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음악

NZ코리아포스트 | 호주 | 2017.09.13. 17:29

살롱음악은 이제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중산층의 폭이 넓어 

누구나 마음먹고 행동하기에 따라 중산층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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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살 때 아내와 나는 항상 우리가 중산층(中産層)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살아왔다. 강북의 단독주택에서 살았고 은행빚도 짊어지고 있던 터라 중산층이 몰려있다는 강남아파트 세대들에게 위축되어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서의 중산층 정의는 거주하고 있는 자기 소유의 아파트 평수, 연봉 수준, 보유 자가용의 등급, 예금 규모, 해외여행 수준 등을 기준하여 중산층을 평가하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의 중산층 기준은 순전히 물질적 가치에 의해 평가되는 반면 중류층(Middleclass)으로 표현되는 다른 외국의 경우는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조르주 퐁피두 전 대통령이 1969년 공약집에 담았던 ‘삶의 질’에서 외국어 하나 가능하고, 스포츠를 하나 이상 즐기며, 악기를 다룰 줄 알고, 남들과 다른 맛의 요리 솜씨를 자랑할 수 있고, 공분에 의연히 동참할 줄 알고,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을 중산층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한국에서 중산층이 무너졌다고 야단이다. 사회의 주류층이 되는 중산층이 두터워야 사회가 안전하고 행복수준이 높아질텐데 사회가 이분법적으로 분화되고 한없는 물질적 가치만 추구하게 되어 불행지수만 높아져가고 있다. 

 

이른바 명품에 사족을 못쓰고 온갖 비리가 창궐하는 것도 이러한 가치 기준 때문이리라. 물질 만능의 풍조를 계속한다면 한국 사회는 불행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조선시대에 선조들이 추구했던 삶의 질이 더 선진화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두어 칸 집에 두어이랑 전답이 있고, 겨울 솜옷과 여름 베옷 두어 벌 있고, 서적 한 시렁, 거문고 한 벌, 햇볕 쬘 마루하나, 차 달일 화로하나, 늙은 몸 부축할 지팡이하나, 봄 경치 찾아다닐 나귀 한 마리, 의리를 지키고 도의를 어기지 않으며 나라의 어려운 일에 바른말 하고 사는 것”이 더 이상 부러움이 없는 삶이라고 했으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살롱음악(Salon music)은 18-19세기 동안에 유럽에서 주로 왕후 귀족이나 상류층의 객실에서 연주되었고, 그 이후에는 순예술적 음악으로서 음악계를 중심으로 한 교양이 높 문인이나 화가, 학자들의 개인적 인 집회에서 연주되었다. 

 

당시에는 녹음 기법이나 음향기기 등이 개발되기 전이라 연주를 통해서 생음악으로 감상할 수 밖에 없었다.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낭만주의 운동의 중심은 살롱이었다. 쇼팽도 파리에 진출한 이후 살롱에 출입함으로서 많은 친구를 얻었고 유명한 부인들과의 교우는 정열적인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살롱음악은 애초에 상류층 사회에서 성행되어 일반 대중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중산층이 사회 구성원의 주축이 되어 있으므로 살롱음악도 얼마든지 보편화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뉴질랜드는 서구 문명권의 신생국가이고 중산층의 폭이 넓으며 프랑스에서 말하는 삶의 질에 근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누구나 마음을 정하고 행동을 하기에 따라서 중산층의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오클랜드에 화요음악회가 있는데 매주 화요일 저녁, 취미를 같이 하는 한인들이 모여 클래식 음악을 음반이나 동영상으로 감상하고 있다. 진행자가 미리 감상 곡목(曲目)들을 선정하고 해설 내용을 정리하여 참가자들에게 설명하고 감상에 들어가므로 곡목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거실 공간과 럼퍼스(Rumpus), 차고 공간을 리모델링하여 홈시어터(Home theatre)와 도서실을 꾸몄다. 학창 시절부터 평생 동안 수집한 음향기기, 음반, 도서들을 비치해놓고 원하는 한인 누구에게나 제공하고 있다. 

 

지난 8월 22일에는 200회 기념 파티가 열렸는데 참가자는 각자 요리 솜씨를 자랑하는 플레이트(Plate)를 가져와 서로 쉐어(Share)하니 간단한 뷔페식사가 되었다. 담소를 나누며 음식을 즐기다가 장기 자랑 시간으로 이어졌다. 

 

부모 따라 참가한 소년의 창(唱)으로부터 시작해서 가요열창, 시낭송 등으로 분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피아노 연주가 이어졌다. 살롱음악은 소규모 동호인 성격의 객실 음악이기에 참가자가 쉽게 공감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창출하는 묘미가 있다. 

 

한국에서 3만 리 떨어진 뉴질랜드까지 와서 문화적으로 외롭게 살고 있는 한인들이다. 그러다가 화요음악을 통해서 남녀노소가 특별한 인연으로 모여 클래식의 감성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슈만의 어린이 정경에 나오는 ‘트로이메 라이(Traumerei)’를 연주한 것은 적절하였다. 헤어진 옛날 애인은 그리워만 할 뿐 다시 만나지는 말라고 했다. 좋은 데 시집가서 잘 살고 있으면 배가 아프고, 나쁜 남자 만나 고생고생하다가 추하게 늙은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다시 만나 같이 살자고 하면 골치가 아프기 때문이란다. 

 

고향도 마찬가지이다. 다시 돌아가 살지는 못할지라도 어렸을적 정경을 떠올리며 트로이메라이를 들어보자고 운을 뗀 후 연주를 시작하면서 감정이입을 유도했다.

 

베풀며 사는 사회는 풍요롭다. 갈등과 증오가 사라지고 평화와 행복이 자리한다. 복지국가란 부자국가가 아니라 나눔이 잘된 사회이다. 자신만을 위한 재물이 가치가 없듯이 자기 자신만을 위한 취미나 특기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은퇴 후엔 재물이든, 지식이든, 예/체능이든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나누고 베풀며 살기도 바쁘다. 어차피 죽을 땐 빈손으로 갈 테니까 …….

 

 

칼럼니스트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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