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택시운전을 그만두었나

지역사회를 가난하게 만드는 우버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황길재 옐로캡.jpg

 

 

지난 21일, 4년 반을 잡았던 택시 운전대를 놓았다. 자의반 타의반(自意半 他意半)이다. 자의라는 것은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자 함이고 타의라는 것은 더 이상 택시 운전으로는 생계를 꾸릴 수 없게 된 업계상황을 뜻한다.

 

뉴욕이라는 국제도시에서의 택시운전은 내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뉴욕 시민뿐 아니라 세계 각처에서 온 관광객들과 만나 그들의 삶을 단편적으로나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신나고 흥분됐다. 게다가 수입도 쏠쏠했다.

 

내가 택시를 처음 시작하던 때에도 e-hail 서비스는 있었다. Hailo라는 업체였는데 결국 사업에 실패하고 철수했다. 너무 시대에 앞섰던 것일까. 그 뒤를 이어 Uber, Lyft 등의 회사들이 진출했다. 우버는 처음부터 막대한 광고를 쏟아내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다. 그래도 옐로캡의 매출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처음 2년간은.

 

3년째부터 옐로캡 매출에 영향이 실감됐다. 서서히 늘어나던 영향은 최근 들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임계점(臨界點)을 넘어 버린 것이다. 택시 기사들은 하루 열 몇 시간을 일하고도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가져간다. 나도 일하는 시간은 늘었지만 수입은 줄고 카드빚은 늘어갔다.

 

우버와의 경쟁으로 택시 요금은 올릴 엄두도 못 낸다. 수입이 그대로라도 렌트비, 식료품비, 공과금 등 온갖 물가가 다 오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소득이 줄어든다. 하물며 수입이 줄어드는 마당에서야 무슨 말을 하겠는가.

 

최근 두 달 사이 세 명의 택시 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중 한 명은 개인적인 이유라고 하지만 나머지 두 명은 생활고(生活苦)를 비관한 자살이다. 그들은 죽음의 이유를 유서에 명백히 밝혔다.

 

분명 뉴욕 택시업계의 기존 시장질서는 무너졌다. 1만 3천여대의 옐로캡이 독점하다시피 하던 시장에 7만대의 택시가 더 늘어났다고 상상해보라. 정치인들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적 해결이 바람직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아무튼 시장에 맡겨 놓았을 경우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택시 숫자는 조절될 것이다. 지금은 일자리 나누기 효과로 모두가 조금씩 버는 상황이다. 이 정도 수입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택시 기사들은 시장에서 이탈해 다른 직업군(職業群)으로 옮겨갈 것이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한 때 중산층의 표상이었던 택시 기사들은 새로운 극빈층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전통적 택시업계에서는 택시 요금이 대부분 지역사회 내에서 재순환됐다. 하지만 우버는 택시 요금의 30% 이상을 수수료로 챙겨간다. 그 지역에서 부의 유출(流出)이 되는 것이다. 이는 지역사회를 가난하게 만든다. 승객들로서도 더 싸고 편리하게 택시를 이용하게 됐다고 마냥 즐거워만 할 수는 없는 이유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수입이 줄어드니 택시 기사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얼굴에서 웃음기가 줄어들었다. 나도 의식하지 못했지만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운전 중 욕설을 자주 내뱉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급기야 얼마 전 한 우버 운전자와 시비가 붙어 얼굴을 주먹으로 한 대 맞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 순간 꼭지가 돌아가고 이성이 마비돼 상대방 운전자를 반쯤 죽여 놓아야 하는데 반대로 정신이 번쩍 들고 차분해졌다. 내가 가만히 있는 사이 상대방은 차를 몰고 가버렸다. 나는 속으로 그에게 감사했다. 택시 일을 그만둘 때가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

 

택시 운전은 더 이상 내게 새로운 경험과 배움을 제공하지 않았다. 나는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다. 그 시기는 내 계획보다 5년 정도 빨리 찾아왔다. 상황이 그렇게 된 것이다.

 

2018년 나는 아무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래서 계획에 없던 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

 

 

18664682_10209097149054129_5688345304265446760_n.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 |
  1. 황길재 옐로캡.jpg (File Size:126.4KB/Download:18)
  2. 18664682_10209097149054129_5688345304265446760_n.jpg (File Size:73.5KB/Download:18)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와인과 스탈린 file

    백만송이 장미 노래의 고향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54)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불과 며칠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나온 도시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이라는 것은 참 믿을 것이 못된다고들 하지만 나의 기억은 정말 믿을 것이 못된...

    와인과 스탈린
  • 역사는 되풀이된다 file

    송시열의 ‘글씐 바위’를 보며 부자들의 섬 노화도, 선비의 섬 보길도(3)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뜻하지 않은 배탈로 한두 시간 쉬고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나갔다. 배낭을 벗고 지팡이 차림이라 걷기에 한결 편했다.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1607년~1689)...

    역사는 되풀이된다
  • ‘나는 用美主義者다’ file

    文정부는 ‘권리장전’으로 美를 대하라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커네티컷 주립대학교(UConn, University of Connecticut)가 지난달 23일 트위터를 통해, “커네티컷 주립대학은 평화적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인해 받은 처벌이 입학허가를 받았거나 지원 중인 ...

    ‘나는 用美主義者다’
  • 커져라, 유권자 파워!

      커져라, 유권자 파워! - 유권자 수가 힘이다   [i뉴스넷] 최윤주 기자 editor@inewsnet.net   1865년 60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했다. 이로써 미 전역의 노예가 해방됐다. 그러나 그 후 100년이 흐르도록 흑인들은 극심한 인종차별을 겪으...

    커져라, 유권자 파워!
  • 평창의 열정, 패럴림픽 성공으로 완성하자!

    평창의 열정, 패럴림픽 성공으로 완성하자! - 민주평통 달라스 협의회가 평창 패럴림픽을 응원합니다     ​오원성 · 제18기 민주평통 달라스협의회 부회장     올림픽과 패럴림픽, 그리고 스페셜올림픽을 일컬어 세계 3대 올림픽이라 한다. ‘스페셜올림픽’은 자폐나 발달...

    평창의 열정, 패럴림픽 성공으로 완성하자!
  • 뉴욕의 옐로캡 운전대를 놓으며 file

    나는 왜 택시운전을 그만두었나 지역사회를 가난하게 만드는 우버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지난 21일, 4년 반을 잡았던 택시 운전대를 놓았다. 자의반 타의반(自意半 他意半)이다. 자의라는 것은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자 함이고 타의라는 것은 더 ...

    뉴욕의 옐로캡 운전대를 놓으며
  • 비단길에 평화의 수를 놓다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53)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코카서스 산맥의 두꺼운 산 주름 속을 맨몸으로 달릴 때 낯선 나그네의 발길이 탐탁지 않은 듯 바람은 거셌다. 그러지 않아도 그 장엄하고 경이로운 자태(姿態) 앞에 무릎이 절로 꺾이고 ...

    비단길에 평화의 수를 놓다
  • 지구는 UFO 종합터미널 file

    별나라형제들 이야기(28)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8. 지구는 UFO 종합터미널이고 많은 비행체들이 가고 오고 있다   지구에는 수백, 수천의 외계인 전초기지(前哨基地)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지구 곳곳에는 적어도 75개 비행체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지구는 UFO 종합터미널
  • NZ 여성들 “자녀 적게, 늦게 갖는다”

    뉴질랜드 여성들이 평생 동안 출산하는 자녀의 수가  이전에 비해 크게 줄면서 출산 나이 자체도 늦어지고 있다.      지난 2월 하순 발표된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이른바 ‘합계출산률(total fertility rate)’이 작년에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

  • 조금 더 해주는 정성, 성업 부른다

    대폭적 경영쇄신에 앞서 봉사의 질을 향상시켜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텍사스 주의 댈라스에 있는 한 호텔에 새로운 매니저가 부임해 왔습니다. 여성인 매니저는 그 침체된 그 호텔을 성업으로 전환해 달라는 요청을 소유...

    조금 더 해주는 정성, 성업 부른다
  • 자녀에게 좋은 성품 길러주자(4)

    [교육칼럼] '존중'은 자신과 타인이 고귀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행동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시대가 변하면서 유행하고 많이 쓰이는 말들도 자주 변하지만 필자가 어렸을 때는 별로 사용하거나 듣지 않았지만 요새 흔하게 쓰이는 말들 중에...

    자녀에게 좋은 성품 길러주자(4)
  • 햇볕 쬐면 비타민 D 얻는다 file

    [생활칼럼] 피부암 등 자외선 유해성 감안해 노출시간 조절 필요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비타민 D는 음식을 통해서도 얻어지지만 신체내 필요한 분량중 상당 부분이 햇볕에 노출된 피부에서 만들어진다. 비타민 D의 남녀성인 하루 권장량은 400 IU이며, ...

    햇볕 쬐면 비타민 D 얻는다
  • 오래전 솔직하게 했던 말을 후회한다 file

    [이민생활이야기] <조선일보>에 난 북한 어부들 기사를 읽고 지난해 말에 읽은 <조선일보> 기사 한 토막이 요즈음 며칠동안 나의 잠을 설치게 한다. <조선일보> 일본 특파원이 쓴 '일본 해안의 뚜껑 없는 목관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오래 전에 내가 솔직하게 한 말과 ...

    오래전 솔직하게 했던 말을 후회한다
  • 검은 보석같은 친구‘릴리앙’

    여름이 저만치 물러나면서 손짓해 불러들인 다음 손님. 가을이 왔다. 따가운 햇살속으로 안겨오는 바람이 제법 상큼하다.    이 때 쯤일게다. 다알리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계절이... 다알리아 꽃을 생각하면 문득 잊고 살았던 한 여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탐스럽게 검...

    검은 보석같은 친구‘릴리앙’
  • 보길도와 바구리섬..정겨운 우리말 file

    부자들의 섬 노화도, 선비의 섬 보길도(2) 빈무덤 2차 조국순례기 열번째 이야기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트럭 운전사는 보길대교를 지나 면사무소 앞에 내려주었다. 식당 앞에서 노인이 젊은이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보길도' 지명은 15세기 ‘동국여지승...

    보길도와 바구리섬..정겨운 우리말
  • 환상적인 우주여행을 하자 file

    지구인은 탐구족(The explorer race) 별나라 형제들 이야기(27)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로버트 샤피로(Robert Shaprio)가 쓴 ‘탐구족(The explorer race)’ 이라는 책을 읽었다.   아주 기상천외하고 도발적인 관점들이 많아서 정말 흥미진진했다. 다시 말하...

    환상적인 우주여행을 하자
  • 북미 대화, 미국 태도에 달려 있다

    [시류청론] 대북적대정책 포기만이 평화의 첫걸음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평창올림픽이 시작된 2월 10일 북한 대표단과 펜스 등 미국 대표단이 청와대에서 ‘조건 없는’ 비공개 회담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회담 시작 2시간 전에 북한 측이 회담을 일방적...

    북미 대화, 미국 태도에 달려 있다
  • 21세기 문명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문명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휴머니즘을 발견해야……     일본의 식민지 치하에서 조국이 신음하고 있을 때 일본은 그 말기적 증상으로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고 바로 그날 세상에 태어났다. ...

    21세기 문명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 혐오와 배제를 극복하려면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최근에 읽은 김동문님의 글 '혐오가 복음이고 정답이다?'는 이렇게 끝을 맺고 있습니다. 배제와 혐오에 깔려있는 정치적으로 극우적 편향은 보수 정권에 대해서는 맹목적인 무비판적 지지로 기울곤 한다. 정치...

    혐오와 배제를 극복하려면
  • 그리스, 로마신화

    우리는 불가능한 일을 이루었을 때 기적(奇蹟)이라고 하고 그 스토리를 신화(神話)라고 부른다. 신화(神話)는 우리에게 꿈을 주고 역사를 심어주는 중요한 매체이다.    신화학자인 웬디 도니거 시카고대 교수는 신화는 현미경 기능과 망원경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그리스, 로마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