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김원일 칼럼니스트

 

 

KakaoTalk_Photo_20200217_1416_10007.jpg

 

 

최 발렌틴 선생님! 그리도그리워 하셨던 최재형 할아버님을 이젠 하늘나라에서 만나 뵈셨는지요? 선생님께서 이 땅에서 할아버님을 위해 애쓰셨던 것,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최재형 할아버님의 애국 애족하셨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최재형 할아버님이 바라시던 대로 독립된 조국 대한민국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속에 선진화된 국가로 우뚝 솟아나 빛나고 있다는 것도 말씀 드리셨는지요?

 

지난 토요일 아침, 최 발렌틴 선생님께서 운명하셨다는 비보를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하늘이 참으로 야속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은 많이 허락하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독일에서 큰 사고를 당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저는 선생님께서 타고 난 건강 체질이시고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시어 건강만은 자신하셨기에 금방 병상에서 훌훌 떨고 일어나실 줄 알았습니다. 평소같이 밝은 모습으로 모스크바로 돌아오시리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도 이렇듯 비보(悲報)를 접하니 비통하기가 그지없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러시아에 흩어져 있는 한국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애국자분들을 발굴하고 그분들의 업적을 기리는 일에 자신의 삶을 전부 바쳐 오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1995년 러시아독립유공자후손협회를 설립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금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운영해 오셨습니다. 이 단체의 설립으로 러시아에 거주하는 독립운동 유공자 후손들이 비로소 서로 소통하고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습니다. 러시아독립유공자후손협회의 설립은 한국에서는 러시아와 구소련지역 독립유공자들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했던 지난해 2019년은 선생님 생애에 매우 뜻깊은 한해였습니다. 지난해는 선생님께서 그리도 소원하셨던 할아버님 최재형 선생님을 기념하는 박물관이 우수리스크에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10년 넘게 발간을 위해 애쓰셨던 <사진으로 보는 독립운동> 3권이 발간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선생님의 그동안의 노고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선생님께 한국국적을 수여하였습니다. 이렇듯 2019년은 선생님께서 여러 십 년 동안의 쏟아오신 노력이 좋은 결과를 맺어나가기 시작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슬프고 안타깝게도 하늘은 선생님께 더는 허락하지 않고 이렇듯 갑작스럽게 선생님을 앗아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평소에 제게도 매우 각별히 대해 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저는 선생님 생전에 조금이라도 보답해 드릴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음을 큰 다행으로 여기게 됩니다. 선생님께서는 사진으로 보는 독립운동 3권 발간을 위해서 한국정부 측과 기업체 등에 10년 넘게 협조를 부탁하고 있는데 어쩐 일인지 아무도 후원을 않고 있다며 책 발간이 늦어지고 있음을 항상 안타까워하셨습니다. 다행히 제가 한국외대 토대연구단을 소개하여 책 발간에 협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선생님께서 책을 발간하시고 기뻐하시던 모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작년 일 년 내내 각종 기념사업 업무와 행사들로 바쁜 일정을 보내시면서도 항상 밝고 즐거운 모습이셨습니다. 평생을 바쳐온 자신의 일이 큰 성과를 내기 시작할 때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셨습니다. 작년 말에 선생님을 뵈었을 때 2020년은 한러 수교 30주년, 최재형선생 순국 100주년이 되는 해로 2020년에도 2019년과 같이 뜻 깊은 행사들과 기념사업들이 한국과 러시아에 연달아 있다고 하셨습니다. 2020년도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하시면서 기뻐하시는 선생님을 뵌 것이 마지막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별세에 큰 상실감과 비통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선생님께서 살아생전에 독립유공자분들을 선양하는 당신의 노력이 성과를 이루어 가는 것을 보신 것을 큰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외람되지만 선생님의 영혼께서 아쉬움이 크시겠지만 그래도 하늘나라로 오르셔서 기쁜 마음으로 최재형 할아버님을 뵈었으리라고 믿습니다.

 

최 발렌틴 선생님. 선생님께서 그리도 바라셨던 대로 최재형 할아버님과 독립유공자분들은 우리 민족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그리고 최 발렌틴 선생님께서는 할아버님과 함께 기억될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하시던 사업, 준비하셨던 사업들은 우리 후손들이 이어나갈 것입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사랑하시고 존경하셨던 최재형 할아버님과 함께 저희를 지켜보아 주시길 바랍니다.

 

 

 

김원일(국제관계학 박사, 전 모스크바한인회장)

  • |
  1. KakaoTalk_Photo_20200217_1416_10007.jpg (File Size:48.1KB/Download:28)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日전범재판 러국제학술대회 참가기 file

    ‘하바로프스크 재판 : 역사적 의미와 현대의 도전’         지난 9월 6-7일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서 ‘하바로프스크 재판 : 역사적 의미와 현대의 도전’ 이란 주제로 대규모 국제학술대회가 진행되었다. 나는 학술회의 공동 주최자 중에 일원인 러시아역사학회의 초청을 ...

    日전범재판 러국제학술대회 참가기
  • 한국에서 잊혀진 블라디보스톡 동방경제포럼 file

        제6회 동방경제포럼이 9월 2일부터 4일까지 일정으로 개최됐다. 동방경제포럼은 지난 2015년부터 해마다 러시아 정부가 극동지역 개발을 목적으로 외국 투자 유치와 주변국과의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해 개최해 오고 있는 포럼 형식을 갖춘 대규모 국제회의다. 해를 ...

    한국에서 잊혀진 블라디보스톡 동방경제포럼
  • 故 최발렌틴 선생님을 추모하며 file

    Newsroh=김원일 칼럼니스트         최 발렌틴 선생님! 그리도그리워 하셨던 최재형 할아버님을 이젠 하늘나라에서 만나 뵈셨는지요? 선생님께서 이 땅에서 할아버님을 위해 애쓰셨던 것,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최재형 할아버님의 애국 애족하셨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

    故 최발렌틴 선생님을 추모하며
  • 모스크바한국학교 MOKOS 페스티벌 file

    2019 종합학예발표회     Newsroh=김원일 칼럼니스트         유럽 유일의 교육부 인가학교인 모스크바한국학교에서 2019 MOKOS 페스티벌이 개최되었습니다.   모코스 페스티발은 학생들이 지난 1년간 학교에서 배우고 익힌 내용을 발표하는 종합학예발표회입니다. 이번 ...

    모스크바한국학교 MOKOS 페스티벌
  • 그리운 고향 그리운 자식들 file

    ‘사할린 동포들의 슬픔’ ‘사할린한인역사’ 80주년 학술회의     Newsroh=김원일 칼럼니스트         "자식들이 있는 곳이 바로 내고향.."   이산가족의 아픔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2세들의 영주귀국(永住歸國)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지난 9월 21일과 23일, 이틀에 걸...

    그리운 고향 그리운 자식들
  • 모스크바의 고려인 추석큰잔치 file

      Newsroh=김원일 칼럼니스트         지난 14,15일 양일간에 걸쳐 모스크바센터 무제온 야외조각공원에서 김병화재단이 주최한 추석큰잔치가 진행되었습니다.   김병화재단은 구소련시대 전설적 노동영웅 김병화선생을 기리는 비영리재단으로 김병화선생의 손자인 김 로...

    모스크바의 고려인 추석큰잔치
  • “인내 한계라면서 대화거부 않는 북한” file

    “한미, 북과의 정상회담 합의문 위배”       최근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된 가운데 러시아 발다이클럽 통신이 8일 북한의 반발 등 한반도 이슈에 관해 러시아 극동연구소 알렉산드르 제빈 한반도연구센터장의 기고문을 실었다. ‘인내의 한계라면서 대화 거부 않는 북한...

    “인내 한계라면서 대화거부 않는 북한”
  • 러시아 불화수소 한국공급 제안에 美日 당황 file

      Newsroh=김원일 칼럼니스트     한국에 자국산 불화수소(弗化水素)를 공급할 수 있다는 러시아의 제안에 일본과 미국이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러시아 프리마메디아 통신이 보도했다.   프리마메디아통신은 17일 블라디보스톡 발로 “러시아의 불화수소 공급은 한일 무...

    러시아 불화수소 한국공급 제안에 美日 당황
  •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 북한? file

    “실제모습은 달랐다” 러TV 취재     Newsroh=김원일 칼럼니스트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폐쇄(閉鎖)된 나라?   러시아 제5TV가 평양 취재를 통해 북한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을 조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제5TV의 드미트리 아키모프와 드미트리옌코 기자는 평양발 ...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 북한?
  • “러시아 韓위해 제무덤 팠다” 러 경제학자 file

    LNG수송선 한국 주문 비판     Newsroh=김원일 칼럼니스트     러시아 가스기업 노바텍이 LNG 수송선을 한국 조선소에 주문한 것과 관련, 러시아 언론의 부정적 기사가 잇따르고 있다.   일간 모스콥스키콤소몰레츠는12일 니키타 크리쳅스키 경제학자의 ‘근무 태만과 국...

    “러시아 韓위해 제무덤 팠다” 러 경제학자
  •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남북한, 주변국이 함께 노력해야 file

    러 김영웅교수 기고문         2018년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민들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 국가들과 세계 공동체 모두에게 매우 큰 놀라움과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간에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회담은 긍정적인...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남북한, 주변국이 함께 노력해야
  • 북한의 인터넷과 이동통신 file

    지금 북한은 (下편)         외국인에게 보여주는 인터넷은 예전에 도시 변두리 지역에서 유행했던 LAN과 비슷했다. 몇 개의 구역을 묶어서 거기서 영화와 음악을 교환한다. 북한 사람들은 지구촌을 하나로 묶고 있는 인터넷에는 접속할 수 없다. 국내 네트워크에는 핸드...

    북한의 인터넷과 이동통신
  • ‘지금 북한은’ (上) file

    러미디어 르뽀         북한의 가판 매점   북한 서민들의 삶은 이방인들에게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기자들은 안전하게 떨어진 거리에서 즉 버스 유리창처럼 안전하게 떨어진 거리에서만 서민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다. 버스 유리창을 뚫고 나가는 것은 믿을 수 없을 만...

    ‘지금 북한은’ (上)
  • ‘미국, 대러제재 등 두 마리 토끼사냥’ file

    우크라이나 전문가 기고       미국은 미국의회 중간선거가 끝나고 도네츠크 루간스크 주 특정지역 선거를 앞둔 중간 시기에 새로운 대러 제재(制裁)를 시행했다. 미국 재정부 장관은 최근 새로운 대러 제재 시행을 발표했다. 커트 볼커 미국무부 우크라이나 특별 대표는...

    ‘미국, 대러제재 등 두 마리 토끼사냥’
  • ‘아시아의 나토’에 러시아는 참여할까 file

    중국의 급증하는 군사위협       지난해 말까지 유럽주둔 미군 사령관을 지낸 벤 호지스 퇴역장군이 지난 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바르샤바 안보포럼’에서 “15년 내에 우리(미국)가 중국과 전쟁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마이클 봄 자유기고가는...

    ‘아시아의 나토’에 러시아는 참여할까
  • “전세계로 퍼지는 한식” 러 매거진 file

    “된장 간장 고추장 발효3장이 핵심”         보통 러시아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한국 음식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매운 채소 반찬, 러시아 국민인 고려인들의 당근 절임” - 이것이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의 입맛에 대해 러시아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편견이다. ...

    “전세계로 퍼지는 한식” 러 매거진
  • ‘북한은 왜 인기있는 나라가 됐을까’ 러 주간지 file

    혐오에서 호감으로..급격한 변화     유명한 슬로베니아 출신 사진작가 마티아스 탄치치는 북한의 일상생활을 담은 상당히 두꺼운 사진집을 출간했다. 초판 1,000권을 인쇄했는데 순식간에 팔렸다. 두 번째 판은 올해 5월에 나왔는데 매우 시의 적절하게 출판했다. 북한...

    ‘북한은 왜 인기있는 나라가 됐을까’ 러 주간지
  • “아무도 믿지 않았던 북미정상회담” file

    러시아 일간 노바야가제타         70년간 적대관계에 있던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서로 얼굴을 마주대고 단독회담에서, 그 다음엔 확대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그에 대한 반대급부(反對給付)로 북한의 제재 해제와 체제 보장 문제를 논의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

    “아무도 믿지 않았던 북미정상회담”
  • 고려인 록가수 빅토르최 조명 러영화 '레토' file

          레닌그라드, 여름. 80년대 초반. 레닌그라드 록 클럽. 페테르부르크 언더그라운드의 반쯤 숨겨진 존재.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형성되는 길목에 있던 러시아 록 음악의 여명기(黎明期). 밀수품 루 리드, 데이비드 보위, 이기 팝, 밥 딜런, 롤링 스톤스의 밀수 음반...

    고려인 록가수 빅토르최 조명 러영화 '레토'
  • 문대통령의 곡예운전 file

    ‘북한과 미국사이를 조율하는 한국’         한국이 한미 동맹 지지자들과 남북협력 발전을 찬성하는 지지자들 사이의 충돌을 피해가며 곡예운전(曲藝 運轉)을 하고 있다고 러시아 일간 로시스카야가제타가 3일 보도했다.   로시스카야가제타의 올렉 키리야노프 특파원은...

    문대통령의 곡예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