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이계선 칼럼니스트

 

 

문재인정부의 국정원장 서훈내정자가 말썽 많은 청문회를 통과했다. 손벽치는 나를 보고 아내가 핀잔이다.

 

“여보, 당신친구가 국정원장이 된 것 처럼 기뻐하는데 아는 분이오?”

 

“알다 마다. 깊은 이야기를 나눈적도 있지. 당신도 만나봤는데?”

 

“뭐라구요? 우리가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정보부장을 만나봤다니!”

 

부통령제도가 없는 한국에서 국정원장을 소통령(小統領)이라 부른다. 대통령(大統領)다음가는 2인자이기 때문이다. 서열은 장관급이지만 장관들을 몸종 부리듯 한다. 김형욱정보부장은 맘에 안 드는 장관을 보는 앞에서 불러 세워 구둣발로 정강이를 깠다. 문제학생을 벌주는 훈육선생처럼 개새끼 소새끼 욕설을 퍼부어 대면서.

 

국정원의 원조는 자유당시절의 악명높은 군대마피아 방첩대다. 4.19로 들어선 장면정부는 미국의 CIA, 쏘련의 KGB, 이스라엘의 모사드를 모방한 중앙정보부를 만들었다. 타고난 정보통 이후락이 기안했다. 이후락은 국외정보외에 국내정치를 조정하는 기능을 첨가했다. 정보부만 가동했더라면 5.16군사구데타는 사전에 발본색원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보부출범을 며칠 앞두고 5.16이 터진다. 장면정부 요인으로 감옥에 들어간 이후락은 쥐새끼처럼 빅딜을 시도했다.

 

“나를 빼내어 주면 내가 만든 중앙정보부 보물지도를 당신들에게 내 주겠오”

 

감옥에서 기어 나온 이후락은 박정희에게 찰싹 붙는다. 김종필은 이후락이 만든 보물지도(?)를 들고 초대중앙정보부장에 오른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막강한 자리다. 재벌급 재산을 모은 김종필 김형욱 이후락은 악명높은 정보부장들이었다. 김재규정보부장이 박정희대통령을 쏴 죽이는 바람에 좀 위상이 흔들렸다. 중앙정보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으로 부드럽게 고쳐왔으나 여전히 소통령이다.

 

72년 대선에서 100만 청중을 동원하고도 진 김대중은 탄식했다.

 

“내가 태통령선거에서 진건 박정희가 아니라 정보부장 이후락에게 진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문재인도 국정원의 댓글부대 선거개입을 규탄했다.

 

그런 국정원장을 만나봤다니? 내가 생각해봐도 신기한 일이다. 청와대나 남산에 있는 국정원청사에서가 아니었다. 문인들의 모임에서였다.

 

3년전 뉴욕 업스테이트에 있는 장석열박사의 폴링산장에서 단풍문학제가 열렸다. 강사 서훈박사. 이화여대 북한학교수 국제전략연구소(CSIS)연구원 전 국정원3차장.

 

‘대학교수들은 안식년이면 미국대학에 교환교수라는 명목으로 와서 몇개월동안 미국여행을 즐긴다. 서박사도 그런 케이스로 워싱턴DC의 CSIS에 왔겠지?’

 

여자대학교수라서 그런지 부드러웠다. 시골교회 집사님처럼 조용조용 받드는 자세로 강연을 풀어나갔다. 국내안보를 설명하더니 슬그머니 판문점을 넘어 김대중 노무현의 남북정상회담을 기획 연출한다. 통일원장관을 지낸 이재정 박재규 정세현의 강연을 들어봤다. 노길남 오인동박사의 통일론도 읽어봤다. 이제껏 들어본 것 중 서훈박사의 통일론이 가장 낫다는 생각이 든다. 넓고 깊고 알차고 견고해보였다. 서울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서훈은 국정원에서 25년 넘게 북한문제를 연구한 북한문제 최고권위자다. 북한담당 제3차장을 지내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서자 이대교수로 옮긴다. 워싱턴DC에 있는 CSIS 연구원으로 왔다가 뉴욕문학제에서 만난것이다.

 

그가 이번에 문재인정부의 국정원장으로 발탁됐다. 내가 손벽을 치면서 반가워한것은 김재규의 복권 때문이다. 김재규정보부장이 박정희대통령을 10,26의 총성으로 시해했다. 덕분에 한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민주경제대국으로 번영하고 있다. 김재규덕분이다. 그런데 정작 김재규는 대역무도죄인으로 묻혀있다.

 

나는 3년 전 “신부님, 김재규는 악인인가요?”란 장편실화소설을 썼다. 청와대가 무서워 출판사들이 기피했다. 출판해주겠다는 어설픈 사기꾼에게 출판비만 털리고 말았다. 김재규복권을 주장하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복권을 목적하고 쓴건 아니다. 실화소설답게 자료를 수집하고 사건을 파헤쳐가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김재규복권을 부르짖게 되고 말았다. 이런 대목이 나온다. 사형당하기 전날 김재규가 안동일변호사에게 남긴 말.

 

“간밤에 꿈을 꿨습니다. 내가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데 무지개를 넘으니 꽃밭이 나타나는 거예요. 꽃밭에 내리는데 박정희대통령이 손을 흔들면서 환영합디다.

 

’어서 오게. 내 자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네‘.

 

내가 대통령의 손을 덥석 잡으면서

 

’형님, 미안합니다. 내가 궁정동에서 형님한테 총질한거 용서해주이소‘

 

했더니,

 

“아따, 이사람 별걸 다 기억하네. 자네 유치원 시절에 발가벗고 치고 때린 불알싸 움 한걸 갖고 어른이 돼서 시비하는 사람 봤나? 죽음의 세계에서 보면 세상권세 부귀영화가 다 유치원장난처럼 유치한거야. 죽고 나면 하룻밤 꿈처럼 허무하게 되고 마는데 그걸 해먹겠다고 독재하고 죽이고 싸웠으니...‘

 

너무 반갑고 고마워서 우리 둘은 서로 부등켜 앉고 엉엉 울었습니다. 한참 울다 깨어보니 꿈 이었어요“

 

(김재규장군이 곧 사형당하여 죽을 꿈을 꿨구나)

 

안동일은 서글펐다.

 

극우보수 논객 조갑제는 이런말을 했다.

 

“김재규는 박정희를 영웅으로 만들어줬다”

 

“서훈국정원장이 대선배 김재규정보부장을 복권시켜 줬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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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웹진 뉴스로칼럼 '등촌의 사랑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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