지난 시...

    배터리
  • 아오테아로아의 꿈은 진행형이다

    뉴질랜드 이민 생활은 3차원의 공간과 4차원의 시간이 융합된 시공간의 세계에서 이루어진다. 꿈은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많이 했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천국에서 살고 있을까?”어떤 교민이 콘월파크(Cornwall Park)를 산책하면서 나오는 탄...

    아오테아로아의 꿈은 진행형이다
  • 통계자료로 보는 국적별 영주권 취득 분석

    이민부의 회계연도는 매년 7월 1일 새로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지난 6월 30일로 마감된 이전 12개월의 통계자료에는 과연 어떠한 정보가 담겨 있으며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전해줄까요? 이민컨설팅 20년차의 공인이민법무사의 의무일 수~~도 있는 최신 이민정보와 통...

    통계자료로 보는 국적별 영주권 취득 분석
  • 파리(Paris)로 떠난 모나리자

    프랑스 VS 이탈리아 (Ⅰ)    카톡이나 안부를 먼저 보내주는 사람이 한가하고 할 일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 늘 당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툰 후에 먼저 사과하는 것은 잘못이 있어 그러는 게 아니라 당신을 아끼기 때문이다. 이기고 지는 것의 그 깊이...

    파리(Paris)로 떠난 모나리자
  • 텔레비전에 내가 나갔으면 정말 좋겠네…? ... 오, 노우!

    물론 텔레비전에 나가면 좋겠죠?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그저 전과 같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어가 젊은 세대들의 여가 시간을 장악한지 이제 고작 몇 년입니다.  *** 페이스북 설립 2004년 유튜브 설립 20...

    텔레비전에 내가 나갔으면 정말 좋겠네…? ... 오, 노우!
  • NZ의 새로운 계층 ‘워킹 푸어’

    직장은 있지만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 빈곤층이 늘고 있다. 열심히 일해도 급등한 집값과 렌트비, 상승하는 생활비 등으로 여전히 가난한 이들 ‘워킹 푸어(Working Poor)’가 뉴질랜드의 새로운 계층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난한 10 가구 ...

    NZ의 새로운 계층 ‘워킹 푸어’
  • 우리가 생태계 파괴범?

    최근 세계 곳곳에서 고양이가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등장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스런 반려동물이지만 또 다른 이들은 생태계에 악 영향을 주는 범인이라고 지탄한다. 국내에서도 점점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고양이에 대해 알아보자.       <고양이, 언...

    우리가 생태계 파괴범?
  • 텔레비전에 내가 나갔으면 정말 좋겠네…? ... 오, 노우!

    물론 텔레비전에 나가면 좋겠죠?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그저 전과 같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어가 젊은 세대들의 여가 시간을 장악한지 이제 고작 몇 년입니다.  *** 페이스북 설립 2004년 유튜브 설립 20...

    텔레비전에 내가 나갔으면 정말 좋겠네…? ... 오, 노우!
  • 우뚜리-아기장수 이야기 4편

    우뚜리    옛날 권력자들이 자기 욕심 차리기에 눈이 멀어 백성들의 생활이 매우 어려운 때였다. 그러니 뼈 빠지게 일해도 입에 풀칠도 못하는 백성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러 세상이 한번 뒤집어져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때 한 마을에 너무 가난하여 품팔이로 간...

    우뚜리-아기장수 이야기 4편
  • 여유 있게 삼 개월

    “벌써 8월 말 이네요. 이제 슬슬 시험준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여유 있게 3개월이니까 뭐…”   “늦었다..”  “네?”  “늦었다고…”  “에이.. 아무리… 다들 이 무렵에 시험준비 시작해요.. 그래도 점수만 잘 나오던걸요. 뭐..”  “그래? 그런 학생들을 몇 명이나 알...

    여유 있게 삼 개월
  • 정성

    “온갖 정성을 다하여” 라는 말이 있죠?  무슨 뜻이냐 하면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로지 그 생각만 하는 것이 정성입니다.    저는 맛있는 음식을 보면 굉장히 즐거워하면서 먹거든요?  그것을 보고 무슨 도인(道人)이 그렇게 맛있게 먹느냐는 사람도 있어...

  •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는 책 만들기란?

      최근 인터넷 조사에서 지하철에서 결혼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남녀 공히 독서하는 여자, 남자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어쨌든 책 읽는 모습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아름답다.    하지만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0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하루 10분 이상...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는 책 만들기란?
  • 학생증과 ㅇㅇ통, 한강은 알고있겠지!

      종전 소식을 접하고 피난길에서 서울로 되돌아오던 때였다. 한강을 코앞에 두고 노량진에서 길이 막혀 버렸다. 강을 건널 수 없기 때문이었다.    잠시겠지. 생각하고 그 곳에서 임시 집을 얻어 짐을 풀었다. 사는집 길 건너편 국민학교(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매일 군...

    학생증과 ㅇㅇ통, 한강은 알고있겠지!
  • 잘난 당신, 초라한 나, 그리고 상처

    ‘제 주변에는 왜 이렇게 잘난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그 사람들 옆에 있으면 주눅이 들고 초라한 내 자신에게도 화가 나요!!’    독자분들의 반응은 대개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공감하거나. 뜨끔하거나. 혹시, 내가 주변 사람에게 염장질의 도화선이 된 것은 아...

    잘난 당신, 초라한 나, 그리고 상처
  • $1로 인터씨티 버스를 타고

    두 달 전에 처음 인터씨티 버스를 이용하였을 때 일이다. 일단 인터넷 웹싸이트에서 표를 예매를 한 후 시간에 맞춰서 스카이씨티 옆에 있는 터미널에 도착을 하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티켓을 프린터로 출력하지 않고 티켓을 예매한 내역을 폰에 Screensh...

  • 에드먼드 힐러리 경 -뉴질랜드 국민 마음속에 살아있는 키위

    남십자성 아래 사람 향기나는 이야기...;  일요시사      오클랜드 파넬 지역이 차량정체로 시간이 머무는 듯했다. 파넬 성공회 대성당이 가까워지며 더욱 심했다. 뉴질랜드의 영웅, 에드먼드 힐러리경의 장례식에 참석하려는 차량 행렬이 애도의 물결을 이뤘다. 1953년 ...

    에드먼드 힐러리 경 -뉴질랜드 국민 마음속에 살아있는 키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