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도주 = 얼마 전에 120세까지 보장한다는 생명보험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생이 길어야 70∼80세라고 했는데 이제는 100세 이상을 기대하는 시대이다. 더 길어진 인생길을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걸을 수 있을 까.

사람의 인생 과정은 거의 비슷하다. 유아기 때는 먹는 것에, 10대에는 학교 성적에, 20대는 사랑에, 30대는 일에, 40대는 성공에 대한 열망으로 시간을 많이 보낸다. 그리고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신체 이곳 저곳이 삐걱거리기 사작하는 50 중반이 되면 그제서야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멈춤이 없이 살다가 기운이 딸릴 때에야 비로서 가던 길을 쉬고 자신의 삶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 때 정말 후회없이 성공적인 삶을 살아 왔다고 말 할 자가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항상 보다 나은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늘 부족하다.

그런데 자신은 정말 잘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 전 한 친구를 만났다. 그는 항상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살아왔으나 몸이 좋지 않아서 잠시 일을 쉬고 있었다. 누구나 몸이 아프면 비관에 빠지고 우울해지기 쉽다. 그 친구도 그럴 것 같았다.

그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위로해 줄 겸 만났는데 그 친구의 모습은 의외로 씩씩하고 명랑했다. 친구는 자신이 아파서 어쩔 수 없이 쉬게 되었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생각해 볼 여유를 갖게 되어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몸이 그렇게 많이 아픈데 감사하다니,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는 “120을 산다는 데 몇 달 쉬는 거 아무 것도 아니야, 그저 잠시 쉬어가면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고 보람 있는 인생을 살 것인지 생각해 보라고 기회가 주어졌고, 그래서 이 휴가가 얼마나 달콤한 지 몰라”라고 했다. 그 친구는 감사 할 수 없는 상황을 감사로 생각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무슨 특별한 감사 거리가 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오늘이 생애의 마지막 날이라면 배우자의 짜증스런 말투도 오히려 더 듣고 싶지 않을까. 고집불통에 큰 소리만 떵떵치는 사람의 목소리라도 오히려 듬직한 소리로 들릴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 괘씸하게 느꼈던 자녀들에게도 내가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사소한 일로 마음을 상하게 한 이웃이나 친구들에게도 용서와 이해를 구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일상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마치 천년 만년, 아니 영원히 살 것 같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 하루를 값없이 보내 버릴 때가 많이 있다. 상처받은 과거에 집착하여 괴로워 하고 미래를 미리 염려하며 불안해 한다. 오늘을 과거와 미래에 붙잡혀 낭비해 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지 않은지...

과거도 오늘 같은 하루였으며 미래 역시 앞으로 닥칠 오늘 같은 하루라고 생각한다면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고 싶을 것이다. 이 때 후회스런 과거는 좋은 스승이며, 미래는 희망을 꿈꿀 수 있는 보물섬이 될 것이다.

바야흐로 감사의 계절이 무르익고 있다. 지금 나에게 없는 것,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억울하게 빼앗긴 것들을 바라보지 말자. 더 쥐려고 발버둥 치지 말자. 현재 가진 것이 아무리 작고 초라해도 그것들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자. 어쩌면 그것들은 차고 넘치는 상태에 있으며, 미처 깨닫지 못한 부유함을 숨기고 있을 지 모른다. 감사하는 사람들의 인생은 언제나 넉넉하고 부유하다.

이 땅에 들어온 청교도들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감사했던 것처럼 항상 감사하는 생활로 마음 가득 채우는 11월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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