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극진보' 의제 차단, 초중고교 도서목록 감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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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고등교육기관을 겨냥한 보수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센트럴플로리다대학 사회복지 대학원 졸업식장 모습.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초중고교 뿐 아니라 고등교육기관을 겨냥한 보수 정책을 잇따라 펼치고 있다. 여기에는 28개 주립대학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등 '극진보' 의제 차단, 종신 교수제 축소 등이 포함돼 있다.

디샌티스는 31일 플로리다 주 마나티-사라소타 주립대학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 정부가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 프로그램과 '비판적 인종 이론(CRT)' 교육에 자금 지원을 중단해 '시든(wither) 포도나무가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샌티스는 또한 '비생산적' 교수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대학 총장들과 이사회에 '언제든지' 종신 재직 교수들을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총장들이 교수 채용 과정을 더 많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 의원들, 주립 대학 관계자들, 대학 이사들이 회견에 포진한 가운데 열린 회견에서 디샌티스는 특히 미시간주 소규모 대학인 힐스데일 칼리지를 예로 들며 '고전적인 교육의 미덕'을 설파했다.

디샌티스는 최근 플로리다 소규모 주립대학인 '뉴 칼리지(New College)'의 이사 6명을 보수주의자들로 임명하면서, 이 학교를 언급한 바 있다. 진보 성향의 뉴 칼리지를 바꾸는 데 보수적 기독교학교인 힐스데일 칼리지를 모델로 삼겠다는 의도이다.

디샌티스의 보수 정책 칼날 앞에 놓인 뉴 칼리지

디샌티스의 보수 정책 칼날에 놓인 뉴 칼리지는 1000명 미만의 학생들로 구성된 소규모 주립대학으로, 탬파베이 사라소타 인근의 매우 독창적인 학교이다. 학교의 입학 안내 책자에 있는 "당신의 교육은 당신의 방식대로. 독창적으로. 당신이 되라"라는 문구에서도 알수 있듯이 창의적인 강좌를 제공하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이 학교는 A, B, C, D 등 전통적인 학점 매기기 방식도 취하지 않는다.

이렇듯 학교가 전통적 사고에서 벗어나 개인의 독창성을 강조하다 보니 학교에는 자연 성소수자 학생들도 모이게 됐다.

주지사는 최근 이사회 위원 6명을 보수주의자들로 선출해 학교 쇄신의 시작을 알렸다. 위원중에는 보수 저널리스트, 사립기독교학교 창설자, 힐스데일 기독교대학 교수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사 중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트리스토퍼 루포는 '비판적 인종 이론'을 반대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루포는 칼럼에서 디샌티스 주지사는 뉴칼리지가 다양성, 형평성, 포용 프로그램, 비판적 인종 이론 교육과 같은 것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이른바 '제도적 탈환'을 달성하기를 원한다고 소개했다.

디샌티스는 "교육과정의 핵심은 실제 역사, 서구 문명을 형성한 실제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라며 "우리는 학생들이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좀비' 연구 학위를 받고 졸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고등교육 기관들이 트렌디한(최신 유행의) 이념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적 우수성과 진실 추구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주 정부는 지난해 12월에 각 대학들을 대상으로 다양성, 형평성, 포용 프로그램 추진에 지출된 재정과 추후 계획에 대한 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주지사는 지난 4월 플로리다 학교의 인가 방식을 바꾸고 종신 재직 교수의 성과 검토를 강화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주법은 종신 교수들이 5년마다 심사를 받도록 요구한다.

스톱 워크, 성소수자 교육 금지, 흑인 연구' 불허 등 보수 정책 줄이어

디샌티스의 보수 일변도 교육정책은 이뿐 아니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지난 4월에 서명한 '스톱 워크 법(Stop WOKE Act)'은 전국 뉴스에 올랐다. 이 법은 학교나 직장에서 학생이나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정 신념을 고취시키는 것을 금한다. 즉 인종과 피부색 그리고 성과 관련한 주제를 피교육자(학생)에게 비판적으로 전달함으로써 피교육자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인종차별자, 성차별주의자 또는 소수계에 대해 억압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유해하기 때문에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방법원은 이 법의 시행을 잠정적으로 차단했다. 연방법원 판사는 디샌티스가 서명한 법을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를 뒤틀어서 '(교사를 긍정적으로 만들어) 정부의 통제 아래 두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의 영향력은 이미 플로리다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에 퍼지고 있다. 발렌시아 대학은 올 봄학기에 다양성과 관련된 주제를 개발하는 교수진 양성 과정을 취소했다.

또 주지사는 지난해 3월 이른바 '게이라고 하지 말라(Don't say gay)'로 불리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저학년 교실에서 성 소수자 교육을 금하고, 학교는 학생이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부모들에게 통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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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리다주에서 보수 정책이 심화되면서 교육계가 연일 출렁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어린이들이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게이라고 말하지 말라(Don't say gay)' 법안(1557호)에 사인한 후 서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더 플로리다 채널>, The Florida Channel) 화면 캡처)
 
그런가하면 플로리다 주 교육부는 고등학교의 대학학점인정 선이수(Advanced Placement, AP) 과목 중 하나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연구(African American Studies)'를 공립학교에서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주 교육부는 AP 과목에 '블랙 퀴어(성소수자) 연구', '블랙 페미니스트 사고', '21세기 흑인 투쟁' 등 주법으로 교육이 금지되어 있는 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미국 대학입시위원회(College Board 이하 칼리지보드)에 알렸다.

논란이 된 AP 과목은 전국 60개 고등학교에서 시범 과목으로 채택됐고, 2024-25학년도에 모든 고등학교에 제공될 예정이다. 60개 고교중 하나이자 주도 탤러해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는 교육부로부터 시범 과목을 중단하는 대신 주에서 승인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 수업을 가르치도록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 교육부는 시범 과목에 오른 작가 중 일부가 공산주의자이거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해 글을 썼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학과목에는 노예의 후손들이 재정적으로 보상받아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피날레스 카운티 교육구는 한 학부모의 불평으로 흑인 여성이자 노벨상 수상 작가인 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The Bluest Eye)'을 포함한 몇몇 서적들을 모든 고등학교 도서 목록에서 제거했다.

이에 앞서 보수주의자들은 초중고교의 도서관에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된 책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해 왔었다. 주지사가 위원들을 임명하는 주 교육위원회는 지난달에 채택한 새로운 규정을 통해 학교 사서들이 책을 고를 때 극도로 주의할 것을 촉구했다. 사서들은 심지어 형사 기소에 직면할 수 있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디샌티스의 유별난 보수정책 몰이는 그가 미국에서 막강한 차기 대선 후보로 떠오른 것과 연관이 있다고 여긴다. 차기 대선에서 교육 문화 이슈가 공화당 등 보수 층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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