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백해무익’ 전단살포, 적극 대처해야… 북한도 인내심 보이기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 <노동신문>은 "6월 9일 12시부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 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라고 8일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이어 "남조선 당국과 더는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라며 "(통신연락선 차단•폐기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공간을 완전 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 행동"이라고 밝혔다.
 
harold.jpg
▲ 필자 김현철 기자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6월 4일 탈북자들이 5월 31일 살포한 대북 전단지와 관련하여 ‘문재인 정부가 이런 행위를 방관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이례적인 강경 담화를 발표했었다.

특히 그는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 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며 남한 정부를 에둘러 겨냥, "면전에서 자행되는 악의에 찬 행동"이며, '들짐승보다 못한 인간 추물' '쓰레기' '똥개'라는 거친 막말까지 사용했으며 “적은 역시 적이더라”라고 못 박았다.

북한은 이렇게 대북 전단 살포가 문재인 정부의 방치 때문으로 인식하고 있는 데 반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여정의 담화 후 전단 살포는 "백해무익한 행동"으로 "안보에 위해를 가져오는 행위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북에서는 이를 전혀 성의 없는 자세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국방부 등도 황급히 김여정의 담화 4 시간 후 이구동성으로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제도개선을 준비 중“이라면서 ”9.19 남북 군사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라고 원론적 수준의 발언에 머물렀다.

문재인 정부는 4.27 판문점선언과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로 남북이 서로에 대한 비방 중상 중단과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하지 말자고 약속했음에도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지금까지 문제 삼은 적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한반도 평화를 염려한 민간단체와 북의 보복 포격이 두려운 현지 주민들이 전단 살포 행위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었다.

또 북한은 작년 초에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의사를 남측에 공식적으로 밝혔으나 문재인 정부는 한미 워킹그룹과 대북제재로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북에 큰 실망을 안겼다.

이에 참다못한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에 있는 남측 시설물 철거를 지시하자 정부는 그때서야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대화해야 한다느니 뭐니 호들갑을 떨었다.

북쪽이 문제 삼은 이번 전단은 전단 50만장과 소책자, 1달러 지폐 2천장, ICBM 미사일 사진과 나란히 김정은의 사진까지 곁들여 그를 ‘무뢰한’이며 '위선자'라고 비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전단을 실은 풍선에는 지성호, 태영호 등 탈북자들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됐다고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도 매달았다.

그 중 사진까지 곁들인 “김정은 위선자, 무뢰한”이라는 대목은 북한의 정서상 용납할 수 없는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다.

현행법으로도 전단살포 막을 수 있다

한국의 정보당국이 탈북자들의 남쪽 생활 적응 교육, 대북 휴민트(인간정보) 양성등 그들 ‘새터민’의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은 공개된 비밀이다. 가짜 간첩까지 마음대로 만들어 온 정보당국이 탈북자들의 전단 살포 여부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믿을 사람이 있을까.

또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전단살포 단속을 위해서 꼭 새 법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현행 형법 제99조는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 또는 위반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있고, 또 형법 제100조에는 이 죄의 미수범도 처벌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즉 형법 99조와 100조에 따라 법적 처벌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탈북자 단체를 암암리에 지원하고 있다는 북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활동 자금 출처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또는 산하 정보기관이 그들의 활동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판단할 소지가 크다.

문재인 정부가 지나친 미국 눈치보기와 대북전단 살포에 미적지근한 대응을 한 것이 이번과 같은 사태를 가져온 책임이 있음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누가 뭐래도 문재인 정부만이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군사합의서까지 이끌어 낸 유일한 정부였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총선 승리로 뒤늦게나마 남북문제 해결에 보다 자유로워 진 점을 인식해야 하고 조금 더디더라도 남쪽과 손 맞잡고 평화통일의 길로 함께 진군해 나가야 한다.

양 정상은 배달민족의 성산(聖山) 백두영봉 정상에서 맞잡은 손 높이 들어 ‘조국평화통일’을 다짐했던 역사적인 사실을 벌써 잊었는가. 무너져 가는 남북관계가 회복되기를 민족의 이름으로 기원한다.
  • |
  1. harold.jpg (File Size:18.3KB/Download:22)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사과' 기대 저버린 문재인의 한국전 기념사 file

      김정은, 그래도 정상회담 성공시킨 문재인과 다시 손 잡아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6.25 70주년 기념사는 그의 통일철학 부재와 희박한 민족의식이 잘 드러나 있어 우리 민족의 앞날이 크게 우려된다. 그는 남측 겨레의 대통령이기에...

    '사과' 기대 저버린 문재인의 한국전 기념사
  • 바이러스 공포에서 일자리 공포로

      올 겨울에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추운 계절을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살아 남았지만 그 후폭풍인 정리해고의 희생자가 되었다.  바이러스 공포가 물러나면서 이제 일자리 공포가 오고 있다.    실직자수 이미 세계금...

  • 통일철학 빈약한 문재인, 평화통일의 길 막고 있다 file

      미국과 연합하여 ‘상호 적대행위 폐지’ 9.19 군사합의 등 안 지켜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 노동당은 6월 21일, ‘남북 합의가 이미 휴지조각이 됐다. 똑같이 당해 봐야 한다’ 면서 남한으로의 전단 살포를 강행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6월 16일 남북...

    통일철학 빈약한 문재인, 평화통일의 길 막고 있다
  • 한 해 성적표 받아든 NZ대학들

    ▲ 세계 대학 순위 1위에 오른 MIT 대학 전경   매년 6월이면 뉴질랜드의 각 대학들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많은 대학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질 ‘성적표’ 들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대학들이 받아들 성적표는 다름 아닌 ‘QS 세계대학순위(QS World Univer...

  • 향수병

    어쩌면 무척이나 당연한 얘기겠지만 난 늘 뉴질랜드에 대한 향수병을 달고 산다. 뉴질랜드에 관련된 것이 예능 프로그램 등의 방송에라도 나오면 반드시 본방을 챙겨보고, 뉴질랜드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뜨면 반드시 클릭해서 읽어본다. 특히 요즘은 뉴질랜드가 코로나 ...

  • 직장 동료를 존중해서 항상 영어를 사용하기 바랍니다

    지난 5월 27일 RNZ에 자극적인 기사가 올라왔다. 제목은 ‘English language-only sign at cafe taken down’으로, 번역하자면 ‘카페의 영어만 사용하라는 사인 내려지다’가 되겠다. 문제가 된 이 사인의 카페는 오클랜드에서 Mt.Eden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Circus Circus...

  • 파국으로 치닫는 남북 관계, 길은 없나 file

      [시류청론] 문 대통령은 미국에 '노!' 하고, 김 위원장은 '우리민족끼리' 자세 견지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문 대통령은 6·15 남북 공동선언 20돌인 6월 15일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나와 김정은 위원장이 8천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

    파국으로 치닫는 남북 관계, 길은 없나
  • [홍콩] 기자의 눈 - ‘범죄인 송환법 개정 반대시위, 1주년 행사’...

    이유성 위클리홍콩 편집장/기자    지난해 6월 9일, 범죄인 송환법 개정을 반대하는 시위가 홍콩에서 처음 촉발되었다.   홍콩 남성이 여자 친구와 함께 대만 여행 중에 여자 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돌아왔다. 홍콩과 대만과의 범죄인 송환법이 체결되지 않아 이 남성...

  • 3% 밑으로 떨어진 모기지 금리

    모기지 금리가 불가피하게 오를 것이라는 시장 관계자 대부분의 예측을 뒤엎고 시중은행들이 최근 모기지 금리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면서 1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2.79%까지 내려갔다. 중앙은행은 시중은행들에 올 12월까지 마이너스 금리에 대비한 시스...

  • 대북 전단지로 무너지는 남북관계, 문 정부 책임 크다 file

      [시류청론] ‘백해무익’ 전단살포, 적극 대처해야… 북한도 인내심 보이기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 <노동신문>은 "6월 9일 12시부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 통신연락선, ...

    대북 전단지로 무너지는 남북관계, 문 정부 책임 크다
  • 양치기 견공들 “일자리 잃을까?”

      최근 국내외 언론들에는 뉴질랜드의 한 목장에서 양치기 역할을 하는 로봇개에 대한 기사와 사진들이 일제히 실렸다.      ‘스팟(Spot)’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로봇개는 2015년 처음 소개된 후 컴퓨터 및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최근 새로운...

  • ‘러시안룰렛게임’에 초대된 인류

    코로나19에 유용한 정보들     지난 3~4개월 동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에 대한 무수한 정보를 접하다보니 전문성의 유무를 떠나 중구난방(衆口難防), 불확실과 혼란이 가중되면서 심지어 속수무책, 체념으로 사람들을 내몰게 합니다. 홍콩대 연구진은 코로...

  • 코로나19에 인종갈등까지… 혼돈에 빠진 미국 file

      [시류청론] 지하벙커에 피신한 트럼프, 재선가도에 '빨간불'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백인 경찰의 무릎에 9분 동안이나 목을 짓눌려 사망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46) 사건에 항의하는 미국의 폭력 시위가 6일째 이어지...

    코로나19에 인종갈등까지… 혼돈에 빠진 미국
  • 젊은이도 안심못하는 코로나바이러스 file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미국 소아과계에 비상 신호가 켜졌습니다.   유아를 포함한 어린아이들이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심각한 질병에 걸린다는 것인데 고열을 동반한 염증과 호흡기 질환으로 이미 85건이 보고되어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뉴욕에서만 세 명의 어...

    젊은이도 안심못하는 코로나바이러스
  • 수난당한 양심적인 의료인들 file

      [기고] 암, 악성호흡기 질환 등 치료법 개발이 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전 세계 신종 코로나 감염률, 사망률 모두 세계1위인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현재 모든 인류가 그렇듯 구세주를 기다리듯 백신의 출현만을 고대하고 있는 안타까운 오늘이다...

    수난당한 양심적인 의료인들
  • [포커스] 다시 고개 드는 인종차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인종차별 행위도 급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 행위가 크게 늘어 경제 침체와 실업 증가를 가져온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총선을 앞...

  • [홍콩] 기자의 눈 - 코로나가 세상을 바꾼다(The POST-COVID-19) file

    이유성 위클리홍콩 편집장/기자     인간이 탄생한 태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병원성 미생물은 공존하며 살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병원성 미생물로 인해 수많은 전염병이 인류를 재앙으로 인간의 역사를 수없이 변화시켜왔다. 전염병은 언제나 예기치 않게 찾아...

    [홍콩] 기자의 눈 - 코로나가 세상을 바꾼다(The POST-COVID-19)
  • 고객 잃지 않으려면 회사 정책에 융통성 더해야 file

      좋은 고객 서비스는 업체 경쟁력 강화의 원리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지난 칼럼에서 경쟁력의 10대 요소 즉 1)상품의 디자인, 2) 원가, 3) 업체의 위치, 4) 품질, 5) 신속성, 6)융통성, 7)재고관리, 8) 조달관리, 9) 서비스...

    고객 잃지 않으려면 회사 정책에 융통성 더해야
  • 리더십은 배우고 습득할 수 있는 기술 file

      관리, 판매, 지도, 외교 등 역할에 구체적으로 나타나 (워싱턴 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가) = 교육 전문가들이 늘 언급하는 말 중에 리더십이 있습니다. 대학 입학 사정관들도 학생의 리더십을 중요시 여기고, 보딩 스쿨에 지원하는 학생들에게도 요구하는 ...

    리더십은 배우고 습득할 수 있는 기술
  • 북.중 두 군사강국의 공세, 미국은 당해낼 수 있을까 file

      [시류청론] SLBM 보유한 북한, 사이버전 능력도 미국 추월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4개월 전 ‘북한이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하는 등 미국이 불안과 공포에 떨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실제행동으로 닥치고 넘어갈 것’...

    북.중 두 군사강국의 공세, 미국은 당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