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기_20160319_185608.jpg

 

  
 3월이 되면 카자흐스탄 대지에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온다.  응달진 골목 모퉁이에는 가는 겨울을 아쉬워하는 잔설이 남아 있기도 하지만 겨우내 흰 눈이 덮여 있던 초원에는 어김없이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돋아난다.  
해마다 3월이 오면 필자는 21년 전, 카자흐스탄에 와서 처음 맞이한 ‘나우르즈’축제가 가끔씩 생각나곤 한다. 당시 필자가 근무하던 알마티국립대학교는 각 단과대학 별로 유르타를 세우고 카자흐 전통음식을 상다리가 휘도록 차려놓고 축제를 즐겼다. 그때 필자를 포함한 몇 몇 외국인 교수들은 대학본부에서 설치한 유르타에 초대되어 갔는데, 그곳에서 총장의 권유로 ‘크므스’와 ‘삶은 양고기’를 맛보았다. 카자흐인들은 손님을 후하게 대접한다는 얘기를 들어 알고 있는 터이기도 하려니와 총장의 따뜻한 호의가 고맙기도 해서 필자는 ‘크므스’와 ‘양고기’를 다 받아 먹고 난 후 이틀정도는 밥생각이 없을 정도 였다.  처음 맛본 시큼한 맛의 ‘크므스’는 대학신입생 시절 경험한 막걸리 사발식을 기억나게 했고, 총장이 직접 작은 칼로 베어준 양고기는 어릴 적 할머니가 먹여준 개고기 수육을 연상시켰다. 이런 추억때문인지 필자에게  ‘나우르즈’는  ‘따뜻한 호의’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르게 된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올해 5일간 공식연휴이다.  많은 교민들은 이 기간 동안 뭘할지 고민을 하는 모양인데, 모처럼 가족여행을 떠나보는 것을 어떨까? 마침 자녀들도 봄방학에 돌입하기 때문에 그 동안 못다했던 가족끼리의 정을 나누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알마티 근교의 춘자 온천, 악불락, 탕발르 유적 등을 가거나 아니면 터어키, 그루지아, 러시아 등 주변국을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필자의 경우 작년엔 온 가족이 뻬쩨르부르그 로 여행을 다녀왔고 올해는 알마티 근교를 다녀올 생각이다.   

부럼깨는 우리의 정월대보름 풍습과 비슷한 나우르즈 풍습들
  원래  '나우르즈'는 봄의 기운을 받아서 뭔가 새로워진다는 의미가 있다. 절기로는 낮과 밤이 같다는 “춘분”으로 봄이 시작되는 날이 바로 새해의 첫날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카자흐스탄에 사는 고려인들은 새해를 세번 맞이 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첫번째 새해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축하는 신년 새해이고, 두번째는우리민족의 전통명절인 음력 설날이다.  그리고 세번째 설날이 바로 이슬람 설날인 '나우르즈'이다.  나우르즈는 고대 페르시아 문화권에 속했던 이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탄 ,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뿐만 아니라, 터키, 이라크의 쿠르드족, 중국의 위구르족 등 많은 민족들이 나우르즈를  새해로 기념하고 있다. 그래서 가히, 세계적인 명절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나우르즈 당일 각 도시별로 공식 나우르즈 축하행사를 한다. 대부분 시장이 직접 나와 시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알마티시의 경우 공화국광장에서 카자흐전통 민속무용단이나  각 민족의 문화 단체들이 나와서 민속춤을 추고 이날 하루를 즐긴다.
   카자흐인들에게 나우르즈 축제는 새로움, 풍성함, 사랑과 우정을 상징한다. 나우르즈 축제 전에 사람들은 대청소를 하고, 꽃과 나무를 심는다. 또 그 때까지 진 빚을 다 갚고, 다투었던 이웃과도 화해를 하는데, 섣달 그믐날까지 모든 묵은 것을 다 털어버리는 우리네 풍습과 똑같다. 또 카자흐사람들은 나우르즈가 오면 모든 질병과 어려움을 없애준다고 믿는데, 정월 보름에 부름을 깨면서 무병과 복을 구하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축제가 중요한 만큼 준비할 것도 많다. 나우르즈 기간에는 모두가 기분 좋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만나면 서로 껴안고 ‘꼭뗌 투드(봄이 태어났다)’이라고 인사를 건넨다. 모든 불행과 재앙이 피해가도록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는데, 우리가 복조리를 걸어놓고 복을 빌며 신년덕담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가정에서는 식탁에 화려한 식탁보(다스타르한)을 씌우고,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낸다. 또 이웃을 초대하기 위해 일곱 가지 재료로 만든 ‘나우르즈 꼬줴’라 불리는 전통 수프를 준하고  나우르즈 기간에 먹는 음식인 나우르즈 꼬줴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 수프에 들어가는 일곱 가지 재료는 물, 고기, 소금, 기름, 밀가루, 곡류(쌀, 옥수수, 호밀 등), 우유인데, 이 재료들은 인간 삶의 요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나우르즈 꼬줴에 꼭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각각의 의미를 해석하면 즐거움, 행운, 지혜, 건강, 자산, 속력(카자흐 민족은 유목민이었기 때문에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다), 성장 그리고 신의 보살핌이다. 
   나우르즈에서 카자흐스탄 전통 말 타기 경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 경기에는 여자들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여자들도 어렸을 때부터 말 타는 법을 배웠다.  경기에서 여자가 승마 선수에게 도전해서 그 남자를 이기면 남자는 여자에게 복종하고 그녀의 소원을 다 들어줘야 했다. 반대로 남자가 이기면 남자는 여자의 손과 마음을 차지할 권리를 얻었다.
  그 외에도 많은 놀이가 벌어지는데 그 중에는 한국에서도 하는 공기놀이가 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베스타스’라고 불리는데, 5개의 돌멩이라는 뜻이다. 하는 방법은 한국의 공기놀이와 같다.   또 전통 춤과 두 명의 시인이 노래 시합을 벌이는 공연은 빠지지 않고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노래시합은 즉석에서 지어내서 대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축제의 진짜 마지막은 봄의 소생을 의미하는 모닥불을 피우고, 마을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노래를 부르며 노는 것이다. 그 날은 모두들 화려하게 입고, 말도 화려하게 꾸민다.  춤추고, 음식을 나눠 먹고, 구경거리로 가득 찬 길거리들을 쏘다니며 많은 것을 체험하고 배우기도 한다.(김상욱 )

 

  • |
  1. 꾸미기_20160319_185608.jpg (File Size:306.7KB/Download:53)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뒷북칼럼] “홍콩한인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1)

    ‘不通’ 교민소식지… 미래는 불투명 재외동포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현지 한인단체가 있다면 바로 각 나라 또는 지역의 한인회일 것이다. 그런데 많은 지역 한인회가 현재 각종 비리·부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홍콩한인회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 1일...

    [뒷북칼럼] “홍콩한인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1)
  •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몽골 재외 투표 개시 초 읽기 file

    HOME > 알렉스 강의 몽골 뉴스 >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몽골 재외 투표 개시 초 읽기   오는 3월 30일 수요일 아침 8시부터 4월 4일 월요일까지 엿새 동안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관 1층 재외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ㅣ 기사입력 2016/03/2...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몽골 재외 투표 개시 초 읽기
  • 군림할 생각 마라 file

      <시선>   호월 (올랜도 거주 과학시인)     군림할 생각 마라 생명 활동이 머리와 심장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몸의 60 조 개 모든 세포에서 일어난다 양분을 산소와 결합하여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곳은 세포다! 중요 장기가 이 일을 도울 뿐인데 혹 정부 기관이나...

    군림할 생각 마라
  • 카자흐스탄 대지에 다가오는 봄의 소리, 나우르즈 file

          3월이 되면 카자흐스탄 대지에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온다.  응달진 골목 모퉁이에는 가는 겨울을 아쉬워하는 잔설이 남아 있기도 하지만 겨우내 흰 눈이 덮여 있던 초원에는 어김없이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돋아난다.   해마다 3월이 오면 필자는 21년 전, 카자흐...

    카자흐스탄 대지에 다가오는 봄의 소리, 나우르즈
  • 서울 국제마라톤을 달린 이야기 file

      아직도 아침 날씨는 쌀쌀하지만 겨우내 옷 속에 감춰져 있던 피부가 봄 햇살의 기분 좋은 도발을 충분히 즐기도록 반팔을 입고 나섰다. 그것이 어느 해인지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내 손이 아직 고사리처럼 가늘고 부드러울 때 아버지 손을 잡고 연도에 서서 이 대...

    서울 국제마라톤을 달린 이야기
  • 고용주라면 사용치 말아야 할 언행 file

      직원의 자신감 저하시키는 언행은 업체 발전 저해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직원들에게 성취의욕을 강화하지 않거나 사기를 떨어뜨리는 언행은 회사나 조직체를 해칩니다. 직원에게 사용할 적절한 언행은 무수히 많습니다. 적절...

    고용주라면 사용치 말아야 할 언행
  • 건강을 지키는 ‘인체 사용법’ file

      [이민생활이야기] 계절의 변화와 질병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주 = 이젠 완연한 봄을 맞고 있다. 특히 환절기에는 앨러지를 비롯해 몸에 병이 나기 쉬운데 약국 선반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제법 많은 것이 이해가 된다. 쉽게 나을 수 있는 병에 걸린 사람들은 큰 걱정...

    건강을 지키는 ‘인체 사용법’
  • 대책 없는 무리한 판촉은 오히려 마이너스

      [경제칼럼] 신뢰 상실로 고객 읽으면 회복 어려워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 교수(내셔널 유니버시티) = 저는 거의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등산을 합니다. 친구들과 등산을 마치고 한인타운에서 콩나물 국밥이나 해장국 등의 식사를 하면서 각종 경영 이...

    대책 없는 무리한 판촉은 오히려 마이너스
  • 국민의 눈높이 무시한 여야 총선 후보 공천에 철퇴가 필요하다

    국민의 눈높이 무시한 여야 총선 후보 공천에 철퇴가 필요하다 여야가 4.13총선 후보자 공천을 하면서 전혀 국민을 의식치 않다보니, 공천을 통한 메시지도, 정치 방향도 내놓지 못하고 계파 갈등과 당쟁만 일삼는 대국민 오만 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 총선이 불과 한...

  • 시드니에서 한국계 은행 출범은 언제쯤..? file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BBCN은행과 윌셔(Wilshire)은행이 공식 합병을 선언했다. 이로써 미주 한인사회에 자산규모 123억달러(미화)의 ‘수퍼 리저널 뱅크’가 탄생하게 됐다. 캘리포니아 주에 본사를 둔 상장은행 중 6번째 규모가 된다. 합병되는 은행의 초대 행장 및...

    시드니에서 한국계 은행 출범은 언제쯤..?
  • 고려인은 설을 몇번 쇨까? file

        카자흐스탄에는 설날이 세 번 있다. 양력 1월1일이 그 첫째이고, 우리민족 고유의 명절 설날(음력 설)과 이슬람의 설날에 해당되는 ‘나우르즈’가 둘째와 셋째이다.   카자흐스탄에서 21년을 살다보니 세 번에 걸친 새해를 맞이 풍습에 적응이 되어 간다. 한 해의 첫...

    고려인은 설을 몇번 쇨까?
  • 알파고와 경제학의 미래 file

      알파고와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나가는 미래에서 경제학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20년내 경제학자가 사라질 가능성은 43%, 정치학자가 사라질 가능성은 3.9%라는 예측도 있다. 미래에 사라질 직업으로 시장조사 전문가, 금융전문가, 통계전문가가 우선...

    알파고와 경제학의 미래
  • 우즈베키스탄에 놀러 가세요! file

        며칠 전에 우즈베키스탄에서 막 건너온 자전거 여행자 두 분을 만났다. 이 분들은 이란과 투르크메니스탄을 거쳐 우즈베키스탄의 히바, 부하라, 사마르칸드, 그리고 카자흐스탄의 침켄트를 경유하여 알마티에 왔다. 자전거로 세계 일주하는 의지의 젊은 친구들이었...

    우즈베키스탄에 놀러 가세요!
  •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낙관론', 정치적 발언이길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낙관론', 정치적 발언이길 바란다    ‘경제 비상사태’ 같은 극단적인 표현으로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갑자기 방향을 180도 틀어서 ‘낙관론’을 내놓은 것이 4월 총선을 겨냥한 정략적인 발언이길 제발 바란다.   지금 한국 경...

  • 한국의 외교도, 국방도 강대국이 결정하는 사대굴욕에서 벗어나야 [1] file

    한국의 외교도, 국방도 강대국이 결정하는 사대굴욕에서 벗어나야 최근 온 나라와 국민들을 갈래갈래 찢여 놓았던 우리 정부의 사드 정책이 미국과 중국 외교 수장이 단 한번 만나서 매우 쉽게 없던 일로 결정해버린 듯하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

    한국의 외교도, 국방도 강대국이 결정하는 사대굴욕에서 벗어나야
  • [한호일보 시론] 호주와 미국 블루칼러..과연 다를까?

    호주에서도 또 한인 사회에서도 여럿 모이면 종종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이야기를 나온다고 한다. “설마?”했다가 “이러다 정말 대통령 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왜 미국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트럼프 현상’이란 기현...

  • 선행을 실천하는 것으로 만족하라 file

      순수한 자원봉사, 개인의 능력과 인품으로 인정받는 사회 아쉬워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 (내셔널유니버시티교수) = 켄트 M. 키스(Kent M. Keith)라는 사람이 19살이었을 때 하버드 대학교의 2학년이었습니다. 그는 학생지도자를 위한 책자에 담을 지침서...

    선행을 실천하는 것으로 만족하라
  • 나는 구김 없이 사는 사람만 채용한다” file

      [이민생활이야기] 여행지에서 만난 한국 중소기업 사장님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지난해 말 우리 두 늙은이는 1박 2일 여정으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세인트 어거스틴을 향하여 차를 몰았다. 이 곳은 그간 몇 번 방문했던 곳이다. 이번에는 그동안 한번...

    나는 구김 없이 사는 사람만 채용한다”
  • 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을 알리다

    지난 9일 부터, 세계의 이목이 서울에서 벌어지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 집중됐다. 인공지능과 인간지능, 기계와 사람이 맞붙는 세기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는 바둑 세계 챔피...

    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을 알리다
  • 김정은 없는 북한, 또 하나의 시리아 file

      북한의 4차 핵 실험 이후 한국의 외교 정책이 꼬이고 있다. 실질적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제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다른 주변 국가와의 외교적 공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강 건너 불구경하는 자세로 돌아섰고 러시아도 우...

    김정은 없는 북한, 또 하나의 시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