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삼천동 정법사에서 청평리 청평사까지

 

뉴스로=강명구 칼럼니스트

 

 

1477306083194.jpg

 

풍광이 수려(秀麗) 한 곳에서 고독이란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한 치유의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오색 창연한 산사의 가을에 한적함 속에서 고단한 마음을 위로하고 풍경소리를 타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새로운 기운을 얻고 싶어진다.

 

우리나라 3대 마라톤 대회의 하나인 춘천마라톤을 뛰고 진오스님과 마라톤 대회가 열렸던 공지천에서 멀지않은 춘천 삼천동에 있는 정법사를 찾아 그곳에서 하룻밤 안식을 취했다. 풀코스 마라톤으로 지친 몸은 사찰이 주는 안락한 분위기를 더하여 머리를 방바닥에 대자 깊은 잠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맑고 깨끗한 공기가 하늘의 선물인양 새벽 일찍 배달되어 온 누리에 가득하다. 이런 곳에서 나는 완전한 평온 속에 잠기며 최고의 정신세계에 머물게 된다. 이런 선물은 오래 전부터 고대하던 선물인데 왜 나는 이 귀한 선물을 덥석 받아들이는 일을 주저하며 이렇게 손님처럼 가금씩 찾아와 짝사랑하는 연인 바라다보듯이 할까? 이 처럼 경이로운 호흡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놔두고 왜 나는 바튼 호흡을 하는 곳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까? 아침 햇살도 이런 곳에서는 머뭇거리며 성스러운 안쪽으로 조심스레 다가온다.

 

아침 공양(供養)을 6시에 마치고 7시에 길을 나섰다. 춘천 시청과 강원 도청을 들렀다 가을의 정취를 물씬 담은 소양강 산책길을 따라 올라오다가 배후령 고개를 넘어온다. 여기까지 오는데만 19km를 왔다. 우리가 가려는 청평사로 가려면 이곳으로부터 소양강 수로를 따라 배를 타고 가면 9km 밖에 되지 않지만 달려서 가려면 해발 600m나 되는 배후령 고개를 넘어가 다시 해발 550m나 되는 백치고개를 다시 넘어가는 19km를 가야한다. 춘천에서 화천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춘천으로 넘어오는 길이다. 꼬부랑꼬부랑 그 험난한 길을 넘으면서 스님은 “업장(業障)을 소멸한다.”고 말하시면서 고통의 순간을 넘기신다. 그 고갯길을 다 넘어와 선착장을 만나면 또 다시 오롯한 산길을 다시 1km 오른다. 그 마지막 1km의 길은 그리 웅장하지 않으면서 운치있는 계곡이 이제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을 배경으로 우아한 자태를 연출하고 있다. 시원한 물줄기를 품어내는 구성폭포가 그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1477310926454.jpg

 

 

진오스님은 이렇게 고행의 탁발마라톤을 하면서 우리나라에 거주하면서 고초(苦楚)를 겪고 있는 이주여성과 통일청소년을 돌보는 ‘달팽이 모자원’을 운영하시며 베트남의 초등학교의 낙후되고 비위생적인 화장실을 현대식 화장실로 바꾸어 지어주는 ‘해우소(解憂所)’ 지어주는 사업을 한다. 자리이타(自利利他)는 남도 이롭게 하면서 자기 자신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스님은 기왕에 자기가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면서 수행도 하고 사회에 그늘진 곳을 돌보는 일을 한다. 달리면서 하는 그의 염불소리가 가을 하늘에 조용히 퍼져나간다.

 

보석 같이 아름다운 소양호를 품고 오봉산 안에 안긴 청평사는 973년(광종 24) 승현(承賢)이 창건하고 백암선원(白岩禪院)이라 하였으니 이 절은 천년이 훌쩍 넘은 고찰이다. 그 뒤 폐사되었다가 1068년(문종 2) 이의(李顗)가 중건, 보현원(普賢院)이라 하였다. 이의의 아들 자현(資玄)이 이곳으로 내려와 은거하자 오봉산에 도적이 없어지고 호랑이와 이리가 없어졌다고 하여 산 이름을 청평이라 하고 사찰 이름을 문수원(文殊院)으로 하고 중창하였다.

 

청평사는 779m의 오봉산 자락에 안겨 있는 사찰로 절터는 강원도 기념물 제55호로 지정되었다. 산자락 한 끝을 그 맑고 맑은 소양호에 담그고 있으면서 청평사 찾아가는 순례자를 더욱 운치 있게 반긴다. 이절에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8호인 3층석탑이 있다. 이 탑에는 상삿뱀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원나라 순제(順帝)의 공주가 상삿뱀이 붙어 고생을 하다가 이 사찰에 와서 가사불사(袈裟佛事)를 한 후에 상삿뱀이 떨어져 나갔다는 소식을 들은 순제가 지었다고 하며, 그래서 이 탑을 공주탑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대웅전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모셔져있다. 사찰 내에 있는 고려정원은 일본 교토의 사이호사의 고산수식 정원보다 200여 년 앞선 것이라고 한다.

 

사찰 안으로 들어서면 윤회를 상징하는 회전문이 사천왕문격으로 서 있다. 그 뒤로 대웅전이 보인다. 회전문 양 옆으로 크고 작은 회랑과 전각들이 옛 모습의 품격을 갖추고 서있다. 이곳엔 정교한 축대와 초석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예전 전성기의 청평사 규모를 가늠케 한다.

 

자연만이 이처럼 풍요로우며 아름답다. 그 자연의 풍요로움 안에 안기어 있는 사찰에는 부처님의 자비로우심이 더하여 안락함과 위로를 준다. 어떤 지독한 사랑으로 내 마음이 가득 찼을 때에라도 자연의 풍요로움은 내 마음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 정도로 절대적이다. 요즘처럼 대도시에 시멘트 빌딩이 치솟아 오를수록 그 대조(對照)는 더욱더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1477310955506.jpg

 

 

하늘에서 반짝이는 천체의 별들이 광명한 빛을 발산하자 부처님의 자비가 보살들을 위해 마련해 둔 것 같은 시간이 흐른다. 이런 시간에는 인간의 내부에 잠들어있는 욕망은 스스로 잦아들고 만다. 화려한 네온사인 밑에서 초라하고 옹색했던 모습은 단숨에 의연하고 초연한 모습으로 변하고 만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 문학’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gmg

 

  • |
  1. 1477306083194.jpg (File Size:116.9KB/Download:42)
  2. 1477310926454.jpg (File Size:98.4KB/Download:43)
  3. 1477310955506.jpg (File Size:157.4KB/Download:44)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국민은 박근혜의 ‘하야’를 요구한다

    [긴급기고]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야 하는 여섯가지 이유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 전 원광대 교수 = 무서운 태풍의 핵 속에 잠깐 멈추고 있는 절체절명의 한국 민주 정치를 구할 수 있는 평화적인 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무엇보다 우선 ‘비선 실세 최순실’ 일...

    국민은 박근혜의 ‘하야’를 요구한다
  • 벌거벗은 임금님이 된 박근혜 file

    청와대앞에서 발가벗고 데모하고 싶다   뉴스로=이계선칼럼니스트     박근혜대통령이 ‘벌거벗은 임금님’이 됐다. 발가벗은 임금님은 안델센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 허영심 많은 임금에게 사기꾼재단사가 옷을 바쳤다. 옷은 보이지 않고 시늉만 한다. 옷이 없으니까.   ...

    벌거벗은 임금님이 된 박근혜
  • 가정에서 아버지 역할은 최 우선

    자녀에게 관심 쏟는 아버지가 최고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제안한 “아버지를 위한 일곱 가지의 규칙“ 을 제 자신이 풀이를 하면서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1. 같이하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

    가정에서 아버지 역할은 최 우선
  • 미국은 살 만한 곳이 아니다? file

    ‘생활의 달인’ 출연 여성의 주장을 듣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미국은 잠시 관광을 가볼 만한 나라다." 이 말을 한 사람은 얼마 전 한국 텔레비전의 한 프로그램인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한 중년 여인이다. 중년 여인은 아들과 함께 미국 뉴욕시 롱아일랜...

    미국은 살 만한 곳이 아니다?
  • 사이비 교주가 다스리는 나라, 이게 나라인가? file

    【시류청론】박근혜 대통령 하야가 옳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불교, 천주교, 개신교, 천도교 등을 한 데 섞은 사이비 종교, 영세교 교주 고 최태민 목사(승려?)와 20대 초반부터 은밀한 사이로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년 간 최태민의 딸이자 ...

    사이비 교주가 다스리는 나라, 이게 나라인가?
  • ‘통치불능’ 박근혜와 단두대 file

    프랑스국민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뉴스로=소곤이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트위터 캡처>       기요틴(guillotine), 우리말로 단두대(斷頭臺)는 1791년 프랑스 혁명이후 사용된 처형기구이다. 그전까지 프랑스에서 사형수단으로 활용된 방법은 주로 참형(斬...

    ‘통치불능’ 박근혜와 단두대
  • 꼭두각시 놀음은 끝났다 [4] file

      어릴 적 학교에서 반공교육을 받았던 이들에겐  뇌리에 꽉 박힌 단어 하나가 있다. 섣불리 장난삼아라도 함부로 써서는 안되는 이 말은 오직 북한을 수식할 때만 허용됐다.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단어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북한 같았...

    꼭두각시 놀음은 끝났다
  • 전현 퍼스트레이디의 공동유세 file

    윌리엄 문의 '워싱턴세상'   뉴스로=윌리엄 문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인류 역사상 최초로 현직 퍼스트레이디가 대선에 출마한 전직 퍼스트레이디와 공동유세(共同遊說)를 하는 전례없는 장면이 펼쳐졌다.   지난 27일 노스캐롤라이나 윈스턴 세일럼 소재...

    전현 퍼스트레이디의 공동유세
  • 북미대화는 외교관계 수립의 초석 file

    “전쟁중에도 대화채널을 유지된다”   뉴스로=윌리엄 문 칼럼니스트 moonwilliam1@gmail.com         지난 9월 28일 미국무부 외국프레스센터 주최 초청을 받아 내셔널 프레스센터를 방문하여 다수의 중국 기자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필자는 그들에게 북한의 ...

    북미대화는 외교관계 수립의 초석
  • 불쌍타 우리여, 우리나라여! file

    불쌍타 우리여, 우리나라여!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김명곤     우리는 나환자(癩患者)다, 우리나라도 나환자다.   나환자가 뭐냐? 증상이 발현하면 신경계, 기도, 피부, 눈에 고름뭉치가 생기는 병이다. 통각(痛覺)능력을 상실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

    불쌍타 우리여, 우리나라여!
  • 최순실과 라스푸틴, 신돈, 정난정 file

    ‘최순실 국정농단’ NYT 대서특필   뉴스로=노창현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뉴욕타임스를 보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사상 유례없는 대한민국의 국정농단 스캔들이 해외 언론에 일제히 보도되면서 국민들은 물론, 지구촌 한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있...

    최순실과 라스푸틴, 신돈, 정난정
  • 투투 대주교가 안락사를 주장하는 이유

    투투 대주교가 안락사를 주장하는 이유 (페어팩스=코리아위클리) 박영철(전 원광대학교 교수) = “당신들은 안락사가 싫으면 안 하면 된다. 안락사를 선택하겠다는 사람들의 권리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현재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성공회 명예 대주교 데즈먼드 투투(Tutu...

    투투 대주교가 안락사를 주장하는 이유
  • 짧은 인생, 꾸미지 않고 살 수 없나? file

    디즈니에서 만난 80 노인을 보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오늘 아침 디즈니월드에 갔다가 아침 소나기를 만나 처마 밑에 들어갔다. 마침 내 옆에는 늙은 백인 노인이 디즈니 직원 복장을 하고 우비를 입고 있는데 판초 우의를 거꾸로 입은 줄 모르고 계속...

    짧은 인생, 꾸미지 않고 살 수 없나?
  • 머슴목사가 그리운 시절 file

    머슴목사가 그리운 시절   김명곤     어느 원로 목사님이 머슴출신 목사님을 그리워 하는, 글을 쓰셨네요. 아래를 일구는 사람이 위의 일을 말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 반전도 반전이려니와, 어찌보면 가장 낮은 자리에 오신 예수님을 닮기에는 머슴 처럼 좋은 직업이 없...

    머슴목사가 그리운 시절
  • 진오스님과 함께 하는 탁발마라톤 동행기 1 file

    춘천 삼천동 정법사에서 청평리 청평사까지   뉴스로=강명구 칼럼니스트       풍광이 수려(秀麗) 한 곳에서 고독이란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한 치유의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오색 창연한 산사의 가을에 한적함 속에서 고단한 마음을 위로하고 풍경소리를 타고 자유로운 ...

    진오스님과 함께 하는 탁발마라톤 동행기 1
  • 최순실의 상자 file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대한민국이 패닉상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을 '모든 권력은 최순실로부터 나온다'라고 고쳐야 할 판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수세에 몰린 박근혜 정권이 ‘개헌’이라는 묵직한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면전환을 꾀했으나, JTBC 뉴스룸...

    최순실의 상자
  • 개벽..여성 대통령 시대의 산고  file

    뉴스로=윌리엄 문 기자 moonwilliam1@gmail.com           백악관 취재를 갈 때마다 브리핑 룸내에 딸린 화장실 앞 정말로 작은 긴 테이블 꼭 하나 놓여 있는 자동판매기 앞 일명 간이 식당에 앉아서 갖고 간 커피와 음식을 들면서 백악관 ...

    개벽..여성 대통령 시대의 산고 
  • 국졸머슴도 목사가 될수 있습니까? [1] file

    뉴스로=이계선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부자와 천재를 좋아하는걸 보면 목사님도 뉴라이트목사인 모양이죠?”   “지난번 ‘이철승보다 잘난 부자이승룡‘ ’바보목사의 수제자가 된 천재지홍해‘를 쓴걸 보고 그러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머슴이야기를 써보려고 ...

    국졸머슴도 목사가 될수 있습니까?
  • "누구를 위한 벅차는 우리의 젊음이냐" 새 점령자 미국에 비수

    [필화 70년 2] 첫 필화 사형수 시인 유진오   ▲ 조선문학가동맹이 1946년 2월 정식 출범을 선언하며 개최한 전국문학자대회 장면. 당시 유진오는 조선문학가동맹의 문화공작대 제1대 소속으로 활동했다.   (서울=코리아위클리) 임헌영(문학평론가·민족문제연구소장) = 8...

    "누구를 위한 벅차는 우리의 젊음이냐" 새 점령자 미국에 비수
  • 문재인이 종북? 뭐묻은 개가 뭐묻은 개 나무라는 격

    정권 부패 물타기-대선용 ‘색깔론’ 당장 멈춰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대한민국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뜬금없이 헌법조항을 들먹이...

    문재인이 종북? 뭐묻은 개가 뭐묻은 개 나무라는 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