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9)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20170912_161626[1] - Copy.jpg

 

 

 

데트몰트에서 하멜른으로 가는 길은 그동안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출발하여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만나지 못한 구릉지대를 만난다. 끝없이 펼쳐지는 평원으로 그야말로 땅은 평평한 것이었다. 평원이고 구릉지이고 독일은 어딜 가나 나무가 빽빽하다. 1906년 프로이센 공화국 때 이미 환경보호법이 만들어졌다. 숲은 언제나 사람에게 고향과 같은 포근함으로 일상의 피로를 풀어줄 뿐 아니라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다.

 

그 울창한 숲을 홀로 몇 시간이고 달릴 때 요정이 ‘뿅’하고 튀어나와 나를 홀릴까봐 겁도 나고 기대도 되고 한다. 숲은 겁도 나고 기대도 되면서 상상력을 자극한다.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숲을 홀로 걸으면서 이야기를 꾸며 아이들에게 들려주었을 것이다. 옛날 우리 할머니는 나를 꼼짝 못하게 하는 두 가지를 다 가지고 계셨다. 이야기보따리와 눈깔사탕이다. 이야기를 술술 잘 풀어내는 사람은 어딜 가도 인기가 좋았다.

 

일주일 중에 하루만 빼놓고 매일 비가 오락가락한다. 오늘도 수십 번은 더 우비를 입었다 벗었다 하고 잠바를 입었다 벗었다 했다. 을씨년스런 이런 날씨가 계속되면 동화처럼 신비하고 통쾌하며 신나는 일이라도 상상하지 않는다면 우울증이라도 걸릴 것 같다. 베저강이 시내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하멜른에 들어서자 ‘피리 부는 사나이’ 조형물이 보인다.

 

독일은 고전음악의 나라이며 철학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동화의 나라이기도하다. 덴마크에 안데르센이 있다면 독일에는 그림형제가 있고 우리에겐 방정환 선생이 있다. 연년생인 형 야콥 그림과 동생 빌헬름 그림 두 형제는 언어학을 전공하였다. 나폴레옹 군대가 독일을 침공하여 전란에 휩싸이자 일자리를 잃은 형제는 고향에 낙향하여 옛날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형 야콥은 돌아다니면서 구전이나 전설, 민담을 모으고 동생은 상상력을 더해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다듬어 동화로 만들었다.

 

지구상에서 성서 다음으로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읽히는 책이 바로 그림 형제의 동화집이라고 한다. 나도 글자를 배우기 전부터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와 라디오, TV, 만화나 그림책 등을 통해서 이런 동화를 접하고 자랐다. 백설 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장화 신은 고양이, 거위치는 소녀,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등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이야기를 통해 상상력과 꿈을 키웠다.

 

독일에는 그림형제가 출생해서 성장하고 구전동화나 설화들을 수집했던 도시들을 이은 동화가도가 있다. 동화를 품은 마을을 옛 모습 그대로 또는 동화를 모티브로 이야기를 재현하며 만든 조형물들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림 형제가 태어난 하나우에서 브레멘까지 600여km를 이은 긴 구간에 인접한 도시들이 동화와 관련된 흔적들을 부각하여 관광지로 발전하였다.

 

몸이 쇠약해져 더는 짐을 나를 수 없는 당나귀와 노래를 잘하고 싶은 수탉, 입 냄새가 심하게 나는 개와 쥐를 잡지 못 해 쫓겨난 고양이가 모여서 만들어낸 브레멘 음악대의 배경도시는 브레멘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쫒아 나선 아이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던 도시는 하멜른이다. 숲 속의 공주가 잠자는 도시의 무대는 자바부르크, 신데렐라의 성이 있었던 곳은 폴레, 흥미진진하고 신기한 이야기가 도시를 따라 펼쳐진다.

 

 

20170913_075433[1].jpg

 

 

이 도시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람‘이라는 전설의 고향이다. 이 이야기는 한때 전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간 간 흑사병과 관련이 있다. 중세 이후에도 유럽 사람들의 위생관념은 열악한 상태였다. 그 유명한 베르사이유 궁전의 화려함 속에도 욕실이나 화장실이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페스트가 유럽을 휩쓸고 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확인되지 않은 역사에는 중세 유럽을 몽골군보다 더 공포로 몰아넣었던 흑사병은 중국 남부에서 발생했고 몽골 병사들을 통해서 북부로 옮겨졌다고 한다. 이 흑사병이 몽골 왕실을 무너뜨렸다는 설도 있다. 원나라 통치자들의 납득할 수 없는 연쇄적인 죽음이 흑사병과 연관이 있다는 소문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흑사병은 유럽으로 건너가서는 유럽의 불결한 환경에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유럽인구의 1/3이 이 병에 걸려서 죽었다.

 

쥐는 인간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도 있으며 언제나 골칫덩이였다. 하멜른은 멋진 도시였지만 쥐는 항상 말썽이었다. 쥐는 곡식을 축내고 병균을 옮기고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사람들은 시장에게 쥐를 없애달라고 민원을 넣지만 시장은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남자가 피리를 가지고 나타난다. 그는 시장에게 도시의 쥐들을 모드 없애 줄 테니 금화 천 냥을 달라고 요구한다. 이 피리 부는 사람이 피리를 불자 여기저기 숨어있던 쥐들이 모두 사나이를 뒤따라가 강에 빠져 죽고 만다.

 

시장은 문제가 해결되자 약속한 금액의 일부만 주고 사나이를 쫓아낸다. 얼마 후 이 사나이는 하멜른에 다시 나타나 피리를 불었고, 이번에는 아이들이 사나이의 뒤를 따르게 되었다. 이후로는 이 도시에서 아이들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일설에는 이 아이들이 십자군전쟁에 끌려갔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온다.

 

 

20170913_070604[1].jpg

 

 

하멜른에서 아침 밥상에는 쥐가 한 마리 올라와있다. 쥐 조형물의 용기이다 그 안에 삶은 계란이 담겨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빗길을 힐데스하임까지 50km를 달려가야 한다. 힐데스하임까지 왔지만 이곳 호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최하가 200유로를 넘는다. 400일이 넘는 여정을 하면서 하룻밤 숙박비로 그렇게 지불하기는 너무 부담이 컸다. 그러지 않아도 유럽의 숙박비가 만만치 않아서 부담이었는데 둘러보니 강가에 야영을 하면 분위기도 나고 유럽의 대지에서 일어나는 대지의 기운을 느끼고 싶기도 했었다.

 

혼자 야영을 할 때 제일 고려 대상은 사람이다. 사람이 제일 무섭다. 사람의 눈이 띄지 않는 으슥한 곳에 텐트를 치고 자리에 눕는다. 거센 바람이 밤새도록 윙윙거린다.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빗방울이 텐트를 때리는 소리까지 으스스하게 들린다. 이건 재밌고 신비스런 동화가 아니라 괴기스런 동화의 밤을 지새워야 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 문학’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gmg

 

강명구 마라토너를 후원해주세요!

 

‘다음 스토리 펀딩 사이트’ 후원하기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28438

한국 후원구좌

110 448 396768 (신한은행 강명구) Mobile 010 4661 9424

 

 

  • |
  1. 20170912_161626[1] - Copy.jpg (File Size:91.9KB/Download:22)
  2. 20170913_070604[1].jpg (File Size:125.9KB/Download:19)
  3. 20170913_075433[1].jpg (File Size:213.0KB/Download:26)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이민자의 섬에서 찾은 안창호와 이갑 file

    안창호 106년전 美이민국 서류 신장과 눈색깔, 현금까지 상세 기록   Newsroh=노창현 newsroh@gmail.com     ‘국적 한국, 신장 5피트10인치, 머리칼 검은색, 눈동자 진한갈색, 소지현금 50달러...’   도산 안창호가 미국에 도착한 1911년 9월 3일 이민국의 서류에 기재(...

    이민자의 섬에서 찾은 안창호와 이갑
  • 훈수꾼인가 훼방꾼인가 file

    일본 아베와 이스라엘 네타냐후       Newsroh=김태환 칼럼니스트     지난 19일 화요일 유엔 총회에서 전세계 인류를 공갈협박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 때 가장 불편스런 표정을 나타낸 사람은 다름아닌 그의 비서실장 존 켈리 (John Kelly) 였다고 카메라가 잡았...

    훈수꾼인가 훼방꾼인가
  • 남북통일은 운명적인 사랑이다 file

    (10)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동서독의 물류를 연결하던 도시 헬름슈테트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나는 단순히 달리는 행위 하나로도 인류의 새로운 지평(地平)을 이야기하는 뻔뻔함을 갖추고 있다. 나는 달리기로 세계 최고의 대서사시를 쓰겠다고...

    남북통일은 운명적인 사랑이다
  • 돈키호테의 착각

    컴퓨터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요즘 바빠서 너무 힘들다고 했다. 젊어서 컴퓨터를 배울 땐 하루 종일 컴 앞에 앉아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환갑을 넘긴 나이에 젊은 애들같이 일하게 되었다며 그 꿈이 왜 이렇게 늦게 이뤄졌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100세 시대에 ...

    돈키호테의 착각
  • 영주권 신청과 공적 부담 file

    [이민법 칼럼] 현금 형태의 장기간 정부 보조 피해야   (올랜도) 위일선 변호사(본보 법률분야 필진) = 가족 초청이나 취업을 통해 영주권을 신청하는 경우 이민국에 제출하는 영주권 신청서 서식 (Form I-485) 을 작성하다 보면 과거에 각종 범법 사실이 있는지 혹은 법...

    영주권 신청과 공적 부담
  • '플리 바게인', 외국인에 어떤 영향 주나? file

    [법률상담] 1년형 이상인 경우 추방 재판에 회부될 수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현 변호사 = 한인사회에서 이민법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절차대로 진행했다가 피해를 당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최근 미 이민법은 연방정부의 이민정책, 국토 안...

    '플리 바게인', 외국인에 어떤 영향 주나?
  • “Dotard?” 뉴욕타임스도 놀랐다 file

    김정은, 트럼프 ‘Dotard’ 비난   Newsroh=노창현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제길 도타드가 뭐야? 트럼프와 김정은이 지금 뭐라고 싸우는거야?” “What the Hell Is a Dotard, and What Are Trump and Kim Jong-Un Fighting About Now?” -GQ Magazine   북미간 지...

    “Dotard?” 뉴욕타임스도 놀랐다
  • 하멜른의 홀로 뛰는 사나이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9)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데트몰트에서 하멜른으로 가는 길은 그동안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출발하여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만나지 못한 구릉지대를 만난다. 끝없이 펼쳐지는 평원으로 그야말로 땅은 평평한 것이었다....

    하멜른의 홀로 뛰는 사나이
  • “신앙적으로 지구의 나이는 6000년?” file

      [국제칼럼]   (워싱턴=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 교수) = “한국 벤처의 새로운 아이콘을 찾아 모시려 했는데, 답을 찾지 못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5일 자진 사퇴를 밝힌 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근에 불거진 ‘인사논란’에 대...

    “신앙적으로 지구의 나이는 6000년?”
  • 연변의 곰 양육장과 웅담

    무절제함 막기 위해 중국 정부에서 직영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두만강 강변을 따라 두문시에 들려 중국과 북한 사이에 있는 다리위의 국경선에 서서 북한영토를 밟아보고 돌아오는 길에 반달곰 양육장에 들렸습니다. 한국의...

    연변의 곰 양육장과 웅담
  • 한국 부모에게 더 알려진 보딩스쿨

    [교육칼럼] 기숙사 제공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 = 보딩스쿨은 아마도 미국 현지에 있는 교포 여러분에게보다 한국에 계신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훨씬 더 많이 잘 알려진 학교의 형태일 것이다. 오늘 칼럼을 통해서는 보딩스쿨이라는 말...

    한국 부모에게 더 알려진 보딩스쿨
  • 같은 집인데 재산세 차이 나는 이유는? file

    [생활칼럼] 플로리다 '세이브 아우어 홈스' 규정으로 재산세 '들쑥날쑥'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 기자 = 요즘 플로리다에서는 주택보험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지만, 재산세를 조절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얼마전 <올랜도센티널>은 올랜도에서 안정지역으로 손...

    같은 집인데 재산세 차이 나는 이유는?
  • 살짝 아쉬움이 남는 이야기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는 엄격하신 분으로 다정다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위로 오빠 세 명은 항상 아버지를 어려워했다. 나 역시 20대 중반까지 그랬던 것 같다.    엄마가 시집 와서 보니 양반 집안에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라 힘드는데도 선비로서의 체면 때문에 일은 하...

    살짝 아쉬움이 남는 이야기
  • “트럼프 대북발언은 전쟁범죄” file

    “인종청소 협박” 주류 언론 맹비난   Newsroh=김태환 칼럼니스트     필자가 43년전 미국에 왔을 때 먼저 뉴욕에 정착했었는데, 뉴욕에는 대학을 마치고 먼저 미국에 온 고등학교 동기가 있었다. 그는 뉴욕 다운타운에서 운송업을 하여서 지인 중에 귀국 이사하시는 분들...

    “트럼프 대북발언은 전쟁범죄”
  • 뮤지컬 ‘알라딘’ 감상기 file

    뉴욕에서 만난 요술램프   Newsroh=민지영 칼럼니스트           어릴적 한 번쯤은 알리바바의 요술램프를 얻어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는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먼지 투성이의 램프를 손으로 닦아내는 순간, 모든 소원을 이루어 주는 램프...

    뮤지컬 ‘알라딘’ 감상기
  • 내가 언제부터 '맴(Ma'am)'이었죠? file

    [생활칼럼]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헬스클럽 이용이나 에어로빅, 화장품 그리고 성형 등 각종 현대적 생활혜택 탓인지 요즘은 나이와 비교해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젊음을 지니고 있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 요즘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줌마 혁...

    내가 언제부터 '맴(Ma'am)'이었죠?
  • 목표를 잃어버린 친구에게 file

    [이민생활이야기]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가난하게 살고 있는 한 노인이 있었다. 사람들이 그 노인에게 "당신의 평생의 소원이 무엇이요?" 라고 물으면 노인은 매번 "아주 고급스런 외투를 갖는 것이요" 라고 대답했다.   그는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즐...

    목표를 잃어버린 친구에게
  • 별의 자손 file

    별의 자손 <시선>   호월(올랜도 거주 과학시인)     내 본향은 별이다   태고에 반짝이던 별이 고온 고압인 자신의 내부에서 수소 영양분으로 내 몸의 구성원소를 형성했고 오랜 후에 그 원소들이 나를 구성했다   태초 백억 년보다도 더 전에 거대한 별에서 만들어진 ...

    별의 자손
  • 수치심(Shame), 숨고 싶다

    고등학교 이 학년 때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 순간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카락 다 빠진다’라는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런데도 비를 맞으며 계속 걸었다,‘사람들은 나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할까.’ 남의 시선을 의...

    수치심(Shame), 숨고 싶다
  • 북한 미사일 발사, 이번엔 괌보다 더 멀리 file

    [시류청론] 이제 트럼프의 선택은 대화뿐이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이 새 유엔제재 결의 4일 후인 9월15일 새벽, 지난 8월29일 북태평양에 첫 발사했을 때와 같이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거쳐 화성-12형을, 이번에는 이동발...

    북한 미사일 발사, 이번엔 괌보다 더 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