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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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한 박사와 그 가족들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우리는 요즘 예배를 드릴 때 공동의 기도를 드린다. 공동의 기도문에는 한 그리스도인의 평생의 염원이 담겨 있다. 우리는 짧은 기도를 드리지만 그 기도에서 기도문의 내용에 담긴 한 그리스도인의 귀한 실천과 깨달음을 가르침으로 마음에 담아드린다. 그 기도문들에 들어있는 청원은 기도를 드리는 이의 필요가 들어있지 않다. 그가 깨달은 하나님의 뜻과 그가 평생 실천한 삶이 담겨 있다. 대개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이다. 그 공동의 기도 가운데 유일한의 기도가 있다. 그의 기도다.

“삶에 있어서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가를 인식할 수 있고, 오늘날 저희들에게 주어진 좋은 것들을 충분히 즐기며, 명랑하고 참을성 있고, 친절하고 우애할 수 있는 능력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유일한님의 이 기도문은 우리가 드리는 기도문 가운데 아주 강도가 낮은 것이다. 다른 기도문에 비해 가장 온건하고 이성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의 삶 역시 평범하지 않다. 그렇다. 비범하다. 특히 그가 우리와 같은 한국 사람이었다는 것이 의미 있다.

최근 유일한님 아들의 퇴직금 반환소송 기사가 페이스에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먼저 유일한의 삶을 살펴보자.

그가 사업을 하는 목적은 남달랐다. 그는 처음부터 병든 동포를 구하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런데도 그는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장관이라는 높은 직책까지 얻을 수 있었지만 그 마저도 마다하고 자신의 길을 고수하였다. 물론 부정한 정치자금 역시 거절하였다. 그리고 당시로는 천문학적인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이 세상을 훌훌 떠났다. 그는 자신의 재물을 가난한 사람과 나누고, 상속을 하지 않았다. 외국을 오가는 비행기 표는 물론 모든 비용을 자신의 주식배당금에서 공제하도록 했고, 회사 돈을 사용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사원을 주인으로 우대하였다. 1930년대부터 부천 소사 공장 부지에 종업원들을 위한 독신자 기숙사, 집회소, 운동장, 양어장, 수영장을 만들고, 주식을 공개하여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하였다.

그의 삶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유언장이 공개되었을 때 더더욱 빛났다. 손녀 유일링에겐 대학 졸업 때까지 학비 1만 달러를 주고, 딸 재라에겐 유한중·고 안의 땅 5천 평을 주면서 학생들이 뛰노는 유한동산을 꾸미라고 했다. 외아들 일선은 대학까지 보냈으니 스스로 힘으로 살라며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거대 재산은 모두 교육과 사회사업에 기증했다. 공개되기 전까지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유언이었다.

그의 아들답게 일선은 회사가 자신에게 지급한 퇴직금이 너무 많다고 그것을 반환하는 소송을 한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식적으로는 일선이 퇴직금 반환소송이 아니라 아버지의 그 말도 안 되는 유언에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회사에서 물러났고 오히려 퇴직금 반환 소송이라는 전대미문의 소송을 했던 것이다. 아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1991년 타계한 딸 유재라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땅을 비롯하여 전 재산 205억 원을 공익재단에 기부하고 빈 몸, 빈 마음으로 떠났다.

나는 이 비상식적인 가족 이야기가 믿음의 이야기이며 하나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런 이야기들이다. 그리스도인들이 복음대로 살아 빛으로 산화한 이야기. 나는 그것을 쓰고 싶고, 그것을 책으로 내고 싶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처럼 당위를 말하는 나의 책을 쓰거나 내지 않았다. 나는 복음으로 산화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과 후손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다.

사실 그들의 이야기는 그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초기 교부들은 유일한 가족이 실천한 바로 그 내용들을 설파했다. 부자들의 부는 가난한 자들의 것을 도둑질한 것이며, 상속은 그것을 대물림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하는 자신들이 먼저 그것을 실천했다. ‘황금의 입’이라 불렸던 요한 크리소스톰은 자신의 말대로 살다 황후의 미움을 받아 귀양을 하게 되고 비오는 날 길에서 객사하였다. 교회의 역사 곳곳에 무명의 크리소스톰이 기록되어 있다.

나는 이런 믿음의 결기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교회를 이루어 돈이 신이 된 이 세상 한복판에 찬란하게 빛나는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고 싶다. 이런 말을 하는 내게 기존의 교회 안에서의 개혁을 주장하는 어떤 분이 제발 목사님 곁으로 모이라는 말씀을 하지 말라고 넌더리를 치는 것을 보았다. 내게는 참 아픈 말이다. 나는 내 곁으로 오라는 것이 아니다. 내 곁으로 와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유일한님 가족처럼 복음대로 살자는 것이다. 복음을 알고 실천하는 진짜 교회가 되자는 것이다. 그것이 기존 교회 안에서 가능하겠는가. 그것이 가능한데도 내가 그런 말을 한다면 나는 벼락 맞아 죽을 놈이다. 그러나 죽을 놈이 맞기는 맞다. 나는 내가 죽어 예수가 살고, 다른 이들이 사는 하나님 나라를 꿈꿀 뿐이다. 그 꿈을 계속 꿀 수 있게 해준 유일한님 가족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계속해서 유일한의 기도를 우리의 기도로 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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