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이계선 칼럼니스트

 

 

“‘새해에도 재미있게 삽시다‘ 한걸 보면 목사님은 지난해에 무척 재미있게 사신것 같습니다. 새해에도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지요?”

 

크리스마스카드의 반응이다. 성탄인사가 “새해에도 재미있게 삽시다” 였으니까.

 

파킨슨병으로 몸이 자유롭지 못해 성탄카드를 고만두려고 했다. 은범이가 반대다.

 

“70평생 넘도록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보내시던 성탄카드를 그만두시다니요? 금년에는 저희들이 카드를 직접 만들테니 아빠는 아이디어를 주시고 싸인 만 하세요”

 

그렇게 해서 “메이드인 돌섬카드“가 탄생했다. 생전처음 직접 만든 수제품 카드다. 1면에 ”祝 聖誕新年“이라 쓰고 그 다섯글자를 우리 다섯식구의 얼굴들이 빙글돌며 웃고 있다. 그 아래 메시지 ”새해에도 재미있게 삽시다“. 3면에는 카드수신자의 이름을 대형으로 쓰게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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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로 독서카드를 만들어 끼웠다. 앞면은 시카고의 방랑시인 칼샌드버그가 돌섬에 놀러와서 쓴 영시(英詩) ‘파라커웨이(돌섬)의 밤과 아침’. 뒷면은 돌섬의 새벽을 걷고 있는 등촌의 뒷모습을 넣었다. 나의 뒷모습을 내가 볼수 있는건 여간 멋진일(?)이 아니다. 내딸 은범이가 만들어서 그런가 보다. 멋져 보인다. ”새해에도 재미있게 삽시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내가 쓴 구절을 내가 읽는데 눈물이 난다.

 

얼마 전 뉴저지에 사는 집안어른을 문병했다. 나보다 다섯 살 위 처숙부다. 시력을 잃고 계셨다. 밤에는 수면제로 억지잠. 옆방에서는 아내와 손주가 떠들며 노는데 종일 혼자 웅크리고 지낸다. 하얀 장님지팡이를 짚고 집주변을 걸으세요. 라디오를 들으세요. 손주와 장난하시구요. 그러면 재미가 생길겁니다. 그래도 꿈쩍을 안하신다. 충정도와 경상도에서 유명한 부흥사 였다. 신유와 성령체험이 강한 목사님이셨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집으로 돌아가는데 우울하다. 남의 일이 아니다. 나도 5년있으면 그분의 나이가 된다. 아니다. 5년째 파킨슨병을 앓고 있으니 더 일찍 반신불수가 될 것이다. 손발을 떨면서 비틀 거릴 것이다. 말도 못하고 사람도 못 알아보는 치매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다 전신불수가 되어 멍하니 누워지내는 식물인간이 되면 어쩌지?

 

“길을 잘못 들었네요. 유턴하여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 해요.”

 

아내가 핸들을 꺾으며 말했다. 순간 나는 꿈에서 깨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하! 유턴 운전처럼 생각을 바꾸면 된다. 생각을 반대로 돌리면 얼마던지 행복할수 있다. 불행요인 일수록 재미있게 생각하는 거다!’

 

사실 나는 파킨슨병이후 용감해졌다.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유명한 파킨슨전문병원을 찾아다녔다. 약을 복용하고 고단백음식을 먹는다. 테라피를 받으며 백사장을 걷는다. 교회도 운동삼아 한시간을 걸어서 간다. 파킨슨이후 4년동안 비가오나 눈이 오나 걸어 다녔다. 땅바닥에 주저앉고 싶으면 던킨집에 들려 커피를 마신다. 10분쯤 쉬었다 일어나 걸으면 아주 기분이 좋다.

 

그렇게 했다고 병이 낫는건 아니다. 악화의 속도를 좀 늦춰줄 뿐이다. 파킨슨병은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치이상의 효험(效驗)을 보고 있다. 즐거움 행복 재미를 얻기 때문이다. 요즘 내 인생관은 병 이전보다 훨씬 즐겁다. 모든걸 재미의 요소로 삼는다. 병 가난 부부싸움 까지도. 병이 깊어 가면 재미도 깊어갈 것이다. 우리부부는 애들처럼 장난한다. 장난처럼 재미있는게 없으니까. 아내를 산초판사라고 부른다. 난 자동적으로 동키호테가 되고. 동키호테를 읽은 적이 없는 아내가 바보산초처럼 묻는다.

 

“산초판사라니? 판사로 불러주니 좋긴한데 대법원판사요 부장판사요?”

 

“산초판사님은 착할때는 바보판사요 화가났을때는 똑똑판사라오. 산초판사는 Judge라는 판사가 아니구 심부름하는 사환집사를 말하니까.”

 

“호호호호 아주 좋아요”

 

아내가 즐겁게 웃는다. 맞는 말이다. 아내는 착할때는 바보가 되어 잘 따른다. 그러나 화가 났다하면 어찌나 똑똑하고 사나워지는지 동키호테를 꼼짝못하게 만든다.

 

삼중고(三重苦)를 앓고 있는 헬렌켈러는 “3일만 볼수 있다면“ 에서 이런글을 썼다.

 

1. 첫째날 : 날 가르쳐준 세리반선생님을 만나볼것이다. 선생님의 인자한 얼굴, 아름다운 몸매, 부드러운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하루종일 선생님과 지낼것이다.

 

2. 둘째날 : 뉴욕 맨해튼을 찾아 오페라 뮤지컬 영화를 감상하고 뮤지엄과 미술관찾기.

 

3. 세째날 : 해와 달 별이 있는 하늘을 보고싶다. 바다와 산을 찾아 꽃과 새와 짐승들과 놀고 싶다.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울까? 그러면 나는 죽는날 3일 동안 세상을 볼수있게 해준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리고 영원히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

 

200개의 카드를 보냈다. 20여개가 되돌아왔다. 답장카드중 두 개를 소개한다.

 

-바다 건너 멀리 뉴욕에서 보내주신 성탄 신년연하장과 곁들여 칼 샌드버그의 돌섬의 새벽을 노래한 명시도 잘 받았습니다. 파킨스병을 이겨내면서 주님 안에서 꿋꿋하게 좋은 글을 쓰시며 인생 3모작 아니 4모작까지 가꾸시는 조카님께 다시 한번 경의를 보냅니다. 이 겨울은 춥고 스산하지만 연하장 가슴에 안고 머지않아 밝아올 새벽을 기다리며 서울의 추위를 이겨낼 것입니다. 돌섬 해변을 걷는 뒷 모습이 눈에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군요. -삼은 아저씨가<중학선배아저씨 이삼헌시인>

 

-올해는 제생애 최고의 성탄카드를 받았습니다. 목사님께서 저의 이름을 대문짝처럼 크게 써주신 카드를 보는 순간 백마디 천마디 글과 말로 다할수 없는 사랑과 아낌 성원의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노창현<베어마운틴의 의적 로빈후드. 뉴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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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의 큰손 一空과 水之 부부는 2016년 성탄절을 내 생애 최고의 부자로 만들어줬다. 뉴저지의 시인 홍시(紅柿)가 보내준 DD카드. 남아공과 스위스에서 날라온 천사들의 손길.... 아름다운 회답을 보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고명하신 이름을 매직으로 거칠게 써 보냈는데도 웃으며 보아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1년동안 돌섬통신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고맙다. 주소가 안돼 카드를 못 받으신 분들에게 이메일로 祝聖誕을 보내드린다.

 

“새해에도 재미있게 삽시다 !”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등촌의 사랑방이야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sarang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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