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5일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국민우편설문조사(National Postal Survey) 결과가 통계청에 의해 발표 됐다. 예상대로 응답자 중 찬성이 60%가 넘게 나타나 동성결혼 법제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로써 지난 몇 년 동안 끊임없이 논란의 불씨를 이어 왔던 동성결혼 문제가 조만간 허용으로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동성결혼 합법화’는 집권 자유국민연립을 오랫동안 곤혹스럽게 만들어 온 뜨거운 감자였다. 야당인 노동당은 일찌감치 찬성 당론을 정하고 녹색당과 함께 의원 자유투표로 붙이자고 정부를 압박했다. 자유국민연립도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자는 당론을 고수했다.

여야 모두 당론과 이견을 가진 의원들의 반발 때문에 내홍을 겪기도 했다. 특히 작년 7월 총선을 앞두고 조 블록 노동당 상원의원이 동성결혼 찬성 당론을 따를 수 없다는 이유로 의원직을 사퇴해 충격을 던졌다.

 

동성결혼 합법화 요구는 겉보기에는 엄청난 발화력을 갖고 있는 이슈로 보인다. 하지만 결혼법 개정으로 동성결혼이 허용되면 실제로 동성커플에 대한 어떤 불평등과 차별이 해결되는가를 따져보면 별 내용이 없다.

남녀결합만 규정된 결혼의 법적 정의를 고쳐 동성결합도 포함하라는 단순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국민설문조사에 포함된 질문도 ‘동성커플의 결혼을 허용하도록 (결혼)법을 개정해야 하는가?” 뿐이다.

 

동성커플은 2010년부터 ‘사실혼 등기법’(Relationship Register Act 2010)에 의해 사실혼 부부로 인정이 된다. 사실혼이 법적 결혼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누리기 때문에 동성커플에 대한 불평등과 차별 문제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동성결혼은, 동성결합이 사실혼의 한 형태로 인정되고 있는데 법적 결혼도 추가로 허용하라는 다분히 명목적 성격을 갖고 있다.

 

동성결혼이 그 명목성에도 불구하고 첨예한 정치적 이슈가 된 데에는 양대 정당 중 어느 당도 압도적인 과반을 자신할 수 없는 정치 지형에 기인한 바가 크다. 불과 몇 석 차이로 집권 여부가 좌우되는 박빙 구도에서는 소수그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다. 더군다나 국민들은 물론 의원들 사이에서도 동성결혼 찬성 비율이 우세한 편이다.

자유국민연립 입장에선 동성결혼 문제를 계속 피해하기도 어렵다. 평소는 물론 선거 때마다 이 문제 때문에 수세에 밀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덜컥 의원 자유투표에 붙였다가 통과되면 지지 기반인 보수층의 비난을 고스란히 뒤집어 써야 한다.

국민설문조사는 이런 딜레마를 타개하는 묘수로 보인다. 국민들의 의사를 직접 물어 보고 다수 의견에 따라 홀가분하게 의회 자유투표로 마무리할 수 있는 모양새가 갖추어졌다. 보수 유권자들도 정부 여당을 비난할 근거가 없다.

종교와 양심의 자유 보장같은 세부사항만 조정하면 동성결혼 합법화는 큰 무리 없이 의회를 통과할 것이다. 동시에 정치적 이슈로서의 생명력도 소멸할 것이다. 정부 여당은 곤혹스러운 이슈 하나를 털어 버리면서 이를 보수층의 불만을 결집할 계기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동성애자 단체들이 별 실익이 없는 ‘동성결혼 합법화’를 사활을 걸고 추진한 배경에는 동성애를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 차원을 넘어 보편적 선택 대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동성결혼 허용은 동성결합도 남녀결합처럼 누구나 선택 가능한 결혼의 한 형태가 됨을 의미한다.

동성애는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만인에게 열려 있는 생활방식이 된다. 동성결혼의 허용이 가정, 양육, 학교, 교육, 사회관계 등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가족과 가족관계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과 이해는 이미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정동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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