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민 역사 속에서도『뉴질랜드 한인사』를 

발간한지 10년에 이르고 있다. 

역사를 기술하는 일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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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사학자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1880-1936)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라고 갈파했다. 이를 우리 뉴질랜드 한인사회에 대입해본다면 ‘역사를 잊은 뉴질랜드 한인 사회에겐 미래가 없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다행히 뉴질랜드 한인 사회에서는 이미 10년 전에 ‘아오테아로아에서 한인들이 살아 온 이야기’라는 부제(副題)를 달고『뉴질랜드 한인사』라는 단행본을 발간한바 있다. 

 

이민 역사가 150년에 이르는 중국동포,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 동포사회, 114년에 이르는 미국 동포 사회, 100년이 넘는 재일동포 사회에 비하면 뉴질랜드 한인사회의 역사는 아주 일천하다고 말할 수 있다. 뉴질랜드 정부가 백호주의를 탈피하고 투자이민 제도로 유색인종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1988년 이후부터 아시안 이민자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더욱이 1992년부터 시행된 일반 이민제도로 이민자수가 급증하게 된 것이다.

 

1987년까지의 한인사회는 국제결혼 및 취업으로 이민 온 몇 가족, 녹용 사업 및 태권도와 관련하여 거주하고 있던 몇 가족, 콜롬보 유학생, 대사관/무역관 직원 가족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그 구성원 숫자도 200명에도 못 미치는 숫자였다. 다만 비정기적으로 단기 체류했던 원양어선 선원들이 200명에서 400명 규모로 있었다. 

 

1971년 7월에는 한국과 뉴질랜드 상호간에 대사관을 개설했고 대사관 개설과 더불어 전국적으로 몇 십 명에 불과한 한인들이지만 구심점이 형성되어 한인사회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따라서 1971년 7월 1일을 뉴질랜드 한인사회의 원년으로 제정하자는 동의가 형성되었다. 

 

흔히 본격적인 한인사회가 형성된 것은 일반이민 제도에 의한 한국인 이주가 본격화 되고 한인수가 천명이 넘어서면서 계속 증가하기 시작한 1992 년 이후라고 말하고 있는데 맞는 말이다. 25년의 역사가 전개된 것이다. 그러나『뉴질랜드 한인사』에서는 한국전쟁으로 한-뉴 관계가 형성된 1950년부터 거슬러 올라가 내용을 전개했으며 그냥 개인 경험으로 묻혀버릴 수 있었던 자료들을 발굴해내고 인터뷰해서 1992년까지 40여 년의 한인역사까지도 기술해 낼 수 있었다.

 

1953년 35세의 나이에 한국은행 국고부장으로 봉직하고 있던 중 UN의 Fellowship 장학금으로 6개월간 뉴질랜드의 중앙은행 제도를 연구하고 돌 아간 한상원씨가 있다. 그의 생생한 증언과 자료는 아오테아로아에 기록된 최초의 한인 발자취로 남을만 하다. 한상원씨는 금년 2월 향년 99세에 작고하였다. 

 

박영인 박사는 1960년 대 중반에 콜롬보 유학생으로 뉴질랜드에서 석사학위를 마치고 귀국 후에도 한-뉴 협회를 리드하면서 한-뉴 관계 징검다리 역할을 40년 넘게 수행 해왔다. 박영인 박사는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산 정상을 등정했으나 하산 길에 쓰러져 2012년 76세의 일생을 마감하였다. 한인사 편찬 작업이 늦어 졌다면 이들 선인들의  발자취가 영원히 묻혀버릴 수 있는 일이었다.  

 

지난 12월 9일에는 ‘뉴질랜드 한인사 발간 10주년 기념행사’가 뉴질랜드한인회 총연합회 주최로 열렸다. 차 창순 총영사를 대리해 참석한 정하철 참사관은 짧은 한인 역사 속에서도 한인사가 발간되고 더욱이 10주년 기념 행사까지 개최하는 성숙된 모습은 세계 어느 한인사회에서도 볼 수 없는 감격스러운 일이라고 소회를 피력했다. 

 

멜리사 리 의원은 첫 뉴질랜드 투자이민 가족으로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따라 나선 외국 생활에서 언어장벽과 사회 진입장벽을 뚫고 성장하게 된 과정을 발표해주었다. 

 

박태양 회장은 뉴질랜드에 1972년 도착해 한국인 첫 뉴질랜드 대학 졸업자, 국제결혼/ 입양을 제외한 첫 영주권/시민권 취득자로서 초창기 한인사회의 흐름을 설명해주었다. 

 

한인사 편찬 경위와 과정, 발행 후의 10년 간 경과, 앞으로의 대책 등을 풀어가면서 ‘뉴질랜드 한인사 발간 행사’와 ‘뉴질랜드의 첫 한국인’이라는 동영상이 상영되고 참석자들은 이를 통해 피부에 와 닿는 역사의식을 되새기고 미래를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토의 사항에서 향후 제2의 한인사 편찬은 뉴질랜드한인회 총연합회 차원에서 진행되어야한다는 제의에 모두 동의를 표하고 또한 차세대에 대한 살아 있는 역사 교육 차원에서 ‘이민사 박물관’을 개설해야한다는 제안도 받아드려졌다. 

 

특히 이민사 박물관은 오클랜드 한인회관이 국민은행으로부터 차입한 45만 달러를 상환하기만 한다면 현재 렌트 중인 회관 건물 절반을 박물관과 한인회의 사무실/홀 공간을 공유할 수 있어 이상적인 방안이라는데 큰 동의를 형성했다.  

     

역사 편찬은 여기 저기 흩어진 실오라기들을 수집해서 낱개의 실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옷감을 짜는 일과 같다. 사람이 옷을 입지 않으면 야만인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역사가 없는 민족이나 국가는 정체성을 유지할 수도 없고 세계화 사회에서 정당한 구성원이 될 수도 없다. 마오리족이 1000년 동안 아 오테아로아에 둥지를 틀고 살아왔지만 그들은 이 땅의 주인 노릇을 못하고 있다. 

 

그들에겐 문자가 없었고 따라서 기록 문화가 없다. 옛부터 우리 조상들은 가계(家系)의 내력을 기술한 족보(族譜)를 발간해왔고 이를 후손들에게 전수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겨 왔다. 따라서 족보가 없는 가계는 하층민 취급을 받아왔다. 뉴질랜드 한인사회에 한인 역사를 계속 유지해야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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