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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 무용가 이지언씨가 살풀이춤 과정에서 소녀상을 감싸고 있던 하얀 천을 벗겨낸 뒤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로 꽃신 한 켤레를 소녀상의 맨발 옆에 얹어놓고 있다.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호주 사람들도 역사의 진실을 알게 될 것...”

미국, 캐나다 이어 해외 네 번째... 제막 후 애쉬필드 교회에 자리잡아

 

오랜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평화의 소녀상’이 시드니에 건립됐다.

이를 진행해온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공동대표 박은덕 강병조. 이하 ‘시소추’)는 지난 주 토요일(6일) 시드니 한인회관에서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강제 군 위안부 범죄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촉구하는 소녀상을 제막했다.

이날 시드니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미국(2곳), 캐나다(1곳)에 이어 해외 지역에서는 네 번째로 제막된 것으로, ‘평화의 소녀상’이라는 이름 그대로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과, 그리고 다시는 이 같은 인권침해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한인회관 앞 넷볼(Netball) 경기장 둘레에 평화를 상징하는 노란색 풍선이 가득 장식된 가운데 진행된 제막 행사에는 한국에서 시드니를 방문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를 비롯해 시소추 관계자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공동대표, 이번 행사를 적극 지원한 경기도 성남시 이재명 시장, 백승국 한인회장 및 동포단체 관계자들, 종교계 지도자들이 소녀상 건립을 지켜봤으며, ‘시소추’와 함께 소녀상 건립에 함께 했던 애쉬필드 유나이팅교회(Ashfield Uniting Church) 빌 크루(Bill Crew) 목사, 린다 버니(Linda Burney) 연방 하원의원, 어네스트 웡(Ernest Wong) NSW 주 상원의원, 네덜란드계 호주인 위안부 피해자 얀 러프 오헤른(Jane Ruff O'Herne) 할머니의 딸 캐롤씨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또한 시드니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이 알려지면서 호주 내 일본 우익단체가 ‘인종차별’이라는 억지를 주장하면서 호주사회에서도 이슈가 되었음을 반영하듯 국영 ABC 방송, 일본 NHK, 중국 신화통신, 호주 각 지역 신문사들도 상당수가 제막 과정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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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이 제막된 뒤 옆 의자에 앉은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길 할머니는 “호주인들도 역사의 진실을 알게 될 것이며, 일본 정부가 책임을 피하지 않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살풀이춤과 드러난 소녀상

수많은 노란 풍선들, 하늘로...

 

풍물패 공연과 ‘시소추’ 활동보고로 시작된 개막 행사에서 백승국 한인회장, 성남시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 원복덕 위원장, 빌 크루 목사, 린다 버니 의원, 러프 오헤른 피해자 할머니의 딸 캐롤, 이재명 성남시장 등 주요 인사들은 소녀상 건립의 진정한 의미를 반영하듯 축사 및 기념사를 통해 공통적으로 일본 측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거론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공식 순서 중간에 진행된 소녀상 제막 살풀이춤이었다. 동포 무용가 이지언씨가 억울함을 풀지 못한 채 타계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넋을 위로하듯, 그들의 슬픔과 한을 표출하듯 살풀이춤을 이어갔고, 그 과정에서 소녀상을 감싸고 있던 하얀 천을 걷어내면서,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청동 소녀상 위로 노란 풍선이 날아올랐다.

이어 이지연씨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듯 한 켤레의 꽃신을 맨발의 소녀상 위에 가지런히 얹어놓는 순간, 행사를 지켜본 250여 참석자들은 뭉클함을 느끼듯 한층 숙연한 모습이었으며 일부 참석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내외빈 주요 인사들의 축사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무참하게 짓밟힌 ‘인권’과 ‘반성을 모르는 일본의 뻔뻔함’에 모아졌다.

고령의 나이에 어렵게 시드니를 방문한 길원옥 할머니는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소녀상을 세워준 것에 감사한다”면서 “호주인들도 역사의 진실을 알게 될 것이며, 일본 정부가 책임을 피하지 않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시드니한인회 백승국 회장은 호주 내 일본 단체들의 언급과 관련해 “분명한 것은, 이 소녀상은 평화를 추구한다는 취지이며 호주 내 일본 우익단체가 주장하는 인종차별이 아니라 인권의 소중함을 인식시키고자 하는 의도”라고 강조한 뒤 “일본 측의 과거에 대한 반성과 이를 기반으로 한 화해를 통해 발전적 관계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녀상 제막에 앞서 지난 2일, 애쉬필드 유나이팅 교회에서 호주 미디어 발표를 가졌던 크루 목사도 “일본 정부가 피해 여성의 고통을 인정하고 사과함으로써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란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호주 원주민 출신 가운데 최초로 올해 선거를 통해 연방 하원의회에 입성한 린다 버니 의원(전 NSW 주 하원의원)도 같은 마음을 전했다. 버니 의원은 1900년대 중반 호주 정부가 원주민 동화정책으로 추진한 원주민 자녀의 백인가정 강제 입양, 즉 원주민들의 ‘잃어버린 세대’(Stolen Generation)와 지난 2008년 노동당 케빈 러드(Kevin Rudd) 정부에서 처음으로 이를 공식 사과한 일을 언급하면서 “진실은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다”는 말로 일본 측의 오만함을 지적했다.

이재명 시장은 지난 해 12월 일본측과의 정부간 합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시장은 “위안부 문제는 특정 피해자만의 문제를 넘어 인류의 보편적 ‘인권’ 문제이자 전 세계인의 상식의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진정한 용기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데서 시작된다. 부인한다 해서 객관적 진실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어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간 정부 합의에 대해 “불가역적 합의는 없다”며 “이는 헌법에 반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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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추’와 함께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해 온 애쉬필드 유나이팅 교회(Ashfield Uniting Church)의 빌 크루(Bill Crew) 목사가 소녀상 옆 의자에 앉아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호주인 피해자, 육성 통해

일본측 만행 고발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시드니를 방문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상임대표는 “수많은 방해와 압박을 극복하고 시드니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는 것은 피해 할머니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일”이라며 “전쟁으로 인해 시리고 아픈 역사를 살아야 했던 여성들에게 치유와 인권 회복, 우리 모두에게 평화의 길이 열리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이어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보면서 진실이 사라질런지도 모른다는 피해자들의 근심과 고통은 깊어간다”고 언급한 뒤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정부간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정의 회복을 향한 길에 큰 벽을 만들었다”며 정부 측을 비난했다.

이날 제막 행사에는 또한 네덜란드계 호주인 피해자 할머니인 얀 러프 오헤른 할머니(남부 호주 애들레이드 거주)가 건강 문제로 직접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육성 녹음을 통해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했다.

“시드니 소녀상 제막에 참석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한 오헤른 할머니는 “지금도 계속 고통에 시달리는데, 이 고통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 소녀상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피해를 당한 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호주, 네덜란드 등의 여성을 대상으로 자행된 참혹함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오헤른 할머니가 참석하지 못했으나 이날 제막식에는 오헤른 할머니의 딸 캐롤씨가 어머니를 대신해 “평화의 소녀상은 공공장소, 박물관 등지에 더 많이 세워져야 한다”며 시소추에 인사말을 전했다

한편 이날 한인회관에서 제막된 ‘평화의 소녀상’은 공식 행사를 마친 뒤 애쉬필드 유나이팅 교회(담임목사 빌 크루)로 옮겨졌다. 애초 ‘시소추’는 빌 크루 목사의 협조로 애쉬필드 교회에 이를 제막하기로 했으나 동 교회의 조경직업이 진행되는 관계로, 이 작업이 마무리되기까지 한인회관에서 제막 행사를 하고 일정 기간 한인회관에 세워두기로 했으나 의도적인 훼손 등 불미스런 일을 우려, 애쉬필드 교회에 임시 장소를 마련해 세워둔 다음 교회 내 이를 위한 장소를 마련해 자리잡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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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건립 과정에서는 호주 내 일본 우익단체들의 방해가 극렬했다. 이를 반영하듯 호주 언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사진은 호주 국영 ABC 방송 인터넷판 메인 페이지를 장식한 소녀상 관련 기사.

 

시드니에 소녀상이 제막되기까지

‘시소추’ 활동 내용

 

시드니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시드니 거주 동포들로 구성된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의 오랜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이 과정에서 ‘시소추’는 일본 유익단체의 온갖 방해, 일부 정부기관의 만류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시소추는 평화적으로 이를 하나하나 극복해 냈고 마침내 결실을 일궈냈다. 일본 측이 주장하는 ‘인종차별’이 아니라 이재명 시장의 지적처럼 ‘인류의 보편적 인권 문제’임을 설명했고, 이런 신념이 소녀상 제막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앞서 시드니 여성들은 지난 10년 넘게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보조를 맞추어 호주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측 사과를 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 활동가 그룹이 ‘시소추’의 모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2015년

-12월28일 : 한일 정부간 ‘위안부’ 문제 졸속 합의

 

▲2016년

-1월6일 : 일본 영사관 앞 ‘위안부 문제 올바른 해결을 위한’ 전 세계 연대 수요 시위

-1월9일 : 한일간 합의 무효화 및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1차 모임(에핑)

-1월24일 : 한일간 합의 무효화 및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1차 모임(웨스트 라이드)

 

-3월12일 : 세계 여성의 날 ‘살아 있는 소녀상’ 퍼포먼스(Hyde Park)

-3월19일 : 위안부 문제 알리기 및 올바른 해결 취지에서 영화 ‘귀향’ 상영 홍보 행사

-3월26일 : 한민족 대축제에서의 위안부 홍보 행사 준비 회의(웨스트 라이드)

 

-4월2일 : 한민족 대축전(Korean Festival / Darling Harbour)에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 홍보 스톨 운영

-4월7일 : 시드니 영화관에서 ‘귀향’ 상영 개시

-4월11일 : Ashfield Uniting Church 빌 크루 목사 면담

-4월20일 : Ashfield Uniting Church 내 소녀상 건립 장소 협의

-4월25일 :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카툰 및 동영상 제작

 

-5월1일 : 시내 Belmore Park, 'May Day Family Fun‘ 행사 참가 / 스트라스필드 소녀상 건립 장소 및 일정 협의

-5월4일 : 위안부 및 소녀상 건립을 위한 프리젠테이션(한인회 대상)

-5월11일 : 위안부 및 소녀상 건립을 위한 프리젠테이션(Pitt Street)

-5월15일 : ‘평화의 소녀상’ 건립 세부 회의

-5월16일 : 한인회 운영위원 대상 프리젠테이션

-5월21일 : 한인회 내 소녀상 건립 장소 사전 답사

-5월23일 : 소녀상 관련 만화전시회 준비 회의

-5월28일 : 소녀상 건립 진행 내역 설명 및 세부 일정 협의

 

-6월1일 : 일본 영사관 앞 수요 시위

-6월26일 : ‘시소추’ 회원들, 한국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방문

-6월26일 : 애들레이드 거주, 위안부 피해자 얀 오헤른 할머니께서 격려 편지 받음

 

-7월6일 : /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전 세계 연대 수요시위

-7월9일 : 스트라스필드 광장서 ‘위안부’ 주제의 만화전 시작

-7월16일 : 시드니 도심 QVB 앞에서 ‘위안부’ 주제의 만화전(두 번째 전시)

-7월23일 : 채스우드서 ‘위안부’ 주제의 만화전(세 번째 전시)

-7월30일 : 서큘러키에서 ‘위안부’ 주제의 만화전(네 번째 전시)

 

-8월3일 :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전 세계 연대 수요시위

-8월5일 : ‘정의기억재단’ 후원의 밤 행사

-8월6일 :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제막-한인회관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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