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성수칼럼_지성수)_줄인것.jpg

 

* '스캔들'의 어원은 원래 헬라어 ‘스칸달론’이다. 스칸달론은 ‘징검돌’ 혹은 ‘걸림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돌'이 사람에 따라서 ‘징검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대가족과 콩가루 가족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 중에 둘을 꼽으라면 예수와 마르크스라는 두 유태인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은 두 사람의 생각은 대부분의 일치하는 것이었지만 머리가 나쁜 그의 추종자들 때문에 원수가 되어 서로 죽고 죽이는 비극이 오늘도 연출되고 있다.

이 두 사람의 생각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은 ‘공동체주의’여서 역설적이게도 완벽한 공산주의는 신앙 안에서만 이루어질 질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내가 공동체주의를 신봉하는 이유이다. 나는 평생 공동체를 추구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이상적인 공동체라면 거리를 따지지 않고 갈 수 있는 대로 방문해서 경험해 보기도 했다. 시드니에서도 어떻게 하면 공동체적임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 했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기회가 찾아 왔다.

 

10년 전 갑작스런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마음이 허전했던 40대들 몇몇이 무엇인가를 해보자고 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시드니 큰 가족 ’이 만들어졌다. 목표는 ‘이민자로서 어떻게 하면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화두를 놓고 공동체적 삶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인류의 역사 중에 가장 오래된 가족형태는 대가족제도다. 인류는 오랜 동안 3, 4대에 거쳐 노인과 아이들이 삼촌, 사촌들과 함께 살면서 서로 배우고 다투며 살았다. 그러나 산업사회는 더 이상 그런 형태의 삶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핵가족을 넘어 독신 생활이 흔하다. 함께 사는 부족시대에서 완전 콩가루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 대가족제도는 다시 돌아가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인류의 이상향이다. 그러나 이민 생활에서는 그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선 주거 형태만 하더라도 큰 집이 얼마든지 있고, 이민 생활이란 것이 비교적 단순하고 투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무엇보다도 함께 모여 살면 모든 것이 경제적이다. 가장 단순한 예를 든다면 집집마다 있는 모뎀이 하나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함께 살만한 인간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종합(지성수컬럼_제14화_큰가족).jpg

사진: 저자 제공

 

그래서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것을 함께 하기로’ 하고 8 가정이 모여서 ‘시드니 큰 가족’을 시작했다. 처음 모였을 때는 마치 첫 사랑을 하듯 서로 간에 상대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2 주에 한 번 토요일에 전 가족이 모였는데 함께 할 일이 많아서 토요일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또 모두가 토요일에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중간에도 틈틈이 만남을 가졌다.

이민 사회에서 외로우니까 이런 저런 이유로 몇 가정이 아주 친밀하게 지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적’ 분위기가 ‘가축적’ 분위기로 변해서 찢어지고 갈라져 싸우고 원수 되고 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마음속에 공동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큰 가족은 개인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고국에 대한 향수뿐만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나이에 상관없이 젊은 시절 세상을 바로 잡겠다고 뛰던 정열을 가슴 속에 깊이 묻고서 남의 땅에서 몸 붙여 사는 자들의 고독이 몸에 배어 있었던 것이다.

큰 가족은 어차피 남의 땅에서 살다가 죽을 팔자이니 살아서 가족 같이 살고 죽을 때 서로 관을 들어 줄 사이가 될 수 있는 짝퉁 가족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저 되는 일이 아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좋은 것일수록 지불해야 할 대가가 높은 법이다. 생긴 대로 놀고 자기 하고 싶은 데로 해서는 될 일이 아니고 서로가 다듬어지고 훈련하고 닦여야하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나를 중심으로 해서 모였고 목사이고 나이를 제일 많이 먹었다고 해서 큰 가족에서 어떤 지도적인 입장에 있지 않았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나는 3년간 지속된 모임에서 한 번도 5분 이상 내가 이야기를 해 본적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다른 사람 보다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배려를 더 많이 하면서 아이디어를 내는 정도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모여 ‘같이’ 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모든 동물은 자기와 다른 것에 대하여 본능적으로 방어적 태세를 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기와 생각이 다른 것조차도 경계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전혀 다르게 생긴 사람과 한 공간에 있는 것은 할 수 있어도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는 한 공간에서 같이 숨을 쉬는 것도 어려울 때도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함께’ 하기는 쉽다. 그러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함께’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모자이크는 제각기 다른 색깔을 가져야만 가능하다. 어려운 일이기는 하나 다름을 수용해서 조화를 만들어 내는 훈련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행동이다. 

3년 동안 같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같이 하면서 창조적이고 재미있고 뜻있는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 예를 들면 휴가를 같이 보내고 누가 집을 사면 모든 가정이 달라붙어서 집수리를 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3년 만에 콩가루 가족이 되었다. 역시 예수와 마르크스의 완벽한 조합이 아닌 공동체는 유지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지성수 / 목사, 칼럼니스트

 

  • |
  1. 종합(지성수칼럼_지성수)_줄인것.jpg (File Size:47.7KB/Download:20)
  2. 종합(지성수컬럼_제14화_큰가족).jpg (File Size:126.8KB/Download:20)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포커스] 다시 한번 ‘중간계’로 변신하는 NZ file

    4월 중순에 나온 언론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정부는 ‘반지의 제왕(Lord of the Rings)’ TV시리즈를 제작 중인 아마존(Amazon)에 1억달러 이상을 보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질랜드는 국내에서 TV시리즈가 제작되면서 이미 3부작 영화로 국가 이미지 제고...

    [포커스] 다시 한번 ‘중간계’로 변신하는 NZ
  • [포커스] 비용 증가로 ‘물가 상승’ 압력 file

    사업체들이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운송비 상승 등으로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상당한 비용 증가를 떠안은 업체들은 판매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이에 ...

    [포커스] 비용 증가로 ‘물가 상승’ 압력
  • 민주언론 억압하는 적폐세력… 보고만 있을 건가?

      [시류청론] 오세훈의 ‘삽질’과 감사원의 불의에 ‘협치’라니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 취임한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임기가 남았는데도 유능한 언론인인 그를 강퇴시키기 위해 감사원과 검찰을 동원, 1800억원 배임 혐의로 ...

    민주언론 억압하는 적폐세력… 보고만 있을 건가?
  • “세계가 규탄한다” 재앙 초래할 일본의 오염수 방류

      [시류청론] 케리 미 특사의 ‘일본 편들기’, 국제적 비난 면치 못할 것 (올랜도=코리위클리) 김현철 기자 = 한국 정부가 4월 18일 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특사의 방한을 계기로 일본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방출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케리 특사...

    “세계가 규탄한다” 재앙 초래할 일본의 오염수 방류
  • [포커스] NZ-호주 “무검역 여행 본격 시작” file

    뉴질랜드와 호주 사이의 ‘무검역 여행(quarantine-free travel)’이 오는 4월 19일(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동안 이를 고대하던 호텔 등 관광업계에서는 적극 환영하고 나선 가운데 각 항공사들 역시 즉각 항공편 증편과 함께 예약에 돌입했으며 호텔...

    [포커스]  NZ-호주 “무검역 여행 본격 시작”
  • 재보선 여당 패배 주 원인은 ‘지원금 선별지급’

      [시류청론] 자당 최선의 후보 배척은 차기 대선 필패 부를 것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참패한 여러 원인 중 가장 큰 원인은 이재명 지사가 주장했던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이 아닌 정부의 '선별지급' 강행이...

    재보선 여당 패배 주 원인은 ‘지원금 선별지급’
  • [포커스] 불량 국가처럼 행동하는 호주 file

    “호주가 불량 국가(rogue nation)처럼 행동하고 있다.” 지난달 15세 소년을 추방한 호주에 대해 녹색당의 골리즈 그하라만(Golriz Ghahraman) 외무 대변인이 비난한 말이다. 이 사건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경 통제 속에서도 계속되는 범죄...

    [포커스] 불량 국가처럼 행동하는 호주
  • 하루에 천 년을 살자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중학교 일학년 때 국어선생님이셨던 이완용 선생님께서 과장법을 가르쳐주실 때 사용했던 문장입니다. 그분은 이 말을 버릇처럼 하셨습니다. 저는 그 선생님이 좋았습니다. 그땐 그분의 이 말이 자신의 좌우...

    하루에 천 년을 살자
  • 바이든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인정, 환영한다

      [시류청론] ‘북한만 비핵화’,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출발점 되길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바이든 대통령, 블링컨 국무장관 등의 최근 대북 발언을 보면 제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한반도비핵화’는 무시하고 ‘북한의 비핵화’만 계속...

    바이든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인정, 환영한다
  • 그렇게, 감꽃잎은 지고

      활짝핀 연노랑 감꽃   어둑한 새벽녘, 눈이 떠지고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 바람에 뒷마당으로 나갔습니다. 감나무 아래깨를 지나다보니 얼핏 누르스럼한 것들이 여기 저기 나풀거리고 있었습니다. 오밤중에 후두둑 비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떨어져 내린 감꽃잎들이었습...

    그렇게, 감꽃잎은 지고
  • 적폐청산 file

      [열린창]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나는 4년간 군대생활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기를 공군대학을 나왔다고 했다. 실제로 내겐 대학생활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운 시기였다. 나는 그 시기에 사회라는 곳을 깊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

    적폐청산
  • 북한 자극하는 바이든, 대체 뭘 얻자는 건가 file

      [시류청론] 미-일-호주-인도 vs 러-중-북-이란 대결 구도 만들어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바이든 대통령은 3월 25일 취임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다”, ‘북한이 앞으로 수위를 높이면 ...

    북한 자극하는 바이든, 대체 뭘 얻자는 건가
  • [포커스] 최근의 뉴질랜드 환율 상승과 주가 하락 이유 file

    최근 뉴질랜드 환율은 상승 추세를 보이는 한편 뉴질랜드 주가는 조정을 받고 있다. 뉴질랜드달러화는 미국달러화에 비해 작년 3월 57센트선에서 11월 66센트, 그리고 최근 72센트대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에 따라 원화 환율은 작년 700원대에서 최근 800원대로 올라섰다...

    [포커스] 최근의 뉴질랜드 환율 상승과 주가 하락 이유
  • 한미 2+2 합의?...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시류청론] 한미워킹그룹 증보판 된 한미 장관 회담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국의 국무,국방 두 장관은 3월 17일 전례 없이 핵공중지휘통제기(E-4B)를 타고 방한, 적국인 북한과 중국에 겁을 주기 위한 방문임을 의식적으로 드러냈다. E-4B 항공기는 ...

    한미 2+2 합의?...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 [포커스] 생명을 건 위대한 비행 file

    지난주 수많은 지구촌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팀 뉴질랜드’의 대활약으로 ‘아메리카스컵’이 뉴질랜드에 남게돼 온 국민들이 열광하면서 ‘코로나19’로 무거워졌던 마음들을 잠시 내려놓았다.    하지만 한 해가 넘도록 좀처럼 끝날 기세를 없는 바이러스 사태는, 모든...

    [포커스] 생명을 건 위대한 비행
  • 바이든은 먼저 클린턴에게 대북관계 자문 구하라 file

    [시류청론] 미 국무국방 한국방문에 즈음한 한반도 정세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국 블링컨 국무, 오스틴 국방 등 새 바이든 행정부의 각료 첫 해외나들이는 ‘유럽이 먼저’라는 전례를 깨고 일본을 거쳐 3월 17일부터 19일 사이에 한국을 ...

    바이든은 먼저 클린턴에게 대북관계 자문 구하라
  • 노나메기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너도 나도 올바르게 잘 사는 세상이라는 의미의 단어이다. 얼핏 잘 외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노나먹기’를 연상해보라. 단번에 기억될 것이다. 백기완 선생님의 임종과 더불어 유명해진 단어이다. 그분이 추...

    노나메기
  • [포커스] 팬데믹이 몰고온 키위의 귀환 file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하기 전 5년 동안 뉴질랜드는 역사상 가장 많은 이민자를 맞았다. 매년 평균 5만~6만명의 순이민자들이 뉴질랜드로 유입되면서 총인구가 500만명을 돌파하는데 기여했다. 이민자들은 경제성장률을 높였고 일자리...

    [포커스] 팬데믹이 몰고온 키위의 귀환
  • ‘위선적 정치인’ 윤석열의 미래?... 밝지 않다

      최선진국 수준 대한민국 국민 민주의식 오판한 듯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 4일 사퇴하면서 “여권의 무리한 중수청(중범죄수사청) 추진과 검찰에 대한 막무가내식 압박이 (자신의) 사퇴의 일차적 원인을 제공했다”,“이 나라를 지...

    ‘위선적 정치인’ 윤석열의 미래?... 밝지 않다
  • [포커스] NZ주택소유율 “70년 만에 최저로 추락” file

    ‘코로나 19’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와중에도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생애 최초 구매자들을 포함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주택소유율 역시 7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추락했다.    또한 중간 크기 신축주택들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나면...

    [포커스] NZ주택소유율 “70년 만에 최저로 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