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이홍천 칼럼니스트

 

 

주요 언론들이 예상한대로 올해는 오스미 요시노리(大隅 良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세포가 자신의 단백질을 분해해서 재활용하는 오토파지 현상을 규명한 것이 수상 이유다. 일본은 지난해 오무라 사토시 기타사토대 특별명예교수에 이어 2년 연속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을 배출했다.

 

아베 총리는 수상소식이 전해진 3일 저녁 오스미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서 노벨상 수상을 축하했다. 마쓰노 문부과학대신은 일본이 3년 연속 노벨 수상자를 배출한 것은 일본의 높은 과학기술을 전세계에 보여준 것이라며 일본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기자단에게 밝혔다.

 

아베 총리나 자민당 입장에서는 노벨상 수상을 더 언급하고 싶었을텐데 정치인들이 언급된 경우는 이것이 전부였다. 혹시나 해서 주요 전국지를 다 뒤져봐도 역시나 더 이상의 기사가 검색(檢索)되지 않았다. 2015년 카지타 다카아카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당시에도 아베 총리의 이름은 축하전화를 했다는 것 이외는 등장하지 않았다.

 

아베 정부로서는 일본의 과학수준의 우수성을 선전하고 싶은 자료로 활용하고 싶을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01년에 향후 50년간 3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제2기 과학기술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00년 이후 연이은 노벨상 수상자로 목표달성이 빨라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Yoshinori_Osumi_2016 노벨생리학상 수상자.jpg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 www.en.wikipedia.org

 

 

주요 언론들은 오스미 교수에게 초점을 맞춰 그의 연구내용을 소개하면서 어떤 경위로 이 연구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주로 다뤘다.

 

제목에 ‘쾌거(快擧)’라는 단어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2000년 이후 노벨상 수상자는 17명이나 배출하고 이번이 25번째의 수상자라면 이를 강조할 만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 3년 연속으로 수상자를 배출했다면 각 신문이 앞다투어 제목에 큼지막하게 사용할 만도 한데 산케이신문만 사설제목을 그런 식으로 썼다.

 

산케이는 4일자 ‘노벨상 수상, 쾌거를 미래에 계승하고 싶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다른 언론사들도 같은 날 사설을 실었지만 내용은 차분했다. 아사히신문은 ‘노벨상 모험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요미우리신문은 ‘노벨 의학상 생명이 이어지는 메커니즘 해명해 수상’, 마이니치신문은 ‘순수 기초연구의 승리’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에 비해 노벨상 수상을 둘러싼 인터넷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먼저 ‘노벨상 수상은 내조의 덕인가’라고 부인의 뒷바라지(헌신)를 강조하는 언론보도에 위화감을 나타내는 투고들이 많았다. 인터넷에서는 ‘부인에게 물어본 노벨 수상자들’(NHK), ‘노벨상 수상, 위업 달성 부인의 뒷바라지’(도쿄신문)라고 부인의 내조(희생)가 긍정적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수상자 부인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노벨상 수상 발표 후 첫 기자회견에 부부를 참석시키는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도쿄공업대학 관계자는 부인에 대한 언론사의 취재가 쇄도(殺到)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오스미 교수의 부인 마리코 여사도 도쿄대를 졸업하고 데이쿄 과학대 교수를 역임한 연구자라는 사실은 주목받지 못했다.

 

인터넷을 달구는 화제의 하나는 한국과 중국의 반응이다. 인터넷에서는 한국과 중국을 야유하는 의견이나 일본을 질투하는 내용의 냉소적인 글들이 적지 않다. 시사통신이 ‘한중 (노벨상에 대한) 관심과 초조’라는 기사를 통해서 GDP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비 비율이 일본에 비해 높음에도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과학계 풍토의 문제라고 자조(自嘲)하고 있다는 기사를 소개하자 순식간에 인터넷에 확산됐다. 한국과 중국에 대한 우월감을 조장하는 이런 종류의 기사가 인터넷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일부 지역 방송사는 이들 기사를 흉내 내서 ‘(노벨상) 쾌거에 한국과 중국 초조’라는 기획을 만들기도 했다.

 

노벨상 수상이 국가의 우월을 표현하는 상징이 되고, 타국을 야유하는 이유가 되는 건 노벨상 취지와도 맞지 않다. 배타주의(排他主義)를 조장하는 헤이트스피치 데모가 오프라인에서는 힘들어진 반면 온라인에서 활로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벨상 시상식이 끝날 때까지는 인터넷에서 한국과 중국 때리기가 없어지기를 기대하기는 힘든 것처럼 보인다.

 

* 뉴스로 칼럼 이홍천의 일본통신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leehongc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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