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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 제막을 결정한 애쉬필드 유나이팅 교회(Ashfield Uniting Church)의 빌 크루(Bill Crew) 목사. 그는 소녀상 건립 결정 이후 호주 내 일본 우익단체로부터 엄청난 협박성 메일을 받았지만 ‘인권 유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기자회견 후 ‘시소추’ 활동가인 박은덕(가운데), 강병조(오른쪽)씨와 나란히 선 빌 크루 목사(왼쪽).

 

호주 내 일본 우익단체 방해 불구, 카운슬 행사 승인

 

호주 한인 커뮤니티에 평화의 소녀상이 마침내 제막한다.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이하 ‘시소추’)는 금주 월요일(1일)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오는 6일(토), 예정대로 한인회관에서 진행된다”고 밝혔다.

‘시소추’의 소녀상 제막 행사 계획은 이미 한인회관에서 개최되는 것이 결정된 상태였지만 그 동안 호주 내 일본 우익단체들이 카운슬을 비롯해 관련 기관에 항의하는 등 방해 행위가 이어지면서 캔터베리-뱅스타운 카운슬이 이전의 결정을 번복, 제막 행사 불허했다가 한인사회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자 다시 불허 입장에서 선회, 행사 승인을 결정하는 등 우여곡절을 거쳤다.

한인회관에 제막되는 평화의 소녀상은 한인회관 실내에 제막했다가 12개월 후 애쉬필드 유나이팅 교회(Ashfield Uniting Church)로 옮겨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한국 여성의 인권유린 상징물로 영구적으로 세워지게 된다.

‘시소추’의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애초 애쉬필드 유나이팅 교회와 추진하다가 동 교회 내 조경 작업이 완료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시드니한인회와의 협의를 통해 애쉬필드 교회의 조경 작업이 마무리되기까지 한인회관에 한시적으로 제막해 두는 것으로 진행되어 왔다.

 

유나이팅 교회 빌 크루 목사,

소녀상 관련 ‘협박’ 시달려

 

시소추의 소녀상 알려지면서 이의 영구 제막을 결정한 애쉬필드 유나이팅 교회 빌 크루(Bill Crew) 목사는 일본 우익단체들로부터 상당한 시달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커뮤니티 우익단체들은 크루 목사에게 수백 통의 우편과 전자메일을 보내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일본 사람을 혐오하고 모욕하는 행위”라는 비난과 함께 2017년 유나이팅 교회가 소녀상 이전 건립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을 불사하겠다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크루 목사는 금주 월요일(1일) 애쉬필드 소재 유나이팅 교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녀상 제막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크루 목사는 “우리는 이곳(호주)에서 더 이상의 폭력과 학대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누구에게서도 성적 착취가 없어야 한다”면서 “이는(일본군의 한국 여성 강제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한 국가가 다른 나라 여성들을 학대했다는 사실을 넘어, 왜 남성들이 여성들을 학대하는 것이며, 왜 여자들이 이러한 학대를 당해야만 했는가에 관한 문제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크루 목사는 소녀상 문제로 일본 커뮤니티 카운슬과의 만남에서 다문화부(Multicultural affairs) 장관이 ‘특별 부서를 만들겠다’고 제안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 부서가 만들어지면 해야 할 최선의 역할은 먼저 과거의 일을 온전히 직시(Fully face it, fully face what happened)한 뒤 이를 사과하고 과거를 청산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며, 아울러 교단(Uniting Church)도 이 문제로 소송에 휘말릴까 염려하는 부분에 대해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크루 목사는 “문제는 고통받은 여인들에 대한 것”이라고 분명히 못 박은 뒤 “(위안부 관련 사안을) 정치적인 문제라고 걱정하는 이들이 큰소리를 치고 있는데, 그런 잡음 자체가 오히려 정치적인 문제”라고 일본 우익단체들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아울러 “이 일(강제 위안부 성 착취)은 절대 잊혀져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한 크루 목사는 “내게 있어 호주나 일본 정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이 여성들의 고통을 부정하는 것이야 말로 더욱 큰 고통을 만들어내는 것이며, 왜 그들(일본)은 해야 할 일(반성과 사과)을 하지 않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크루 목사는 “이 문제의 이면에는 역사를 왜곡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며 “일본은 역사를 다시 쓰고는 이런 일이 없었다고 하지만, 강제 위안부는 분명히 존재했고, 따라서 결코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크루 목사는 이날 ‘협박성 메일’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분노했다”고 밝혔다. “소녀상을 건립하는 것은 아주 단순한 것”이라는 크루 목사는 “고통받은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라는 자신의 의견, 또한 “일본의 ‘왜곡’을 바로잡는 것이 정의를 실현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교단 측의 우려에 대해서도 크루 목사는 분명한 소신을 밝혔다고 언급했다. 애쉬필드 교회 내에서는 누구도 반대의 목소리가 없으며, 다만 연합교단 헤드 오피스에 불려가 법적 소송에 대한 우려를 전달받았을 때 “그래서, 뭐요?(So what?) 이것이 바로 교회가 해야 할 일이 아닙니까?”라고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성남시 이재명 시장,

위안부는 인류 보편적 문제

 

평회의 소녀상 제막에 경기도 성남시가 적극 지원한 가운데, 제막 행사를 계기로 시드니를 방문한 이재명 시장도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단호한 입장임을 밝혔다. 금주 화요일(2일) 저녁 동포미디어 간담회에서 이 시장은 “위안부 안건은 한일간 문제이지만 ‘인류의 보편적인 인권 문제’”라고 못박았다.

이 시장은 “일본은 인권침해 역사에 대해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한국 정부는 특정 소수의 피해가 아니라 가장 참혹한 인권침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는 말로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광복회 호주지회,

“일왕이 사과해야...” 지적

 

소녀상 제막을 앞두고 일본 커뮤니티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광복회 호주지회(회장 황명하. 이하 ‘광복회’)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일왕이 직접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광복회는 “일제에 끌려가 참을 수 없는 치욕과 고통을 당한 일본군 성노예(소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보며 민족적 울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지난해 연말 일본 아베 정권과 위안부 문제 합의를 결정한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광복회는 “역대 일본 정치지도자 중에는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사에 대해 사과를 한 이도 있었지만 극우 아베 정권은 지난 수년간 고노 담화(1993), 무라야마 담화(1995), 고이즈미 담화(2005) 등을 송두리째 뒤흔들거나 아예 짓밟아버렸다”고 지적한 뒤 “일본 총리는 책임 있는 당사자가 아니고 말만 바꾸는 일본 정치지도자의 진정성도 믿을 수 없다”면서 “위안부 문제의 해결은 일본이 전쟁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진솔한 사죄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사죄의 당사자는 일본 총리가 아니라 일왕이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조선침략,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침략전쟁의 개시를 선포하고, 또 1945년 8월 15일 패전을 자인한 당사자가 바로 일왕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시드니 한인회에도

‘소녀상’ 관련 협박성 메일

 

약 2개월 전, ‘시소추’와 소녀상 제막을 합의한 시드니한인회(회장 백승국)도 다량의 협박성 메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한인사회 내 일각에서 소녀상 제막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자 한인회는 금주 목요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인회의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한인회 백승국 회장은 ‘시소추’와 소녀상 제막에 합의한 배경을 언급한 뒤 “우리(한인회)는 한인회관 내 한시적 소녀상 유치와 ‘시소추’ 건립 목적이 호주 내 일본인을 혐오하거나 배척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면서 “다만 잘못된 역사를 되돌아보며 다시는 이런 과오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상징적 의미”라고 밝혔다. 소녀상 제막 관련 우려가 있지만, 또 일본 단체의 인종차별 소송 불사 협박도 있지만 ‘시소추’의 소녀상 제막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알기에 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인회는 이어 “역사는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교훈을 삼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그간 분분했던 소녀상에 대한 동포사회의 우려가 조금이라도 불식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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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활동을 적극 지원한 이재명 성남시장(왼쪽)은 소녀상 제막을 앞두고 시드니 방문 중 동포 미디어 간담회에서 이의 지지 배경에 대해 “인류의 보편적 문제인 인권 침해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환 / 강세영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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