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유라시아의 이슬람화  

                   

                                                                            김상욱(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장, 한인일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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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빌며 나무가지에 헝겊을 묶어 놓은 모습은 카자흐스탄과 시베리아 를 여행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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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낭당 마을 어귀에 돌무더기와 서낭목과 함께 있던 작은집을 서낭당이라 하였다>

 


  알마타 시민들 뿐만 아니라 이 도시를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명소 중에 하나가 바로 ‘침불락’이다.  주말이면 연인이나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들로 붐비는 ‘메데우’와 함께 알마타 시민들이 애용하는 곳이다. 
침불락에 올라가서 스키 리조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투육수’ 방향으로 약 20~30분 정도 트래킹을 하면 나뭇가지에 헝겊이 묶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서낭당과 유사한 알타이족속의 대표적인 풍습인데, 알마타 주변 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 전 지역 그리고 심지어 러시아의 예카제린부르크에서부터 극동의 블라디보스톡까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샤머니즘 풍습이 아직까지도 이 지역민들의 의식속에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러나 현재 이들은 투르크계 이슬람 민족으로 분류된다. 유라시아 초원의 대부분이 이슬람을 받아들였기 때문인데, 과연 언제부터 중앙유라시아의 이슬람화가  진행되었을까? 
 ‘이슬람화’라는 역사적 현상은 그 기준에 따라 각각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 개인 차원에서 보면 이슬람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특정한 인간 집단을 기준으로 할 경우 무슬림이 된 사람들이 이슬람 규범에 의거하여 사회를 이루어가는 과정을 말하고 지역적 측면에서 고찰할 경우 어떤 지역이 대체로 무슬림 주민에 의해 채워지고 그곳에 이슬람사회가 형성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슬람 세력의 중앙유라시아 진출은 아랍군이 이란 서부 고대도시 니하반드 전투에서 사산조 페르시아의 정규군을 격파하고 사산조 동부 영토인 호라산과 시스탄 방면으로 진출을 시작한 642년 경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근데, 여기서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샛길로 빠져 보자. 글 첫머리에 언급되었던 ‘메데우’와 ‘침불락’에 대해 독자들이 알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것을 몇가지 소개하고 싶다. 바로 명칭의 어원과 또 그와 연관된 고려인이야기들이다.   
  먼저,  ‘메데우’는 지주, 기둥이라는 카자흐어고 러시아어인 침불락은 카자흐어로는 ‘쉼블락’이라고도 불린다. 쉼블락은 쉼(산봉우리)와 불락(샘, 근원)의 합성어로 ‘산봉우리에 있는 샘’이라는 뜻이다. 
  겨우내 톈산에 내린 눈이 여름에 한꺼번에 녹아 내리는 산사태를 막기 위해 건설했다는 메데우 댐에는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메데우댐은 1970년대 건설부 차관을 역임한 허가이 알렉세이 라는 고려인이 건설했다. 옛 자료들을 보면 당시 세계 각국의 토목공학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해발 2000미터 산속에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건설자재를 실은 공사 차량이 진입이 여의치않고 진흙이 흘러내리는 악조건에서 공사를 강횅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속에서 그는 협곡 좌우에 있는 높은 산을 폭파시켜 산에서 쏟아져 내린 흙과 돌로 100미터 높이의 댐을 축조한 공법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된 공법을 보기 위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나라와 일본 유네스코 에서 견학을 오고 모스크바에서 전문가들이 찾아오는 등 한안 허가이 알렉세이 의 명성이 드높아진 적이 있다고 전해지고  이 공로로 허가이는 국가 공로훈장을 받았다. 
   ‘알마티엔지스트로이’사의 신 브로니슬라브회장의 외삼촌이기도 한  그는  한-소 수교 후 카자흐스탄이 독립하자 모스크바 를 돌아와야만 하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카자흐정부에 서울과 알마타간 직항노선을 개설할 것을 건의하고 허가를 받아낸다. 이렇게 해서 1995년부터 김포공항과 알마티공항간에 ‘그라프로’ 직항기가 취항하게 되었다. 
당시 이 직항기는 사람보다 물건이 더 많이 실리는 바람에 화물기라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약 20시간의 하늘길은 절반 이상 단축시켜주었기 때문에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용객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이 ‘그라프로’비행기와 관련된 재밌는 에피소드는 다음에 적당한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글로 정리해 볼 생각이다.)
 어쨋던 이 직항기의 취항은 수교 후  초창기 한-카 간에 경제, 문화교류에 큰 역할을 한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오직 했으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그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허가이 선생을 아스타나 로 직접 불러 축하 해주었겠는가?  
  이제는 침불락에 대한 얘기. 침불락은 볼래 스키장으로 개발된 지역으로 1940년대 말 영국인들이 해발2200미터 위치한 침불락이 스키장으로서 적합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여 침불락을 스키장으로 지정하는 사업을 시작하여 1954년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스키장을 개장했다. 
침불락 스키장은 1단게 케이블 스케이션 2200미터,  2단계 케이블 스테이션 과 3단계 케이블(3200미터)으로 구분되며 총 케이블의 길이는  3000미터에 이른다. 이중 제일 난코스는 3200미터 지점에서 출발하는 탈가르 패스 슬로프로서 리프트로 올라가 톈산 정상에서 내려올 수 있는 유일한 슬로프인 셈이다. 
 침불락 스키장 주변에는 숙박 시설과 식당 및 사우나 등을 갖춘 16개의 코티지와 108개의 개 객실과 식당, 카페 및 나이트 클럽을 갖춘 3성호텔이 영업중이다. 
  2011년 동계 아시안 게임 중 설상 종목 시합이 펼쳐진 침불락은 국제수준의 스키 경기장으로 면모를 갖추었다. 2018년 평창올림픽 다음 대회인 2022년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고 싶어했으나 아쉽게도 베이징 에 4표 차로 져서 아쉬움을 남겼다. 
지금은 메데우에서 침불락까지 올라가는 곤돌라가 수리 및 시설 정비를 이유로 운행하지 않고 있다. 대신 ‘그린 택시’와 ‘그린 버스’가 각각 1인당 300텡게와 200텡게를 받고 관광객들을 침불락까지 올려다 준다. 독자 여러분들도 오는 주말에는 침불락에 올라가서 피서를 즐겨보시길….
(‘중앙유라시아의 이슬람화’는 다음호에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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