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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푸른 대서양 해변으로부터 3km 떨어진 브르타뉴 지방의 전형적인 시골마을 풀드뢰직(Pouldreuzic)에서는 지난 8월 21일 이색적인 대형 가든파티가 열렸다. 일명 가든 파테 에나프(La Garden Pâté Hénaff). 브랜드사와 소비자가 한바탕 신명나게 어울리는 흥겨운 피크닉이지만, 기업체가 얄팍한 마케팅전략 차원에서 놀이마당을 제공한 것은 아니다. 지역 기업체와 지역주민 사이에 자발적으로 형성된 깊은 애정관계를 입증하는 인증샷이나 다름없는 현장이었다.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과 같은 굵직한 명품브랜드는 아니지만, 지역주민들의 끈끈하고 애틋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 브랜드를 통해, 기업오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우리사회를 일류로 이끄는 원동력 중에 하나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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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백년 역사를 지닌 가족형 기업체

 

파테 에나프는 1907년 농부 쟝 에나프가 강낭콩과 완두콩을 통조림통에 담아 판매하면서 출범했다. 브랜드의 심벌마크나 다름없는 블루 캔에 양념으로 다진 고기요리 파테(Pâtés)를 담아 본격적으로 개시한 것은 1915년.

공장부지는 주민 2천여 명의 풀드뢰직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1915년부터 고수해온 요리법으로 매년 78g에서1kg에 이르는 크고 작은 통조림통 4천만 개를 생산한다. 미국, 러시아, 브라질, 일본 등 50여 개국으로도 수출하고 있다.

2015년 블루 캔 개시 100주년을 맞이하여, 이 브랜드를 프랑스 문화유산으로 정착시켜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 지역주민의 브랜드 사랑, ‘가든 파테 에나프’

 

파테 에나프는 지역주민의 사랑과 긍지심을 고취시키는 브랜드이며, 올해로 6회를 맞이한 ‘가든 파테 에나프’는 흥겨운 고장축제행사로 정착되었다.

6년 전부터 8월 3번째 일요일이면 개최되는 대형 가든파티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4천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장은 파테 에나프 박물관 주변의 넓은 초원지대로, 회사 전용주차장과 가든파티를 위한 임시주차장이 일찌감치 만원이 되는 바람에 주차공간을 찾는 차량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마을 어귀 500m 전방지점부터 도로변을 따라 빽빽하게 주차된 차량행렬에서 8월 땡볕만큼이나 가든파티의 열기를 미리서 엿볼 수 있었다.

넓은 초원에는 미처 피크닉음식을 준비해오지 못한 소풍객들을 위해 즉석에서 소시지를 구워주는 대형 바비큐와 저렴한 가격으로 시원한 음료수와 생맥주를 제공하는 간이카페들도 곳곳에 설치됐다. 마르세이유에서 왔다는 4인 가족은 근처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던 중에 호기심에 이끌려 찾아왔는데 예기치 않게 뜻 깊은 하루를 보내게 되어 기쁘다고 표명했다.

유모차의 아기부터 노인층까지 4세대가 어울려 한바탕 즐기는 동네잔치에는 각종 다양한 정통민속행사와 놀이가 마련되었다. 지방민속 음악과 춤이 축제분위기를 한껏 띄워줬던 것은 물론이다. 19세기 초엽 거리를 누비던 트럭, 버스, 지프 등 컬렉션 자동차들의 화려한 전시장도 마련되었다. 어린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파테 에네프 통조림통을 변형한 커다란 원통을 이어 만든 기차가 큰 인기를 끌었다. 귀여운 조랑말들도 동원되어 어린손님들을 싣고 초원지대를 돌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 인파로부터 벗어나고자 봉고차량 지붕위에 올라가 열띤 취재활동을 벌이는 현지기자들의 모습도 눈에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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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건실한 중소기업체

 

풀드뢰직 공장은 통조림 가공을 위해 매일 엄선된 건강한 돼지 200여 마리를 인근 축산농가로부터 공급받는다. 공장직원은 250여명, 이들 중 절반가량은 10km 지점 이내 본토출신들이다. 20km 떨어진 다른 지역기업체는 깡통만을 전문 제조한다.

달리 말하면, 축산농민,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상대로 ‘갑질’ 행위를 한다면 현지주민들의 입을 통해 순식간에 소문이 번져나갈 수밖에 없다. 기업오너의 빗나간 행동거지도 마찬가지이다.

파테 에나프는 페어플레이 공동협력관계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창출에 기여하는 건실한 알짜배기 중소기업체로 평가받는다. 이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정직한 제품을 만들어 누구보다도 지역소비자들에게 만족도를 안겨주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기꺼이 브랜드를 보호하는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

파테 에나프는 다진 고기요리 파테와 리예트(Rillettes)분야에서 프랑스 시장점유율 26%로 1위를 차지한다. 리예트 분야에서는 르망과 투르의 제품이 지역특산품으로 더 유명한 편이다. 그럼에도 풀드뢰직에서 가공된 리에트 70%가 브르타뉴 지방에서 자체 소비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에서 프랑스인 50%가량이 파테 에나프를 알고 있다. 반면 브르타뉴 지방에서는 99%에 이른다. 이 고장에서 파테 에나프를 모르면 ‘간첩’으로 오인 받을 지경이다.

일부 소비자들로서는 블루 캔을 구입하는 행위 그자체가 바로 브랜드를 향한 애정표시라고 일간지 웨스트-프랑스가 분석했다. 칠순에 이른 한 소비자는 초등학교 다닐 때 엄마가 건네주는 소풍도시락에는 늘 파테 에나프가 담겨있었다며, 이 브랜드는 어린 시절의 잔잔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고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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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아저씨와 같은 팔순의 기업오너

 

현재 파테 에나프의 CEO는 창업주의 증손자인 로익 에나프. 고장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지 않도록 나름대로 열심히 덕을 쌓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의 아버지 쟝-자크 에나프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지방경제 일꾼으로 활약하는 후배들과 계속해서 교류하고 있다.

창업주의 손자 쟝-자크 에나프는 1963년부터 가업을 이어받아 큰 역량을 발휘했다. 1970년대 초엽 텔레비전 브랜드광고가 방영될 때 그가 모델로 직접 출연하여 제품의 품질과 맛을 보증했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소비자들이 광고모델을 담당하고 있다.

쟝-자크 에나프는 3대 경영자로 가업을 이어받기 전 파리에서 상업계 명문 그랑제꼴을 수학했으며, 현재 가장 나이 많은 연장자로서 지역출신 동문모임에 거의 빠지지 않고 출석하고 있다. 보통 10여명 회원들이 만나 동문의 지역기업체를 방문하거나 주요 시설을 시찰한 뒤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하며 담소를 나눈다. 이 동문모임에 왕복400km 거리도 불사하고 달려오는 열정의 신참내기 CEO도 있다.

지방경제를 이끄는 주역들의 동문모임은 간소하고 티내지 않는다. 특히 쟝-자크 에나프는 팔순이 가까운 연령임에도 손수 똥차를 몰고 어는 장소든지 후배들을 만나기 위해 유쾌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지극히 검소하고, 나이보다 젊게 사는 건강한 동네아저씨의 모습이다. 어쩌면 그의 의식 속에는 파테 에나프는 자기 것이 아닌, 지역주민의 것, 더 나아가 프랑스의 자산이라고 여기고 있는 지도 모른다.

설령 재벌그룹이 아니더라도, 주요 소비자인 지역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체라면 그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 이는 100년 동안 지켜온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결실이 아닌가 싶다.

한편 2006년 파테 에나프를 사랑하는 팬클럽이 형성되어 오늘날 회원은 1만 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2011년 미스프랑스를 비롯하여 유명 요리사, 예술가, 스포츠맨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풀드뢰직 마을의 가든파티에 이어 오는 9월 10일 뉴욕 도심에서 미국식 ‘가든 파테 센트럴 파크’가 개최될 예정이다.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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