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HOI.jpg

 

오버랩도 이 정도면 판박이 수준이다. 

흐르는 시간의 물줄기를 막아 

40여년 전 아버지 시대를 재현해내는 역사의 회귀는 

흡사 시간의 데칼코마니를 연상케 한다.

 

역사학계와 다수의 국민, 심지어 보수언론마저 반대한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대표적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면죄부를 준 행위까지 영락없이 판박이다.

 

1972년 10월 유신을 선포한 박정희 정권은 

1974년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했다. 

이 조치로 검인정 체제의 11종이었던 중·고교 국사 교과서는 

중·고 각 1종의 국정 교과서로 통일됐다.

 

“획일적인 역사란 있을 수 없다.” 

“소수 저자만에 의한 교과서는 독단에 빠질 위험이 있다.” 

살벌한 유신체제 속에서도 역사학자들은 용기있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후로도 국정교과서의 폐해는 끊임없이 지적됐다. 

결국 2007년 유신 이전 체제로 돌아가 검인정체제로 바뀌었다. 

 

유신 이후 40여년이 흘렀다. 

아버지 대통령 통치 시절에 절규하듯 부르짖었던 외침이 

2015년 딸 대통령이 국가 수반으로 있는 대한민국 땅에서 

똑같이 재현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소수의 권력이 역사를 독단에 빠뜨릴 수 있다”는 학계의 주장마저 

40년 세월이 무색하리만치 판박이었다.

 

권력을 쥔 사람의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하고 기술하는 역사관 때문이다.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불쑥 불쑥 드러난 박대통령의 역사관을 감안하면 

지난 12월 28일 한-일 정부가 합의한 ‘위안부 문제 굴욕 협상’ 또한 

예고된 일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합의는 1965년 발표된 박정희 정권의 한일협정과 닮았다. 

당시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은 ‘제2의 이완용’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피해자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으로 합의했다.

그동안 한국인 위안부와 강제 징용자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피해소송을 제기할 때마다 

일본 행정부 및 사법부가 법적 책임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세웠던 근거가 바로 이 조항이다.

 

또한 박정희 정권은 

일본정부가 한국에 3억달러를 주면 

국내에서 개인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겠다는데 합의, 

굴욕외교의 극치를 보였다.

 

이번에 ‘10억엔’이다.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10억엔에 합의해버렸다. 

피해자인 할머니들과 국민 대다수가

‘졸속합의’ ‘굴욕 외교’ ‘제2의 한일협정’이라며 분노하는데도,

대통령은 대승적 견지를 강조하며 

피해자와 국민들의 이해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국가 주도로 벌인 

성폭력 전쟁범죄에 대한 법적 책임이나 배상은 거론조차 안했다. 

일본이 10억엔을 내면 한국이 재단을 만들어 

위안부 피해자 해결을 위해 쓰겠다는 데 합의했을 뿐이다. 

1965년의 한일협정과 닮아도 너무 닮아 있다.

 

꽃다운 처녀들을 강제로 끌고가 성노예로 만들고도 

사과 한마디 없이 돈 몇 푼으로 과거를 청산하려는 일본에게 

박근혜 정부가 손을 들어줬다.  

게다가 ‘최종’과 ‘불가역’이라는 문구까지 넣어서 재론을 봉쇄했다.

 

‘최종적’이라는 말도 기분 나쁘지만

‘불가역적’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고약해 심사가 뒤틀릴 지경이다. 

불가피하고 필연적이고 어쩔수 없는 불가변적인 뉘앙스마저 풍긴다.

국가권력이 국민에게 가하는 폭력을 교묘하게 포장한 참으로 교활한 언어다.

 

[뉴스넷] 최윤주 편집국장 

editor@newsnetus.com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Profile image 코리아위클리-플로리다 2016.01.23. 06:31

문제는 우리의 '언니'께서 '불가역적 인물'이라는 데 있는 듯합니다.

 

병신년, 병들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빕니다.

 

저는 매일 달력 넘기는 재미로 살아갑니다.

Profile image KoreaTimesTexas 2016.01.27. 01:00

그쵸. ㅠ.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데

먼 타국에서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속이 타나 봅니다.
기다려도 봄이 오지 않으면 봄을 찾으러 가야하는데... 
달력, 넘기는 재미... 정말 부럽습니다.
저는 요즘 달력 넘어가는 게 무섭네요... ^^;;


  • [특파원 리포트] 2016 춘제 앞둔 중국 얼롄 풍경 file

    HOME > 알렉스 강의 몽골 뉴스 >         [특파원 리포트] 2016 춘제 앞둔 중국 얼롄(Erlian) 풍경   강 교수, 우리나라의 음력 설날에 해당하는 중국의 2016년 춘제(春节)를 앞둔 중국 현지 분위기 취재 마친뒤 곧바로 몽골 울란바토르로 복귀 완료   알렉스 강 몽골 특...

    [특파원 리포트] 2016 춘제 앞둔 중국 얼롄 풍경
  •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근복적인 대책이 중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근복적인 대책이 중요   북한이 제4차 핵실험 (수소폭탄 주장)을 한 지 한 달만에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월 7일에는 장거리 미사일을 보란듯이,그리고 자랑하듯이 발사하였다.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이...

  • ‘자유’를 노래하는 기독교인에게 file

    '도덕적 개인'과 '비도덕적 사회'에 대한 소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사회학의 고전적 이론 중에 '사회 명목론(social nominalism)'이라는 것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개인 하나하나가 착하면 자동적으로 사회는 착하게 된다. 왜냐하면 사회란 개개인...

    ‘자유’를 노래하는 기독교인에게
  •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 2016년 중국 춘제 취재 위해 ... file

    HOME > 알렉스 강의 몽골 뉴스 >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 2016년 중국 춘제 취재 위해 중국 얼롄(Erlian) 입성 강 교수, 우리나라의 음력 설날에 해당하는 중국의 2016년 춘제(春节)를 앞둔 중국 현지 분위기 취재 마친뒤 곧바로 울란바토르로 복귀한다 알렉...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 2016년 중국 춘제 취재 위해 중국 얼롄 입성
  • “더티 한국X” file

    [이민생활이야기] 외식나갔다가 기분 망친 사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오늘 모처럼 할멈과 외식을 나갔다가 기분 망치고 돌아왔다. 오래간만에 만난 옛 직장 동료 탓이다.     그를 우연히 만나 만갑다고 인사를 하니 그는 나하고 잠시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

    “더티 한국X”
  • 펜인가, 칼인가 [2] file

      언론은 세상을 보는 창(窓)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세상의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획득한다.  신문기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언어이기에  때로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투자하기도 한다.   1850년대 미국 신문은 ‘골드러시’로 도배됐다.  ...

    펜인가, 칼인가
  • 끝나지 않은 상처, ‘한·일 위안부 합의’

    한국과 일본 간 체결된 ‘12·28 위안부 합의’의 후폭풍이 거세다. 피해 할머니들은 물론 야당과 시민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고, 정부와 국민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더욱이 일본은 합의 이후에도 ‘위안부’에 대한 망발을 계...

    끝나지 않은 상처, ‘한·일 위안부 합의’
  • 지구촌 기습한파, 온난화의 역습

    지난 주 북반구를 엄습한 역대급 폭설과 한파로 지구촌이 겨울왕국으로 변했다. 서울은 2001년 1월 이후 최저인 영하 18도를 기록했고 대관령은 영하 23도까지 떨어졌다. 북한지역도 동장군이 맹위를 떨쳐 함경북도 삼지연의 23일 밤 기온은 영하 37.5도까지 떨어졌다. ...

    지구촌 기습한파, 온난화의 역습
  • 인턴기자로 시작된 수요저널의 변화 - 홍콩 교민신문 편집장의 독... file

    인턴기자로 시작된 수요저널의 변화  - 홍콩 교민신문 편집장의 독백 (3) ‘나처럼 말고 너처럼’       1년 전 휴대전화기의 가요 한 곡만 남기고 모두 지워버렸다. 1년간 출퇴근 시간에 한 곡만 들었다. 바로 드라마 ‘미생’에서 OST로 사용된 ‘날아(fly)’라는 곡이다. ‘...

    인턴기자로 시작된 수요저널의 변화 - 홍콩 교민신문 편집장의 독백 (3)
  • 몽골 복귀 D-1, 서울 거리에도 푸시킨의 흔적이 있었네 file

        1월 22일 금요일 오후, 명동 거리를 거닐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던 러시아 시인 푸시킨과, 모스크바 거리에 이어, 서울 거리에서 다시 조우(遭遇)하다!      나탈리야 니콜라예브나 곤차로바(Наталия Николаевна Гончарова)라는...

    몽골 복귀 D-1, 서울 거리에도 푸시킨의 흔적이 있었네
  • 김교신이 못내 그리운 시절

      '성서신앙'으로 '민족구원' 갈망한 한 선각자의 삶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군대에서 제대한 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았던 1980년대 초, 그때는 우리 땅이 군화발 앞에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캄캄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상황이 계속되던 ...

    김교신이 못내 그리운 시절
  • 자녀에게 돈 관리와 책임 가르쳐라

      연령에 맞는 돈의 사용방법 있어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돈은 어른이나 아이들에게 다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어릴 때부터 돈과 돈의 사용에 관하여 의무적으로 가르치는 유대인 부모에 비하여 한인 부모들은 그런 가르침을...

    자녀에게 돈 관리와 책임 가르쳐라
  • 해외주재 외교관상, 이대로 좋은가? [1]

    최근 한국 내에서 재외동포들을 대상으로 발행하고 있는 일부 신문사들이 해외 근무 외교관 등을 대상으로 포상행사를 하면서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도출되고 있다. 재외동포 신문사가 먼저 ‘발로 뛰는 영사상'을 만들어 수여하자, 뒤이어 창간된 월드코리안 ...

    해외주재 외교관상, 이대로 좋은가?
  • 대한민국, 소통의 시대는 가능한가?

    ‘수첩공주’ ‘유신공주’ ‘말이 안통하네트’ ‘발끈해’ ‘무능혜’ 등 수많은 별명에 이어, 주요한 사안마다 상상을 초월한 내용과 자기 일을 남 말하듯 하는 유체이탈화법으로 국민들을 혼란케 했던 박근혜 대...

    대한민국, 소통의 시대는 가능한가?
  • [특파원 리포트] 모스크바에서 알렉산드르 푸시킨을 만나다 file

    HOME > 알렉스 강의 몽골 뉴스 >         [특파원 리포트] 모스크바에서 알렉산드르 푸시킨을 만나다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 모스크바 알렉산드르 푸시킨 기념 박물관 전격 방문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ㅣ 기사입력 2016/01/20 [16:03]     【Seoul(Kor...

    [특파원 리포트] 모스크바에서 알렉산드르 푸시킨을 만나다
  • '불가역적' 판박이 [2]

      오버랩도 이 정도면 판박이 수준이다.  흐르는 시간의 물줄기를 막아  40여년 전 아버지 시대를 재현해내는 역사의 회귀는  흡사 시간의 데칼코마니를 연상케 한다.   역사학계와 다수의 국민, 심지어 보수언론마저 반대한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대표적이고,  ‘일본...

    '불가역적' 판박이
  • 헬조선의 나라,적극적 대책 마련이 시급해 file

    헬조선의 나라,적극적 대책 마련이 시급해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사이버 공간을 점령하고 있다. 한국의 옛 명칭인 '조선'에 지옥이란 뜻의 접두어 헬(Hell)을 붙인 합성어인 이 말은 '지옥 같은 한국'이라는 표현이다. 영어 단어 헬에 한국도...

    헬조선의 나라,적극적 대책 마련이 시급해
  • 캘리포니아여, 아시안 이민자들에 감사하라 file

      경제 침체기에 아시안들이 생기 불어 넣어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교수) = 캘리포니아 주는 근년에 많은 문제를 떠안고 있습니다. 한 때는 영화산업의 중심지였던 캘리포니아 정부가 충분한 보호정책을 시행하지 않아서 영화산업이 타 주...

    캘리포니아여, 아시안 이민자들에 감사하라
  • [특파원 리포트] 모스크바 외곽에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를 만나다 file

    HOME > 알렉스 강의 몽골 뉴스 >         [특파원 리포트] 모스크바 외곽에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를 만나다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 1958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기념 자택-박물관 및  공동 묘지 전격 방문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

    [특파원 리포트] 모스크바 외곽에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를 만나다
  • 부자가 되고 싶나요? 간단합니다 file

      돈 버는 것보다 돈 관리에 집중, 수입보다 낮은 지출은 필수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부자가 되고싶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자가 되기 위한 기본 자세를 배우려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부...

    부자가 되고 싶나요? 간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