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리치'만을 위한 정책, 의회 통과 쉽지 않을 듯

(워싱턴=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2017년 1월22일 대통령 취임식 이후 ‘미국 우선주의’가 당장 가시화될 것처럼 오만하고 득의양양하던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심각한 정치 위기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취임 9개월이 지난 현재 의회를 통과한 주요한 법안은 겨우 두서너 개에 불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는 40%의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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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박영철 전 원광대 교수
 

미 언론의 다수가 지난주(9월 24~30일)를 ‘트럼프 최악의 주간’이라 부른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3대 정치적 참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첫째, 공화당의 앨라배마 상원의원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한 후보가 낙선하고, 몇 주 전 백악관에서 쫓겨난 스티브 배넌이 밀어준 후보가 당선, 트럼프의 골수 지지 기반이 반으로 쪼개졌기 때문이다.

둘째, 대형 허리케인 마리아가 휩쓸고 간 푸에르토리코의 자연 재앙에 대한 지난 10여 일간의 대응 조치가 너무 느리고 부실하여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이재민의 분노와 절망이 극도에 달하고 있다. 특히 “연방 정부의 무능한 대응으로 지금 우리는 죽어갑니다”며 긴급 구조를 호소한 산후안시장에게 ‘지도력 부족’이라고 비난한 트럼프에 대한 국민의 질타가 대단하다.

셋째, 최소 26차례에 걸쳐 전세기를 개인적으로 사용하여 수십만 달러의 국민 혈세를 낭비한 톰 프라이스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격노한 트럼프의 예고된 해임을 피하려 전격 자진사퇴했다.

이 같은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6일 대선 때부터 공약해온 ‘역대 최대 감세 정책’의 내용을 구체적인 수치 없이 대략적인 ‘큰 틀’과 방향만으로 발표했다. 오바마케어 폐기와 대안 법안이 상원의 문턱에서 완전히 좌절된 현시점에서 “국민 모두에게 감세 혜택이 돌아가고 GDP 성장이 6%까지 오른다”고 주장하는 이 세제 개혁의 입법화만이 큰 정치적 위기에 빠진 트럼프의 구세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 가능성이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행정부가 의회에 대출한 세제 개혁안은 구체적인 수치 없이 단순히 개혁의 방향과 ‘큰 틀’만을 담은 겨우 9페이지의 짧은 제안서이기 때문이다. 이 제안서는 앞으로 적어도 2~3주 정도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과 하원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쳐 단일 세제 개혁 초안으로 성립될 것이다.

앞으로 찬반 양측이 의회에서 치열하게 논의할 것으로 예측되는 세제 개혁안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다음 5가지이다.

1)세제 개혁안은 미 경제 성장에 어느 정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인가? 2)감세의 최대 수혜자는 톱 1% 고소득자가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저소득자와 중소득층에 대한 감세 대책은 무엇이며 현재 선진국 중 최악인 소득 불평등이 더 심화할 위험은 없는가? 3)‘역사적인 감세와 면세’로 발생할 정부 세수 적자를 어떻게 막을 것이며, 늘어나는 정부 빚은 어떻게 줄일 계획인가?

4)주(州)와 지방 정부에 낸 세금에 대한 ‘공제’ 혜택을 폐지하려는 계획에 대한 국내 7대 주 정부의 반대가 극렬한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5)트럼프 본인과 가족이 세제 개혁의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셀프 감세’라는 비난과 공직자 윤리와 사적 비즈니스 간에 발생하는 ‘이해 충돌’을 피할 길은 있는가? 등이다.

마지막 이슈는 도덕적 해이가 극심한 트럼프 가족과 행정부 고위 관리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우려가 크기 때문에 자칫 이번 세제 개혁의 의회 통과가 좌절할 수도 있다.

위의 5가지 이슈에서 가장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것은 단연코 트럼프의 세제개혁이 ‘수퍼리치’만을 위한 감세 정책인가 여부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번 세제 개혁의 수혜가 극심할 정도로 불공평하다고 한다.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에 소득의 제20분위(즉 소득 수준 0~20%) 가정은 60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을, 제60분위 가정은 660달러의 혜택을, 제100분위 가정은 8470달러의 혜택을 받는다.

그런데 소득 톱 1% 가정은 12만9030달러의 혜택을 받고, 소득 톱 0.1% 가정은 72만2510달러의 혜택을 받는다. 총체적으로 보면 세제 감면 혜택의 80%가 톱 1% 부자에게 돌아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도 심한 소득 불평등이 더 악화할 것은 불을 보듯 확실하다.

결론적으로 국민의 복지와 평등이란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의 ‘셀프 감세’ 정책은 극적인 보완이나 수정 없이 올해 의회를 통과해서는 결코 안 된다. 민주당 의원뿐만 아니라 공화당의 온건파 의원도 이 ‘셀프 감세’ 법안 통과를 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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