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아들 때문에 겪은 일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인생을 살아 오면서 개인이나 가정에서 생긴 일 중 무덤에 갈때까지 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나이 70을 회고하며 쓴 것을 회고록이라 한다면, 회고록은 당연히 숨기고 싶은 이야기도 써야 진정한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코리아위클리>에 "반격할 줄 모르는 공부 잘하는 (아시아계) 학생으로 이미지 굳어" 라는 부제의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글 중 이제는 아시아계 청소년들도 자주 법정에 드나들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청소년들에겐 크게 해당되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큰 아이만 빼고는 말이다.

40년전 우리아이는 자신이 다니던 중학교에 많은 재산피해를 내어 징역살고 벌금내고 퇴학당할 정도의 큰 일을 저질렀다. 그 일 이후 어떤 한국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우리집 앞을 피해 먼길을 돌아 학교에 가게 했고, 심지어 한석봉의 어머니 처럼 멀리 이사간 사람도 있었다.

청소년 법정에는 부모나 변호사가 자녀와 함께 서야한다. 우리 아이는 판사가 "너의 죄를 너가 알겠지!" 하니 눈물을 흘리며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변호사를 대동한 공범 백인아이는 판사앞에서 "나는 범죄자가 전혀 아닙니다"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 대답이 우리 부자를 다시 한 번 청소년 법정에 서게 만들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백인아이 변호사는 모든 죄를 우리 아이에게 뒤집어 씌우려 하였던 것이다.

미국 법정이라고 모든 판결이 공정하고 정의로울 수 없는 것. 그렇다면 앉아서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이며, 이는 우리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삶의 가치관을 박탈당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따라서 하찮은 노동자일지라도 미국 정부에 세금을 내는 한 판사의 공정치 못한 판결에 반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때 판사앞에서 나는 이렇게 반격했다.

"나는 2년전 미국정부에서 노동허가를 받아 자동차 정비공으로 취업이민 온 한국사람입니다. 판사님은 이 어린아이가 왜 자신이 다니는 학교를 부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학교에는 아시아계 학생이 이 아이 하나뿐입니다. 이 아이가 돈키호테가 아닌 이상 등치 큰 아이들에게 먼저 싸움을 걸었겠습니까? 천재라고 해도 2년만에 외국어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니 말로 반격하지 못하고 행동으로 한 것입니다. 어쨋든 우리 아이는 죄를 지었고, 우리 온 가족은 이 아이의 죄값을 최대한 갚으려 그동안 노력해 왔습니다."

기름때 묻은 옷에 손도 씻지 못하고 법정에 서서 피눈물 나는 항변을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 데 어느 덧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나는 <올랜도 센티널> 전신인 <센티널 스타> 1면 탑기사에 난 우리 기사와 전국에서 보내온 격려 편지를 가끔 읽으며 이민생활을 해왔다. 그리고 종종 자신의 권리는 자신이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민족은 "맛있는 떡은 그 어느 누구도 너의 입에 넣어 주지 않는다. 먹고 싶으면 쟁취하라"고 후손들에게 가르친다고 한다. 그들의 정신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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