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읽는 예술이다. 정책과

비젼이 국민의 여망과 시대정신에 부합하여

유권자에게 만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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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 코리아포스트)  1956년 5월 3일 서울의 어느 이발소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발소에 손님이 들어왔는데 이발사는 이발을 해드릴 수 없다고 사양한다. 손님이 영업하는 날인데 왜 손님을 받지 않느냐고 따지니까 이발소 주인은 지금 문 닫고 유세장(遊說場)에 가야되니까 못 받겠다는 거였다. 이러한 현상은 식당 등 다른 영업소도 마찬가지였다.

 

1956년 5월 15일은 제3대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날이었다.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사사오입 개헌을 통해 영구집권의 길을 터놓고 대통령에 출마하였고 야당에서는 신익희 후보와 조봉암 후보가 출마한 상태였다. 일반 국민들은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부패에 진절머리를 내던 터라 신익희 후보의 당선에 기대감이 높았던 시기였다. 

 

선거를 12일 앞두고 한강백사장에서 열린 유세에는 30만의 인파가 몰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유세 시간인 2시에 참석하느라 오전부터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고 전차, 버스는 유세 시간이 다가오자 몰리는 인파를 감당 못하고 운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걸어서 한강백사장까지 모여들었고 삼각지, 이태원동, 이촌동, 한남동 일대는 도보 인파로 만원이 되었다.

 

한국의 정치 유세 역사상 기록될 만한 일은 1956년 5월 3일 신익희 후보의 한강 백사장 유세와 1971년 4월 18일 김대중 후보의 장충단 공원 유세라는 데에 이론(異論)은 없을 것이다. 

 

신익희 후보의 유세에 몰린 30만의 인파는 당시 서울 인구가 160만이었음을 고려할 때 얼마나 획기적인 일이었나를 짐작할 수 있다. 

 

한강백사장이 아니라 한강 흑사장이라 불릴 정도로 인파로 매워졌다. 신익희 후보의 당일 연설은 흥분 속에 90분 계속되었는데 쉽고도 구수하게 진행되어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한다. 

 

그 흥분이 너무 지나쳤는지 당일 저녁 집에 들어와 졸도 증세를 보였고 2-3일 휴식을 취해야 된다는 권고에 부딪혔다. 

 

그러나 다음 날 예정된 전주 유세를 취소할 수 없고 기다리는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호남선 야간열차로 강행군을 하다가 다음날 새벽 열차 안에서 심장마비로 급서(急逝)하는 비극을 맞았다. 후보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국민의 비극이었고 4년 후 4.19 혁명이 일어났으나 그 다음 해 5.16으로 한국 민주주가 몰락으로 향하는 길이 되었다.

 

1971년 장충단 유세에는 70만의 인파가 몰렸다. 

 

박정희 후보가 자신의 대통령 3선 헌법 개정을 통해 다시 출마했고 야당에서는 극적인 후보 경선을 통해 김대중 후보가 결정되어 박정희 후보에게 도전장을 내민 상태였다. 

 

1971년 당시 서울 인구가 550만 이었는데 70만 인파가 몰렸다. 장충단 공원 일대는 비집고 들어설 자리가 없어 나무 위에 까지 올라가 유세를 듣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만큼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뜨거웠고 김대중 후보 개인의 연설 역량이 뛰어난 결과이기도 했다. 

 

김대중 후보는 고교출신이지만 얼마나 독서를 많이 했는지 몇 시간을 계속 연설해도 밑천이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청중을 휘어잡는 마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불편한 유세 버스로 하루에 수 십군데 씩 전국을 누비는데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보여주었다. 

 

그런 투지와 집념은 숫한 곤욕을 치르면서도 4번 대통령 선거에 도전해 70대 중반의 나이에 기어이 당선되어 대한민국 정부수립 50여년 만에 최초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는 기적을 연출해냈다.

 

“정치란 국민의 마음을 읽는 예술이다.”

정치의 핵심은 민주정치이고 민주정치의 핵심 가치는 대의정치이다. 그리고 대의정치의 핵심은 선거이다. 

 

선거의 핵심은 유세이다. 

 

마케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미국의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교수는“마케팅의 목표는 제품과 시장의 하모니를 이루어 고객의 만족을 도모하는데 있다”라고 말했다. 

 

정치도 마찬가지이다. 정당이 제공하는 정책이 국민의 여망과 시대정신에 부합하여 유권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선거에서는 유권자의 표를 많이 얻어야 당선되는 것이고 당선이 되어야 원하는 정책을 펼쳐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10일에 한국의 19대 대통령이 선거로 선출되었다. 

 

마케팅의 핵심 요소로 4P(Product, Place, Price, Promotion)를 열거하는데 정당은 준비된 정강정책을 가지고 국민들한테 기대가치를 파는데 선거 조직망을 통해 표를 얻는 촉진활동을 펼친다. 촉진활동에는 인적판매, 광고, 홍보, 기타 판매촉진 등의 요소가 동원된다. 

 

그런데 선거에서는 대표 선수를 선출해 그 선수를 내세워 득표활동을 하게 됨으로 선수 개인의 실력과 체력적인 역량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기도 한다.

 

탄핵 정국에서 짧은 기간 동안, 격렬하게 진행 되었던 선거 과정에서 무리 없이 새 대통령이 선출된 것은 한국의 미래를 밝게 비추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양자 대결이 아닌 다자 경쟁 구도에서 41%의 득표와 2위와의 17% 차이는 절대 우위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정권을 잡게 된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제 1당이라는 인적자산, 전국 조직망, 선거 자금이라는 우위성을 갖추고 있었고 되는 집안인지 새로운 인재들이 모여 들었다. 

 

그리고 유세장을 축제 분위기로 이끈 로고 송(Logo song)과 당 간부들이 유권자와 함께 어울리는 춤사위 등이 빛났다. 무엇보다도 대표 선수로 출전한 문재인 후보의 준비된 경륜과 서민적인 행보, 스킨쉽(Skinship)의 유연함, 특전사출신이라는 강기(强氣)와 히말라야 등반을 통한 도전의식, 투지가 동원되어 국민 속에 파고들어감으로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결과라고 해석된다. 

 

국민들은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높은 점수를 부여한 것이다.

 

 

칼럼니스트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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