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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한국영화제 특별 상영작으로, 1930년대 무성영화를 새로이 각색, 무대에 올리는 김태용 감독. 이번 영화제를 기해 시드니를 방문한 김 감독은 관객들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갖는다.

 

호주한국영화제 특별 상영작 <청춘의 십자로> 재구성한 김태용 감독

 

올해로 7회를 맞는 호주 한국영화제가 8월10일 시드니 개막을 시작으로 총 34일간 호주 전역 6개 도시에서 펼쳐진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총 20편. 이 행사를 주관하는 주 시드니 한국문화원 측은 어느 해보다 빼어난 라인업을 구성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올해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제각각 독특한 측면이 있으며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은 영화들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현존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 필름이 우연히 발견된 후 이 작품을 무대공연, 스크린 상영 등으로 재구성한 공연이 특별 무대에서 소개된다는 것. 이 작품은 무성영화 필름이 발견된 후 김태용 감독이 출연 배우들의 입 모양에서 대사를 유추해 재구성했으며, 당시의 변사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일부 장면에서는 배우들이 직접 무대에서 스토리 일부를 뮤지컬로 연기하는 종합 예술로 소개해 국내외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번 특별 상영작을 계기로 시드니를 방문하는 김태용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1930년대 조선으로의 즐거운 시간여행이 될 것”이라고 말해 색다른 재미가 있음을 암시했다.

 

-이번에 호주 시드니, 캔버라 그리고 뉴캐슬에서 선보일 <청춘의 십자로>는 어떤 작품인지 소개해 달라.

: 청춘의 십자로는 1934년 만들어진 무성영화로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영화이다. 당시 조선에서 익숙한 신파 멜로 드라마 속에서 서양 액션영화 요소를 적용하려는 안종화 감독님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청춘의 십자로>를 종합 공연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동기는?

: 처음 한국영상자료원의 모은영 프로그래머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무성영화가 하나 복원되었는데 보러오라는 연락이었다. 외국의 무성영화는 많이 봤지만 한국의 무성영화는 처음 보게 되었는데, 감회가 컸다. 당시의 무성영화 상영방식을 재현해서 이 경험을 보다 가깝게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필름 발견부터 공연 재구성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간단하게 말해 달라.

: 1934년의 무성영화 방식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변사와 악단이 필요했다. 변사는 연극과 영화를 넘나드는 배우 조희봉씨에게, 음악은 뮤지컬 작곡가인 박천휘씨에게 부탁했다.

 

-1934년에 만들어진 <청춘의 십자로>는 무성영화이고 구체적인 시나리오 없이 어떻게 변사의 나레이션과 배우들의 노래를 만들었나.

: 대본이 남아있지 않고 완전한 편집본이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필름만 보고는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몇 백 번을 돌려보며 내용을 구성하고 각 장면에 맞는 정서를 파악하고 모든 곡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공연을 하면서 새롭게 노래가 추가되기도 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덧붙여지기도 했다.

 

-시나리오 각색에 변사 조희봉씨도 함께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배우 조희봉씨와 작업하게 된 계기는?

: 변사는 해설자의 편안함과 극중 인물이 되어 감정과 의지를 표현해야 하는, 드라마틱한 연기가 동시에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스크린과 무대에서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 조희봉씨가 가장 먼저 떠올랐고, 그가 제안을 수락해줘 정말 감사했다.

 

-영화 <청춘의 십자로>를 공연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고심했던 점이 있었나.

: 당시를 재현하면서 오늘날의 관객들에게 편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의 무성영화가 상영되는 방식, 즉 변사와 악단의 재현이 중요했다. 당시의 정서적인 감성을 전달하면서도 현대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뮤지컬적인 요소들을 넣어 형식적으로 스크린과 무대가 동시에 진행되도록 시도했다. 과거 흑백 영화의 형식이 오히려 현대적인 양식으로 전해지길 바랐고, 내용적으로는 조선의 척박한 상황을 표현하면서도 유머와 절절한 감수성이 동시에 유지되도록 배려했다.

 

-시나리오 작업부터 참여한 변사 조희봉씨 무대 공연은 좀 특별할 것 같다. 무대 위 조희봉씨는 어떤 모습인가.

: 과거에는 주연배우가 아니라 변사를 보러 극장에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조희봉씨는 연극과 영화를 넘나드는 풍부한 경험이 있고 작품을 이해하는 폭이 깊고 넓은 배우이다. 대본작업부터 같이 작업했기 때문에 훌륭하게 역할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독일, 런던, 미국 등 해외 공연도 많이 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은 어디였나.

: 모든 공연이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한곳을 뽑으라면 멕시코에서의 공연이다. 그곳에서는 멕시코 악단과 협연을 했는데 한국적인 정서를 멕시코인들이 표현하는데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멕시코 사람들만의 독특한 정서로 완성해서 관객들의 열정적인 환호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최근 뉴스를 보니 1961에 제작된 신상옥 감독의 영화 <필름 판소리, 춘향뎐>도 최근에 판소리와 접목해서 공연형태로 재구성 했다. 한국에서 공연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 무성영화 변사공연을 연출하면서 스크린과 무대를 동시에 활용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예술적인 형식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춘향>은 무대 위의 판소리가 영화를 해설하고 스크린의 영화가 무대 위의 판소리를 재현하는 형식으로, 아주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호주와 관련된 일이 무엇이 있었을까 하고 찾아보니 시드니에서 유학생활 경험이 있는 것 같던데. 어떤 공부를 했나.

: 호주 국립영화학교(Australian Film, Television and Radio School)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는데 1년의 짧은 과정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공부를 하고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작업하는 기쁨을 알려준 좋은 경험이었다.

 

-어떤 관객들이 <청춘의 십자로>를 재미있게 볼 거라고 예상하나, 또 공연의 어떤 부분을 눈여겨보면 좋을까 권한다면.

: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공연양식으로서, 나이 드신 분들께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공연으로서,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청춘의 십자로>를 관람하게 될 호주 관객들께 전할 말이 있다면.

: 외국의 고전영화에만 익숙한 우리에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영화 <청춘의 십자로>는 참 귀중한 작품이다. 현대적으로 재현한 이 공연으로 1930년대 조선을 여행하는 즐거운 시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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