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지혜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사랑하고 존경하는 벗님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4월은 시인 엘리엇이 노래했던 대로 21세기에 들어 ‘가장 잔인한 달’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다행히 4월 하순부터 뉴욕의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차츰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매일 천 명 이상 확진자와 3백 명 가까운 사망자가 속출(續出)하고 있습니다. 맨하탄 도심에서 수 십구 시체가 쌓인 트럭들이 여러 차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장의사에서 냉동보관하지 못하고 하루 20달러에 빌리는 유홀(U-HAUL) 화물 밴과 트레일러트럭에서 시신들이 부패하고 있습니다. 장의사만 탓할 일은 아닙니다. 이것이 세계 최첨단 도시 뉴욕의 현실입니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화려한 도시의 이면을 낱낱이 드러낸 것뿐입니다.

 

제가 사는 낫소 카운티는 지난 편지에도 말씀드렸지만 한국의 40분의 1 인구에 4월말 코로나 확진자 3만5천명에 사망자 1,700명입니다. 확진자는 한국의 3배가 훨씬 넘고 사망자는 7배에 가깝습니다. 뉴욕주 전체도 확진자 30만 명에 사망자도 2만을 넘었습니다. 그래도 주민들은 불편하지만 질서를 지키고 주정부와 카운티 발표를 믿는 편입니다. 뉴욕주지사와 낫소카운티 행정관은 코로나 현황을 매일 브리핑합니다. 두 사람은 의료전문가는 아니지만 조금도 과장, 축소, 왜곡하지 않고 사실 그대로 발표합니다.

 

특히 낫소 행정관은 여성기자 출신으로 팩트를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한국의 정은경 질본 본부장을 연상시킵니다. 이들의 정직한 발표가 주민들 신뢰의 원동력입니다. 뉴욕주에만 매일 수천 명 확진자와 3백 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하는데도 연방정부 입장에서는 경제정상화에 조바심내고 있습니다. 주식시장과 자신의 대선을 대입시키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그럴 만 합니다. 트럼프는 매일 브리핑 시간에 자신이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방어했다며 자화자찬하면서 사실상 대선홍보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이기에 이해는 하지만 웬지 불안한 느낌입니다.

 

낮에 경찰차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내다보니 경찰차를 선두로 10여 대 차량과 소방차가 행렬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들이 차창에 “We miss you!!!"(선생님은 너희들이 그립단다) 등 다양한 구호판을 내걸고 손을 흔듭니다. 교사들이 학생들 사는 동네를 돌며 인사하는 것입니다. 사실 한 달 이상 반가운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고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것은 너무 힘듭니다. 어른들도 그런데 아이들은 더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대면하는 것이 요즘 유행입니다. Happy Birthday 행사도 친지들이 집 앞에서 노래하면 당사자는 창문에서 손을 흔듭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모습입니다.

 

차츰 빨리 해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특히 젊은 층들은 더 못 참겠다는 듯 시위를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습니다. 연방정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빨리 ‘Re open’하라고 조바심 내고 있지만 일선 주지사들과 전문가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거리두기 피로감 때문인지 이제는 제가 즐겨 찾는 외딴 해변에도 사람들이 제법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직 쌀쌀한 날씨에도 해변에서 옷을 벗고 일광욕하는 사람도 생기고 노인들은 주로 방파제(防波堤)에서 낚시로 세월을 낚고 있습니다.

 

사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돼도 큰일이고 중단해도 큰일입니다. 일용직 노동자들과 영세 소상인들의 피해가 막심합니다. 정부의 긴급재난 지원금으로는 어림없습니다. 정부에서는 나름 소상인들을 위한 긴급대출 등 구제책을 마련했지만 그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그늘이 많다고 합니다. 주로 막노동에 종사하는 서류미비 외국인 체류자들은 긴급재난 지원금에도 해당되지 않아 그대로 굶어야 할 처지입니다. 이런 소외계층에 대한 재난구호는 민간 사회단체에서 간헐적으로 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그렇다고 거리두기를 해제한다면 폭발적인 코로나 확산은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은 시장경제 자본주의 체제 이면(裏面)을 완전히 까발린 셈입니다. 오늘 세계 노동절을 맞아 노동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신성하고 존엄한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는 세상이 오기를 갈망하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류가 ‘더불어 사는’ 지혜를 깨치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저는 아직까지는 무사합니다.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2020년 5월1일

 

 

ac18475013cba8bba4465963249fb388_20200102194120_jsdfoktc.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빈무덤의 배낭여행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bmd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포커스] 다시 한번 ‘중간계’로 변신하는 NZ file

    4월 중순에 나온 언론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정부는 ‘반지의 제왕(Lord of the Rings)’ TV시리즈를 제작 중인 아마존(Amazon)에 1억달러 이상을 보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질랜드는 국내에서 TV시리즈가 제작되면서 이미 3부작 영화로 국가 이미지 제고...

    [포커스] 다시 한번 ‘중간계’로 변신하는 NZ
  • [포커스] 비용 증가로 ‘물가 상승’ 압력 file

    사업체들이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운송비 상승 등으로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상당한 비용 증가를 떠안은 업체들은 판매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이에 ...

    [포커스] 비용 증가로 ‘물가 상승’ 압력
  • 민주언론 억압하는 적폐세력… 보고만 있을 건가?

      [시류청론] 오세훈의 ‘삽질’과 감사원의 불의에 ‘협치’라니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 취임한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임기가 남았는데도 유능한 언론인인 그를 강퇴시키기 위해 감사원과 검찰을 동원, 1800억원 배임 혐의로 ...

    민주언론 억압하는 적폐세력… 보고만 있을 건가?
  • “세계가 규탄한다” 재앙 초래할 일본의 오염수 방류

      [시류청론] 케리 미 특사의 ‘일본 편들기’, 국제적 비난 면치 못할 것 (올랜도=코리위클리) 김현철 기자 = 한국 정부가 4월 18일 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특사의 방한을 계기로 일본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방출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케리 특사...

    “세계가 규탄한다” 재앙 초래할 일본의 오염수 방류
  • [포커스] NZ-호주 “무검역 여행 본격 시작” file

    뉴질랜드와 호주 사이의 ‘무검역 여행(quarantine-free travel)’이 오는 4월 19일(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동안 이를 고대하던 호텔 등 관광업계에서는 적극 환영하고 나선 가운데 각 항공사들 역시 즉각 항공편 증편과 함께 예약에 돌입했으며 호텔...

    [포커스]  NZ-호주 “무검역 여행 본격 시작”
  • 재보선 여당 패배 주 원인은 ‘지원금 선별지급’

      [시류청론] 자당 최선의 후보 배척은 차기 대선 필패 부를 것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참패한 여러 원인 중 가장 큰 원인은 이재명 지사가 주장했던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이 아닌 정부의 '선별지급' 강행이...

    재보선 여당 패배 주 원인은 ‘지원금 선별지급’
  • [포커스] 불량 국가처럼 행동하는 호주 file

    “호주가 불량 국가(rogue nation)처럼 행동하고 있다.” 지난달 15세 소년을 추방한 호주에 대해 녹색당의 골리즈 그하라만(Golriz Ghahraman) 외무 대변인이 비난한 말이다. 이 사건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경 통제 속에서도 계속되는 범죄...

    [포커스] 불량 국가처럼 행동하는 호주
  • 하루에 천 년을 살자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중학교 일학년 때 국어선생님이셨던 이완용 선생님께서 과장법을 가르쳐주실 때 사용했던 문장입니다. 그분은 이 말을 버릇처럼 하셨습니다. 저는 그 선생님이 좋았습니다. 그땐 그분의 이 말이 자신의 좌우...

    하루에 천 년을 살자
  • 바이든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인정, 환영한다

      [시류청론] ‘북한만 비핵화’,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출발점 되길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바이든 대통령, 블링컨 국무장관 등의 최근 대북 발언을 보면 제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한반도비핵화’는 무시하고 ‘북한의 비핵화’만 계속...

    바이든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인정, 환영한다
  • 그렇게, 감꽃잎은 지고

      활짝핀 연노랑 감꽃   어둑한 새벽녘, 눈이 떠지고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 바람에 뒷마당으로 나갔습니다. 감나무 아래깨를 지나다보니 얼핏 누르스럼한 것들이 여기 저기 나풀거리고 있었습니다. 오밤중에 후두둑 비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떨어져 내린 감꽃잎들이었습...

    그렇게, 감꽃잎은 지고
  • 적폐청산 file

      [열린창]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나는 4년간 군대생활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기를 공군대학을 나왔다고 했다. 실제로 내겐 대학생활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운 시기였다. 나는 그 시기에 사회라는 곳을 깊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

    적폐청산
  • 북한 자극하는 바이든, 대체 뭘 얻자는 건가 file

      [시류청론] 미-일-호주-인도 vs 러-중-북-이란 대결 구도 만들어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바이든 대통령은 3월 25일 취임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다”, ‘북한이 앞으로 수위를 높이면 ...

    북한 자극하는 바이든, 대체 뭘 얻자는 건가
  • [포커스] 최근의 뉴질랜드 환율 상승과 주가 하락 이유 file

    최근 뉴질랜드 환율은 상승 추세를 보이는 한편 뉴질랜드 주가는 조정을 받고 있다. 뉴질랜드달러화는 미국달러화에 비해 작년 3월 57센트선에서 11월 66센트, 그리고 최근 72센트대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에 따라 원화 환율은 작년 700원대에서 최근 800원대로 올라섰다...

    [포커스] 최근의 뉴질랜드 환율 상승과 주가 하락 이유
  • 한미 2+2 합의?...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시류청론] 한미워킹그룹 증보판 된 한미 장관 회담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국의 국무,국방 두 장관은 3월 17일 전례 없이 핵공중지휘통제기(E-4B)를 타고 방한, 적국인 북한과 중국에 겁을 주기 위한 방문임을 의식적으로 드러냈다. E-4B 항공기는 ...

    한미 2+2 합의?...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 [포커스] 생명을 건 위대한 비행 file

    지난주 수많은 지구촌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팀 뉴질랜드’의 대활약으로 ‘아메리카스컵’이 뉴질랜드에 남게돼 온 국민들이 열광하면서 ‘코로나19’로 무거워졌던 마음들을 잠시 내려놓았다.    하지만 한 해가 넘도록 좀처럼 끝날 기세를 없는 바이러스 사태는, 모든...

    [포커스] 생명을 건 위대한 비행
  • 바이든은 먼저 클린턴에게 대북관계 자문 구하라 file

    [시류청론] 미 국무국방 한국방문에 즈음한 한반도 정세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미국 블링컨 국무, 오스틴 국방 등 새 바이든 행정부의 각료 첫 해외나들이는 ‘유럽이 먼저’라는 전례를 깨고 일본을 거쳐 3월 17일부터 19일 사이에 한국을 ...

    바이든은 먼저 클린턴에게 대북관계 자문 구하라
  • 노나메기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너도 나도 올바르게 잘 사는 세상이라는 의미의 단어이다. 얼핏 잘 외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노나먹기’를 연상해보라. 단번에 기억될 것이다. 백기완 선생님의 임종과 더불어 유명해진 단어이다. 그분이 추...

    노나메기
  • [포커스] 팬데믹이 몰고온 키위의 귀환 file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하기 전 5년 동안 뉴질랜드는 역사상 가장 많은 이민자를 맞았다. 매년 평균 5만~6만명의 순이민자들이 뉴질랜드로 유입되면서 총인구가 500만명을 돌파하는데 기여했다. 이민자들은 경제성장률을 높였고 일자리...

    [포커스] 팬데믹이 몰고온 키위의 귀환
  • ‘위선적 정치인’ 윤석열의 미래?... 밝지 않다

      최선진국 수준 대한민국 국민 민주의식 오판한 듯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 4일 사퇴하면서 “여권의 무리한 중수청(중범죄수사청) 추진과 검찰에 대한 막무가내식 압박이 (자신의) 사퇴의 일차적 원인을 제공했다”,“이 나라를 지...

    ‘위선적 정치인’ 윤석열의 미래?... 밝지 않다
  • [포커스] NZ주택소유율 “70년 만에 최저로 추락” file

    ‘코로나 19’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와중에도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생애 최초 구매자들을 포함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주택소유율 역시 7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추락했다.    또한 중간 크기 신축주택들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나면...

    [포커스] NZ주택소유율 “70년 만에 최저로 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