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김중산 칼럼니스트

 

 

지난 2016년 8월 11일 청와대에서 오찬(午餐) 회동이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 불린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가 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그날 오찬 식탁에는 송로버섯, 샥스핀찜(상어 지느러미), 캐비어 샐러드(소금에 절인 철갑상어 알), 능성어 요리 등이 올랐다.

 

서민들은 듣도 보도 못한 갖가지 진귀한 최고급 식재료가 총동원된 초호화판 메뉴에 정치평론가 유창선은 “우리가 본 것은 민심의 강 건너에 있는 ‘궁전의 식탁’이었다”며 씁쓸해 했다. 불과 두어 달여 뒤면 정권의 몰락을 알리는 촛불이 들불처럼 타오르기 시작할 줄은 까맣게 모른 채 그들은 그렇게 민심의 강 건너에서 최고급 요리를 즐기며 축배를 들고 있었다. 정치란 애오라지 덧없는 것이다.

 

2018년 10월 29일 오늘로 “이게 나라냐”며 촛불을 든지 2주년이 된다. 촛불혁명 2주년을 맞아 과연 “이게 우리가 바라던 나라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촛불혁명 전과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깨어있는 시민들의 눈부신 집단지성으로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권위적이고 부패무능한 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한 자랑스러운 명예혁명을 이뤄냈다는 자긍심(自矜心)이 어느새 좌절감(挫折感)으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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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촛불 민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자 이에 실망한 나머지 심지어 “우리가 이런 꼴을 보려고 엄동설한(嚴冬雪寒)에 거리에 나가 발을 동동 구르며 촛불을 들었나” 하는 자조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권만 바뀌었을 뿐 촛불혁명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폐청산을 통한 국가 개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서민들의 삶은 전임 정권 때보다 더 팍팍해지고 좀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문재인 정권에 대해 벌써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적잖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나마 남북관계 진전이 문재인 정권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되고 있을 뿐 지금처럼 길을 잃고 헤매다가는 이명박근혜처럼 나라를 거덜내고 문 대통령 본인도 퇴임 후 험한 꼴을 보게 될지 모른다. 그렇게 민심이 떠나가는 데도, 하여 다음 대선을 주야로 걱정해도 될까말까한 집권당 대표는 한가하게 20년도 모자라 50년 집권을 운운하고 있다. 누구 맘대로?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민심과 동떨어진 집권당 대표의 그같은 안일한 태도는 불과 몇 달 후면 탄핵을 당해 권좌에서 쫓겨날 줄도 모르고 ‘민심의 강’ 건너 궁전의 식탁에서 최고급 요리에 샴페인을 들며 태평성대를 누리던 박근혜와 그 일당들의 모습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민심 무서운 줄 모르고 방정을 떨다가는 한 순간에 훅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부디 잊지 않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과연 그럴까. 내가 문 대통령에 최초로 실망한 것은 인사에 관한 것이다. ‘인사가 만사’란 말이 있듯 인사는 정권의 성패를 가르는 알파요 오메가이다.

 

문 대통령은 또 “이념과 정파에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三顧草廬)하여 전국적으로 고르게 등용하겠다”고 해놓고는 8차례나 위장전입을 한 파렴치한 인사를 중용하는 등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 최근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결격사유가 차고 넘치는 데도 국회 청문회를 무력화하고 임명을 강행하는 오기(傲氣)를 부렸다.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는 박근혜 정권 때보다 더 심하다. ‘미워하며 닮는다’더니만 꼭 그꼴이다. “국정운영의 동반자인 야당과는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그런 노력을 얼마나 진솔하게 했는 지는 본인이 더 잘 알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다 깬 것은 아니다. “권위적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켰고, 무엇보다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 하겠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라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한 가장 중대한 약속 또한 엄중히 이행하고 있다.

 

일찍이 키케로가 “가장 정당한 전쟁보다도 부당한 평화가 훨씬 낫다”고 설파했듯 문 대통령은 휴전 중인 한반도를 전쟁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찾는 등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세계를 누비고 다니며 고군분투해 왔다. 이런 문 대통령에게 야당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엊그제 이례적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원치 않는 미국과 그에 부화뇌동하는 반민족 반통일 분단적폐 세력인 자유한국당과 극우언론의 악랄하고도 집요한 견제와 방해 책동을 무릅쓰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함께 민족화해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의 청사진을 그려낸 문 대통령의 눈물겨운 노력은 우리 국민과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다. 평화와 번영의 끝은 통일이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동반 등반한 백두산 천지에서 리설주 여사가 “(북조선에) 이런 노래 제목도 있다”고 소개했다고 한다. “백두에서 통일 해맞이 하고 한라에서 통일 만세 부르자”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 노래 제목처럼 백두에서 통일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 만세를 목놓아 부르는 감격과 환희의 그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길 간절히 염원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김중산의 LA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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