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훈이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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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업스테이트 뉴욕의 오렌지 카운티는 아름다운 풍치로 일명 ‘뉴욕알프스’로 불리는데요. 기온도 두시간 떨어진 맨해튼과 플러싱에 비해 한결 낮아서 시원합니다. 그런데 지난 28일 이곳이 화씨 90도(섭씨 32도)까지 올랐으니 한여름을 방불케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메모리얼데이(5월 28일)를 깃점으로 여름이 시작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한여름 더위가 오는 것은 좀 심한게 아닐까요

 

오늘은 이웃인 조성모 화백님과 함께 뉴욕주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한 나무농장을 방문했습니다. 조금 덥긴 했지만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아래 나무농원의 풍경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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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아간 곳은 ‘만자 가족 농장(Manza Family Farm)’인데요. 만자 가족 농장엔 유실수(有實樹)를 포함한 나무들과 관목들, 다년생 식물, 꽃 등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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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자’라는 이름이 특이한데요. 이곳을 세운 도미니크-메어리 만자 부부의 성을 딴 것입니다. 이곳이 문을 연 것은 1979년으로 처음엔 말을 타거나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원이었다고 해요.

 

그러다 1985년부터 가을에 할로윈데이와 추수감사절에 빠져서는 안될 호박(펌킨)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1990년 경부터 아들인 톰 만자가 묘목(苗木)들과 관목(灌木) 등을 따로 재배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어 빠르게 비즈니스를 성장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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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은 약 20에이커 부지에 어린 나무들을 생육, 판매하고 또 추가로 40에이커 부지에 다양한 묘목들과 호박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10월부터는 호박축제가 시작되고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여러 가지 이벤트와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를 판매합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수천그루의 어린 나무들이 각기 이름표를 달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마치 묘목들이 새 가정에 입양(入養)을 기다리는 아이들처럼 보이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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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많은 나무들의 이름중에 심심찮게 ‘일본’이 보였습니다. 가령 Japanese Red Laceleaf Maples, Japanese Red Maple Uprights, Japanese Umbrrella Pine 등인데요. 일본은 있고 한국은 없는 게 심기를 자극하더군요.

 

물론 왜 그런지는 아시는 분이 많을거에요. 일본은 제국주의 침탈을 시작할 때부터 다른 서방 국가들과 경쟁적으로 한반도 식물을 수탈했고 상당수를 자기들 것으로 둔갑시켰습니다. 품종을 개량한 것도 많구요. 무엇보다 식물학명을 등록할 때 ‘Japanese’나 일본인 식물학자 이름을 많이 넣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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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환경과 강수량의 계절별 편차(偏差)가 심해 생장력이 뛰어난 식물들이 많이 자랍니다. 우리나라 자생식물은 내성(耐性)이 강하고 꽃색깔도 선명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식물들도 많거든요

 

남의 것을 빼앗는데 도가 튼 제국주의 국가들이 이것을 그냥 지나쳤겠습니까. 식물자원을 엄청나게 수탈(收奪)한거죠.

 

19세기말부터 유럽과 미국에선 선교사와 해군까지 동원해서 전국을 비롯하여 무인도까지 샅샅이 돌며 희귀식물들을 도둑질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제주한란'을 커다란 배 수십 척을 가지고와 실어 날랐다고 합니다.

 

일본이 20세기초 워싱턴 포토맥 강변에 기증한 벚나무도 기실 제주 왕벚나무가 원산지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이 때문에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훗날 워싱턴의 아메리카 대학에서 벚나무가 한국산 나무라는 선포식을 하고 식수 행사도 한 기록이 미 의회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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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인가요. 라일락의 여왕으로 불리는 ‘미스김 라일락’은 미국인 식물학자 매더가 1954년 북한산에서 흰정향나무 종자 12개를 몰래 따서 뉴햄프셔대 실습장에 심어 상품화에 성공한 것입니다. 매더는 자기 일을 도와주는 한국인 타이피스트의 성을 따서 ‘미스김 라일락’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거구요.

 

미스김 라일락은 미국의 원예(園藝)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기존의 라일락은 키가 크고 가지도 제멋대로 뻗어 손이 많이 가는데 비해 미스김은 작으면서도 우아한 자태에 향기까지 진했으니까요. 단아한 아름다움과 순박한 청순미를 갖춘 우리네 처녀같은 나무지요.

 

세계 묘묙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미스김라일락이 고향에 돌아온 것은 7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한국의 어느 묘목상이 수입했는데 그때부터 미스김라일락은 비싼 로얄티를 물고 수입하는 인기품종이 되었습니다.

 

 

* 미스김라일락의 애달픈 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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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만자농장 나무들의 값이 만만치 않더군요. 좋은 나무들만 잘 재배해도 적잖게 돈을 벌 수 있는거죠. 물론 그러기까지 많은 수고가 깃들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구요. 다만 우리 민족은 침탈(侵奪)의 희생양이 되는 바람에 많은 피해를 입었고 뒤늦은 경쟁으로 힘겨운 따라잡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살 나무를 고르면 사무실에 들어가 이렇게 카운터에서 계산을 치르면 되는데요. 평일인데도 3명이 근무할만큼 고객들이 제법 오고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앙증맞은 상품들을 파는 스토어를 겸하고 꿀과 시럽, 양초 같은 것들도 판매하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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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백님은 본래 이쁜 진달래꽃을 사려고 왔는데 마땅한게 없어서 ‘꿩대신 닭’이라고 빨간 단풍 한그루를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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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좋은 직원이 번쩍 들고 차 앞에까지 들고 가서 운송이 쉽도록 가지를 끈으로 돌돌돌 부드럽게 감아주어 가쁜히 싣고 올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 나무들을 보며 기분전환을 하고 더위를 식힌 하루였습니다. ^^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훈이네의 미국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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