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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는 많은 가정에서 장미를 키운다. 아랫길 할머니는 앞벽에 빨간 장미를 곱게 올렸다. 매년 아주 탐스런 붉은 장미가 나에게 까지 인사를 건넨다. 마을 한복판 미장원의 분홍색 장미는 잘 다듬어진 가든과 멋지게 어울린다. 여주인은 머리 손질이 본업이지만 장미 가꾸는 건 프로급이다. 옆 집의 노란장미는 전 주인이 심은 것이다. 가지를 다듬어 주는 일도 없이 그대로 내버려 두었지만 아직까지 매년 꽃을 피는 걸 보면 위치 잘 잡은 덕으로 생각된다. 윗길 라운드어바웃 코너에 자라는 흰색 바탕에 빨간 테두리가 선명한 장미는 해마다 가지수가 줄어들어 안타깝다. 우리집에 새로 심은 흰장미는 햇볕이 모자라는 듯하다. 그러면 당신의 장미는 지금 잘 자라고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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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운동이 활발한 키위 할머니의 장미 보살피는 얘기를 들어보자. 장미는 해마다 많은 꽃을 피기 때문에 봄철에는 꼭 거름을 줘야 한단다. 유기물 퇴비로는 쇠똥이 적합하지만 구하기 힘들면 양 배설물 필렛도 괜찮다고. 왜 하필이면 소의 배설물인가? 여기는 젖소를 비롯한 소를 기르는 농가가 많아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유기질 거름이란다. 오랜된 장미는 겨울철에 날을 잡아 석회도 뿌려준다. 다음에 그루 주변에는 유기물 재료로 덮어 준다. 이들 유기물은 썩어 거름이 될 뿐 아니라 여름철 가뭄에 땅이 마르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가끔은 장미에 무기질을 보충하느라 바닷가에서 주워 온 해초를 덮어주기도 하지만 우드칩이나 낙엽 같은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것을 편리하다고 말한다. 물론 장미에 곰팡이 병 방제나 진딧물을 없애기 위하여 농약같은 화학물질을 절대로 쓰질 않는다. 또한 마늘 몇 포기를 장미 주변에 심어서 작물간 친화성을 높인다. 이리 정성스레 장미를 보살피는 것을 보면 유기농 운동가 답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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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를 기르다보면 가지가 죽어들어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장미가 무성하게 자라 가지가 서로 엉켜 공기의 흐림이 나빠진다. 게다가 바람으로 인해 가지가 서로 비비게 되어 상처가 발생한다. 이러다 보면 가지에 병이 늘어나고 그 가지는 결국 죽게 된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가지를 잘라내야 한다. 이런 작업을 겨울철에 하는 것이 적합하다. 먼저 장미의 죽은 가지와 허약하게 아래로 처진 가지를 모두 잘라낸다. 그리고 바깥쪽으로 뻗은 가지중 방향을 안배해서 대표선수만 남긴다. 이들 가지도 중간 정도에서 잘라낸다. 그래야만 새로운 가지가 나오면서 서로 엉키는 일이 적어지게 된다. 그렇지만 장미는 원래 품종 자체가 병에 강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란다. 그러면 이런 품종은 어디서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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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큰 도시의 식물원과 마찬가지로 오클랜드 식물원은 아주 잘 꾸며진 장미원을 가지고 있다. 초기 유럽인들이 고향을 그리면서 기르던 전통 장미가 많기로 유명하다. 그렇지만 새로운 장미의 품종도 상당수에 달한다. 장미의 계절 초여름는 장미 꽃의 향연으로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인지, 여기 장미원에 품종으로 명함을 내밀려면 선발을 위한 절차가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장미의 품종은 우선 예비원에서 장미의 강건성에 대한 지역 적응 시험재배에 들어간다. 여기서 삼년간의 기간을 두고 가능성을 살핀 다음 선발하게 된다. 그러니 오클랜드 식물원의 장미밭에 이름표를 달고 있는 꽃들은 강건성 시험을 마친 셈이다. 일반 시민들의 장미 품종 선택에 길잡이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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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집을 새로 장만하게 되면 먼저 장미 한 그루를 심으려 한다. 주인마다 좋아하는 장미가 있겠지만 우선 꽃 색깔을 염두에 둔다. 다음으로는 장미를 심을 위치를 고려해서 재배 형태를 정하게 된다. 여러분도 잘 아는 바와 같이 장미는 햇빛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식물이다. 그래서 집에서도 양지바른 곳에 심어야 한다. 만약 햇볕이 부족할 경우는 장미의 키를 약간 높게 길러서 위가지라도 햇볕을 충분히 받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 다음에 발생하게 되는 문제들은 주인의 보살핌으로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미 묘목을 구하러 가든 센터를 찾게 된다. 물론 여러 가지 꽃 색깔 가운데 마음에 정한 것을 고르게 될 것이고, 라벨에 붙어 있는 꽃의 사진을 참조할 것이다. 이제 나도 장미를 기르게 되었다고 기대에 차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사진에 나와 있는 장미 꽃을 보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게 된다. 

 

새로 개발된 장미 꽃은 크고 화려하다. 이렇게 좋은 꽃을 피게 하려면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게 된다. 장미의 계절에 활짝 핀 꽃은 화사해서 보기 그만이지만 한번 비를 맞게 되면 그 상황은 달라진다. 꽃이 너무 클 경우 꽃은 핀 상태에서 비를 맞게 되면 가지가 그 무게를 지탱해 내질 못한다. 장미는 꽃 송이가 약간 작은 것이 더 강건해서 언제봐도 매력적이다. 그래서 새로운 장미를 선택할 때는 인근 식물원의 장미밭이나 이웃 집의 장미 가운데 마음에 드는 품종을 골라보는 게 안전하다. 만약 옆 집의 장미가 탐스러워 마음에 든다면 주인에게 말을 걸어 보면 어떨런지.‘당신의 장미가 하도 탐이나서 나도 한번 키위 보고 싶은데 가지 하나만 허락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이렇게 해서 장미 가지 하나를 얻으면 내 장미를 기르기 위한 준비가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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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는 새로운 가지를 잘라 꺽꼭이를 하게 되면 생각보다 쉽게 새 묘목을 얻을 수 있다. 장미 가지를 볼펜 크기로 잘라 화분에 심고 물을 준 다음 그늘에서 관리하게 되면 수주일 내에 뿌리가 내린다. 장미가 무성하게 자라는 여름철 가지가 적당하다. 그리고 이 때 장미 가지를 화분에 심기 전에 자른 가지의 아래 부분에 계피가루를 묻혀주고 집에서 먹는 꿀을 발라주게 되면 뿌리가 아주 잘 내린다. 이는 당신의 새로운 장미를 마련하는 방법이 되겠지만 장미를 좀 더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새로 얻게 되는 묘목에 애정이 가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이렇게 마련한 새 장미를 친구나 이웃과 나눈다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게 될 것이다. 

 

아직 일상생활에 바빠서 당신의 장미를 만들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인근 식물원의 장미밭을 찾아보시라. 거기서 당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당신의 장미를 만나게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조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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