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문가 “경기는 끝났고, 북한이 이겼다“
[시류청론] 트럼프, 김정은과 햄버거 먹는 날이 속히 오기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이 지난 15일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북태평양으로 발사한 이후 한 달 반이 지나도록 탄도미사일을 쏘지 않고 있는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핵압박 공세가 더는 필요 없기 때문이라는 게 국제정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계속되는 북한의 초강경 전략적 핵압박 공세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미국이 국제사회에는 차마 드러내지 못하고 북한에게만 살짝 ‘무조건 대화’를 요청하며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였다면, 북한은 미국에 더 이상 핵압박을 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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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현철 기자
 

북한의 막강한 핵능력을 제대로 보고받은 10월 10일 미국 국가안보회의 이후부터, ‘막말꾼’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발언을 극도로 조심해 왔다. 지난 10월 15일 < CNN >과 대담 중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은 트럼프의 속내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틸러슨은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행동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는 전쟁을 추구하려는 게 아니다. 또한 대통령은 북미 핵대결이 외교적으로 해결되기 바란다는 점을 내게 분명히 했다. 그런 외교노력들은 (북한의)첫 폭탄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고 했다. 즉, 트럼프는 북한의 핵탄이 미국에 떨어질 때까지도 대북 대결 자세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틸러슨이 대신 공개한 것이다.

10월 10일 국가안보회의 후 트럼프의 지시를 받은 미 국무부는 북한 외무성에 ‘무조건’실무급 대화를 제의했고, 북한은 이를 받아들여 오슬로에서 북미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미국이 최근(10.16~ 현재)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또 다시 전개하는 것을 보고 북한은 북미 실무급 대화를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렸다. ‘대화 제의’와 ‘대북 군사훈련’이라는 미국의 2중적인 자세는 불성실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다. 북미 대화의 칼자루는 이제 북한에 있음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순방 직전에 모처럼 받아낸 북한과의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려던 트럼프의 계획은 또다른 경솔한 실수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북한은 이제 애당초의 계획대로 핵무력 완성이 “종착점에 거의 다다른 만큼 전 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하여 끝장을 보아야 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공언한 데 이어 다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또는 뉴욕 앞바다 가까이에 사상 최대 폭발력을 가진 수소탄을 신형 ICBM에 실어 발사할 수 있게 되었다.

<워싱턴포스트> 지난 8월 8일치에 따르면, 7월 20일에 있었던 미 국가안보회의 보고에서는 “북한의 핵무기가 최대 60발에 이른다”는 것과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하는 북한의 노력(속도)이 예상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기사 내용을 접한 핵무기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미들베리 국제문제연구원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쎈터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책임자) 박사는 바로 다음 날 외교전문지 <포린 팔러시>(Foreign policy)에 기고한 글에서, ‘경기는 끝났고, 북한이 이겼다(The Game Is Over, and North Korea Has Won)’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북한을 외교 또는 강제로 비핵화 하는 창문이 닫히고 말았다는 점은 분명하며,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실패했고 북한이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막 내린 경기…트럼프의 ‘무조건 대화’ 결단만 남았다

하지만, 세계패권국가 수장인 트럼프는 자존심이 상한 나머지 미국이 북미 핵대결에서 패했음을 믿고 싶지도 인정할 수도 없어 이러한 사실을 철저히 숨겨야 했다.

우선, 전략폭격기 편대를 한반도 상공으로 출격시켜 북한을 제압하는 척 ‘쇼’를 해 세상을 속였다. 트럼프는 이어 북한이 “화염과 분노”를 맞게 될 것이라고 공갈 협박했다.
북한이 지난 7월 4일과 28일 두 번 실행한 ICBM 화성-14형 시험발사 성공으로 핵무력 완성단계가 입증되면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사라졌는데도, 어리석은 트럼프는 계속 이에 매달리는 오기를 부려왔다.

이에 대한 김정은의 대응이 볼 만했다. 미국의 전 세계 최대 군사기지 괌의 주변해상에 탄도미사일 화성-12형 포위 사격 계획을 공개, 미국군 주력부대를 순식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음을 입증하겠다는 고압적인 자세를 취한 것이다. 트럼프의 오기에 대한 극약처방이다.

이어 북한은 예상을 깨고 9월 3일 열핵탄두(수소탄) 기폭시험을 단행했다. 폭발위력이 1메가톤으로 추산되는 열핵탄두의 대폭발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다급해진 트럼프는 즉시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는 트럼프의 자세가 확 달라져 북미 대결을 매듭짓는 미군의 한반도 철군문제를 검토했으나, 북한과 합의할 때(평화협정용 회담)까지는 이를 극비에 부치고, 대신 그 때까지는 미치광이 전략, 대북 고립 압박, 합동군사훈련의 무력시위 등 방책을 계속 끌고 가기로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귀띔이다.

미국의 역사적 모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의 < BBC > 방송마저도 북한의 ICBM 발사 성공을 확인한 후 “이제 세계패권이 분열됐다(Split)”고 보도한 것은 이제 더이상 미국만이 세계패권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구나, 김정은 부부의 화장품 공장 방문을 세 번째 헤드라인 뉴스로 보도한 10월 30일치 < BBC > 국제방송은 불과 몇 주 사이에 북한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져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서 있음을 보여주었다.

바야흐로 우리 인류는 미국 일극 패권 체제에서 각 대륙을 대표하는 국가들에 의한 다극 체제로 이양되고 있는 시기에 살고 있다.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 중 대북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발언이 나와 전 세계의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오기를 소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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