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전통 가치 강조한 복고적 'CLT 테스트'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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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 대선을 노리며 보수 일변도의 교육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이제는 새 대학 능력시험(CLT)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클래식 학습 테스트(The Classic Learning Test, CLT)'의 웹사이트 첫 화면. ⓒ CLT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밀어 부치고 있는 일련의 보수적 교육 정책이 이젠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향하고 있다. 주지사가 추진 중인 새 대학능력시험(CLT)이 확정될 경우 상당수 학생들은 또 다른 학력테스트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

최근 플로리다 주 교육부는 AP(Advanced Placement, 고등학교의 대학학점인정 선이수) 과목 중 하나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연구(African American Studies)'를 공립학교에서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AP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감독하는 비영리 시험전문회사인 칼리지 보드(College Board, 대학입시위원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 와중에 주정부는 SAT 등 칼리지 보드가 주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향력을 축소시킬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와 공화당 지도자들은 '고전과 기독교 전통'에 초점을 맞춘 '클래식 학습 테스트(The Classic Learning Test, CLT)' 회사의 설립자를 만나고 있다.

<마이애미 헤럴드> 등 플로리다 지역 매체들에 따르면, 2015년에 만들어진 CLT는 일부 사립학교와 홈스쿨링 가정 사이에서 택하고 있는 수능 시험으로, '서양 전통'에 초점을 맞춘 고전적 교육 모델에 뿌리를 두고 있다.

CLT 회사 설립자인 제레미 테이트는 CLT가 SAT의 대안 성격의 시험으로, 기독교-카톨릭 지식 전통과 서양 사상가들을 검열하는 등 부분적으로 이념적이 되고 있는 SAT의 오류를 바로잡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테이트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AP 과정을 놓고 칼리지 보드와 불화가 심화된 이후, 주도 탤러해시에서 주립 대학교 시스템을 관리하는 총 책임자인 레이 로드리게스 감독관(chancellor) 및 주 의원들과 만나 수차례 회의를 가졌다.

테이트는 주정부의 대학 장학금제도인 '브라잇 퓨쳐스(Bright Futures)'의 자격 요건에 CLT를 포함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브라잇 퓨처스 장학금 제도는 플로리다 주내 대학에 진학할 때 SAT와 ACT 점수를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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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레이크랜드 프렙 스쿨의 졸업식 광경. ⓒ Tartan
 
디샌티스 주지사 "이념 주입, 세뇌교육 재편해야"

디샌티스는 CLT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SAT보다 '더 나은 것'을 제공할 수 있는 '다른 벤더'로 표현하면서 CLT를 SAT 및 ACT 등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을 의도를 내비쳤고, 입법을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실제로 주 하원의장인 폴 레너는 디샌티스로부터 칼리지 보드에 대한 대안을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샌티스는 지난주 성명에서 "(이념의) 세뇌가 아닌 질 좋고 사실에 기반한 교육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교육 제공자들을 살펴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헨리 맥 주 교육부 장관도 16일 트위터에 "우리는 민주주의의 토대로 돌아가 새로운 것을 구축해야 하며, CLT는 모든 대학들이 우선순위를 올바르게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적었다. 또 맥 장관은 "훌륭한 고전과 기독교 전통"에 초점을 맞춘 테스트 옵션을 찾는 사람들은 CLT를 선택해야 한다"라는 CLT 이사회 멤버의 트윗도 올렸다.

디샌티스가 강력하게 추구하고 있는 보수교육은 미 전역의 보수 단체들의 움직임에서도 힘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미국의 보수 단체들은 주지사들에게 차터 스쿨과 홈 스쿨을 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주립 대학 입학과 정부가 지원하는 장학금 프로그램이 CLT 시험을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CLT 이사회 멤버이자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회장인 케빈 로버츠는 지난 11월 미 전역의 주지사들에게 보내는 메모에서 "주지사들은 SAT와 ACT와 동등한 옵션으로 CLT를 인정해야 한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어느 주지사가 이를 이끌 것인가?"라고 물었다.

2024년 대선 출마를 노리고 있는 디샌티스는 K-12 학교와 고등교육기관에서 이른바 '이념 주입(woke ideology)'과 '세뇌(indoctrination)' 교육을 하고 있다고 공격하면서 플로리다 교육 시스템의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비판적 인종 이론(CRT)' 수업을 금지한 '스톱 워크 법안(Stop WOKE Act)'에 이미 서명한 바 있다. 비판적 인종이론이란 "미국사회에서 개인은 인종이나 성으로 인해 본질적으로 인종 차별적이거나 성 차별적이거나 억압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라는 주장이다. 미국 사회 시스탬 자체가 인종적.성적 차별 교육을 방치.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은 비판적 인종이론을 '분열적 개념'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보수츠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같은 비판의 선두 대열에 서 있다.

디샌티스의 보수적 교육 정책 아래 CLT 개발측은 자사 테스트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테이트는 자신들이 제시하는 해법이 부모에게 '좌파 세뇌'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현재 미 전역에서 CLT를 인정하는 200여개의 대학들은 종교를 기반으로 한 학교들이다. 플로리다에는 스테슨 대학(Stetson Univ.), 아베 마리아 대학(Ave Maria Univ.), 리포메이션 바이블 칼리지(Reformation Bible College), 팜 비치 애틀랜틱 대학(Palm Beach Atlantic Univ.), 펜사콜라 크리스천 칼리지(Pensacola Christian College), 트리니티 뱁티스트 칼리지(Trinity Baptist College) 등 10개 학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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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리다 올랜도 소재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교(UCF). ⓒ Tartan
 
고전적.정형화된 교육 강조하는 CLT... 입시생들에겐 이중 부담

일부 전문가들은 SAT와 ACT는 논픽션 텍스트를 포함하는 '커먼 코어(Common Core)' 교육 경로를 따르는데 비해, CLT는 고전 문학과 역사 교과서를 들추도록 한다고 지적한다. 커먼 코어는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주도하에 나온 미국의 공통 교과과정으로 사고력과 창의력 개발을 중요시 한다. 반면에 CLT는 고전적이고 정형화된 교육을 강조한다.

CLT 웹 사이트는 "현대 교육에 진실, 아름다움, 그리고 선함을 다시 소개한다(Re-Introducing Truth, Beauty, and Goodness To Modern Education)"라는 모토 아래 "CLT 테스트는 다른 표준화된 시험이나 대학입시보다 지적으로 풍부하고 엄격한 내용이 담긴 평가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되는 CLT 온라인 평가는 언어 추론(Verbal reasoning), 문법 및 작문(grammar and writing), 양적 추론(quantitative reasoning) 등 세가지 섹션으로 구성되며, 만점은 36점이다. ACT는 36점, SAT는 1600점이 최고 점수이다.

한편 플로리다 주 정부의 시험 설계와 평가를 돕는 비영리 단체인 시험 평가 센터(Center for Assessment)의 전무이사인 스캇 매리온은 CLT가 낯선 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 타주 대학들이 과연 시험을 받아들일 지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로리다와 타주의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기존의 SAT나 ACT 외에 CLT를 따로 준비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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