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감독의 편지

 

 

아래의 포스터는 올 9월 중순에 상영을 준비하고 있는 '귀향-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초기포스터로서 전소영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전소영작가 초기 포스터.jpg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제목이었던 '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와 포스터는 배급사분들의 오랜 고민끝에 바뀌게 되었습니다. 작가님께서 만들어주신 숱한 귀향의 포스터는 지금도 해외상영회를 통해 소개되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것입니다. 늘 한결같이 함께 해주신 전소영작가님께 죄송한 마음과 함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제작이 끝나기도 전에 의도치 않게 몇몇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말씀드린대로 '귀향-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이제 곧 완성을 목전(目前)에 두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후반작업 감독님들이 분초를 다투며 일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세상에 영화가 나가기 전... 늘 관심과 애정을 주신 페친 여러분께 먼저 감사 말씀과 영화제작 목적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졸문을 남깁니다.

 

이번에 준비한 '귀향-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영화로 보는 '일본군성노예피해자' 분들의 증언집'입니다. 만든 경위를 말씀드리자면...

 

영화 '귀향'이 극장에서 내려온 후 지난 1년 반동안 10개국 61개 도시에서 상영회를 열어왔고 많은 분들의 요청이 있으면 부족하지만 어디든지 대화와 강연의 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남아서 함께 해주신 귀향의 스텝과 배우분들의 헌신과 도움이 있었고 일본에서의 상영회는 목숨을 건 재일교포들의 결기과 행동이 있었습니다. 위험한 상황도 여러번 있었고 그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송구스럽게도 저의 몸이 안좋아져서 본의 아니게 함께 한 가족들에게 큰 걱정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을 돌며 평균 이틀에 한번 상영꼴로 다닐때는 걸어다니는 시체 같았습니다. 유리알같은 몸뚱아리가 원망스러울 때 고통속에서 돌아가신 할머니들과 평생을 바쳐 목숨을 던진 활동가분들을 생각하며 못난 자신을 째찍질하며 하루하루를 반성과 감사로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길 위에서 수많은 의인들을 만났습니다. 푸른 눈의 외국인과 가해국인 일본, 그리고 피해를 당한 국민들이 영화를 보시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우리도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놀랍게도, 많은 외국분들은 이 영화를 통해서 비로소 '일본군 성노예'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셨고 '이것이 과연 사실이냐'라는 질문을 하실때, 아! 이것이 영화 '귀향'을 만든 진짜 목적이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상영회가 상영회를 낳고 또 방문요청이 잦아질수록 또다른 '귀향'의 영화가 필요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런 고민은 두편의 영화 제작이라는 결심을 낳아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이번 영화와 별도로 편집 마무리에 들어간 '에움길'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나눔의집'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아 할머니들의 일상과 이야기를 담아낼수 있었고 후반작업을 거쳐 올 연말에 영화제를 통해 보여드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2002년 나눔의 집 봉사를 갔다가 알게된 충격적인 전쟁범죄에 몸서리치며 써내려간 귀향. 15년이 지나도, 그 사이 정권이 몇번을 바뀌어도, 급기야 이제 서른일곱분의 할머니들께서 힘겹게 삶을 이어가며 우리곁에 계신 지금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남자의 몸으로서 죽어서도 알지 못할 소녀들의 고통을 가슴에 담고 평생 속죄(贖罪)하며 살기 위해 만든 영화가 '귀향'입니다. 할머니들을 만나기 전까지 몰랐던 역사의 진실... 전쟁이 인류의 발전에 필요악일지 모른다는 위험천만한 사고를 깬것도 할머니들과의 만남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본군 성노예'의 진실을 알리는 것만이 강일출 할머니의 '다시는 후대에 우리가 겪은 일을 겪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말씀처럼 전쟁을 막을수 있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일촉즉발의 한반도 상황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지고 무겁기만 해서 죄송합니다.

 

저와 귀향가족들은 이 영화가 수많은 노력들 중 한 조각이 되어 반드시 위안부피해문제가 할머니들의 바램대로 해결될 당당한 길에 작은 촛불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눔의집 안신권 소장님, 정대협의 윤미향 상임이사님같이 모든 것을 바쳐 할머니들을 지키고 헌신하신 든든한 어른들을 바라보고 배우면서 정진 또 정진하겠습니다.

 

귀향을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신 페친 여러분... 다시 한번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부디 강건하시고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조정래 올림

영화 ‘귀향’ 감독

 

 

* 이 글은 조정래 감독이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더 많은 분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소개한 것입니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전국 무료 시사회 (2017.8.11.)

위안부 영화 '귀향' 제작사 영상증언록 상영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m0604&wr_id=6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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