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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체를 들라하면 프랑스 조폐공사 모네드파리(Monnaie de Paris)를 꼽을 수 있다. 창업역사1,152년을 자랑한다. 864년에 설립된 프랑스 최초의 공공기관이자, 첫 화폐주조소로서 오늘날 파리도심에 남아있는 마지막 제조 아틀리에이다.

파리의 명소 루브르 궁을 등 뒤로 퐁네프 다리를 건너자면 웅장하고 고풍스런 건축물들이 눈앞에 바라보이는데,바로 다리 오른편으로 건축미를 자랑하는 건물이 모네드파리이다. 오른편으로 더 멀리에는 둥근 지붕의 화려한 아카데미 프랑세즈(Institut de France) 건축물이 자리잡고 있다.

흔히 루브르 박물관근처 센 강변을 산책하면서 모네드파리 건축물을 향해 눈길을 던져보거나 그냥 무심코 그 앞을 지나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내부에는 12세기 역사를 담은 채 오늘날에도 가동되고 있는 주화제조 아틀리에가 자리잡고 있다.

 

모네드파리는 역사와 함께 호흡하면서 많은 변모과정을 거쳤다. 화폐주조소는 왕권과 직결된 가장 중요한 기관이었다. 9세기 왕권유지를 위해 동전을 찍어내고자 파리와 지방 8곳에 화폐주조소를 설립했는데, 1689년에는 22개로 늘어났다. 이후 아틀리에는 점차적으로 줄어들면서 1870년대에 파리, 보르도, 스트라스부르 세 곳에서만 주화를 찍어냈다. 1878년 이후에는 산업혁명과 기술의 발달로 주화발행이 수월해지자 파리만 남겨놓고 지방의 아틀리에는 모두 문을 닫았다.

모네드파리는 1796년 재무, 경제부의 산하기관이 되었으며, 2007년에 수익성을 추구하는 공기업체 법인(Epic) 체제를 갖추었다. 현재는 공사이지만, 조만간 매출액 년 1억32백만 유로의 주식회사(SA)로 새로 출범될 전망이라 경제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파리도심의 유일한 제조공장

 

모네드파리는 최초에 시테 섬에 자리 잡았으나, 이 또한 긴 역사를 거치는 동안 왕과 궁정을 따라 수차례 자리를 옮겨야했다. 루브르 궁 근처에 라모네 거리(rue de la Monnaie)가 있다. 14세기부터 이 거리에서 금화와 은화를 찍어냈다. 17세기 말엽에 접어들면서 이 거리가 비밀과 치안유지상 화폐제조에 적합하지 않자 센 강변 건너편으로 옮겨갈 이사계획이 세워진다.

모네드파리가 현재의 콩티 강변 건물로 입주한 공식날짜는 1775년 12월 20일로 기록된다. 이후 아틀리에는 문을 닫은 적이 없이 오늘날까지 가동되고 있으며, 원래의 건축양식도 고스란히 그대로 보전되고 있다.

20세기 중반 드골정부는 화폐동전 제조소를 지방으로 분리해야하는 불가피성에 봉착한다. 이어서 1973년부터 지롱드 지방의 패싹(Pessac) 제조 아틀리에서 동전화폐를 찍어내고 있다. 유로 동전은 물론 모나코, 안도라, 룩셈부르크를 비롯한 42개국의 동전도 제작한다.

파리의 아틀리에는 예술성이 가미된 메달이나 기념주화만을 제조하고 있다. 매년 10만 개 메달, 13만 개 기념주화들을 제작하며, 소장품들의 보호관리, 훼손된 주화의 복고작업도 곁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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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세기 역사의 문화공간

 

모네드파리는 제조아틀리에와 더불어 박물관을 갖추고 주화, 메달, 주화제조기 등 오랜 세월동안 은밀히 보관해온 보물들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소장품은 약 14만 점으로 이중 20% 가량이 금화나 은화이다. 금 1kg으로 주조된 대형 금화를 포함한 약 2천 점이 전시되고 있다.

각 금화, 은화, 동전들은 각각의 역사를 대변한다. 프랑스왕정의 전성기 ‘태양왕’ 루이 14세 시대에는 금화와 모네드파리의 위력도 대단했다. 루이 14세가 다섯 살에 왕에 즉위할 때 궁정은 그의 얼굴 프로필이 새겨진 금화를 발행했다. 이어서 청소년, 장년층으로 넘어갈 때마다 수차례에 걸쳐 왕의 초상화가 새겨진 금화를 찍어냈는데, 당시 국민들은 이 주화를 통해 왕의 얼굴을 접할 수 있었다. 루이 15세는 금화에 새겨진 자신의 초상화가 너무 늙어 보인다고 불평하며 더 젊은 모습으로 변경하라고 세공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궁정이 찍어낸 금화로서 1360년도에 제조된 ‘Franc à cheval’은 유명하다. 모네드파리 박물관이 소장한 이 금화에는 말을 탄 기사가 새겨져있다. 100년 전쟁 중 영국의 포로가 된 왕의 석방금을 모집하고자 궁정이 발행한 금화로서, ‘프랑(Franc)’은 ‘자유’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국가를 위해 전투에 나섰다가 포로가 된 기사들을 찬양하는 금화이다.훗날 프랑스의 화폐단위가 된 ‘프랑’도 여기에서 기원된 것으로 전해진다.

오늘날 모네드파리에서 제작되는 주화나 메달은 디자인과 연금술에서 현대감각이 가미된 극치의 예술경지에 이른다. 최근 작품들 중에서 색감이 가미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메달은 인기가 높은 편이다. 2016년에 선보이는 주화나 메달의 테마는 에펠탑, 오르세 박물관, 그랑팔레, 앵발리드 등 파리의 명소들이다.

연금술과 예술성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이들 주화나 메달의 가격대는 5유로부터 10만 유로까지 다양한 편이다. 이처럼 모네드파리는 9세기부터 이어온 역사를 고스란히 보듬으면서 동시에 21세기 현대감각을 살린 절묘한 주화연금술을 기반으로 기업체의 경쟁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21세기 첨단 모더니즘의 전당

 

모네드파리는 18, 19세기에 귀한 손님을 맞이하거나 사무실로 이용했던 고급 관사 건물을 전시장으로 리모델링하여 2014년부터 현대미술전을 펼치고 있다. 현대미술작가들과 새로운 예술경지를 추구한다는 입지에서, 1년에 3~4차례 기획전을 마련한다.

2014년 가을에 현대미술작가들에게 공간을 첫 오픈하면서 폴 맥카시의 초콜릿 조각전을 기획했다. 같은 무렵 파리 방돔 광장에서는 폴 맥카시의 ‘나무’가 세워졌다. 이 작품이 섹스토이처럼 보인다하여 이내 화제를 모았고, 결국 작품이 테러를 당해 파손되는 바람에 당시 핫이슈가 된 적이 있다. 이로인해 작가는 매스컴을 통해 더욱 유명세를 탔고, 호기심에 이끌린 대중들은 초콜릿 조각전을 더 많이 찾아, 결국 모네드파리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는 후문이다.

현재 모네드파리의 기획전으로 ‘AD Intérieurs 2016’이 9월 3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되고 있다. 인테리어 전문월간지 AD가 선정한 14명의 인테리어건축가, 디자이너, 무대장식가들이 거주공간을 꾸며놓은 인테리어전시전이다. 현대인이 실지로 살아가는 살롱, 주방, 침실, 사무실 등 거주공간과 가구나 장식용 소품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입장료는 10유로.

또한 지난 2014년 가을부터 센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1층, 별 3개 최고급 레스토랑 귀 사브와(Guy Savoy)에서 식도락도 즐길 수 있다.

모네드파리 건축물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해마다 9월 3번째 주말에 실시되는 세계문화유산의 날에 일반인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www.monnaiedeparis.fr 참조)

 

11, quai de Conti 75006 paris

(M) 7. Pont Neuf / 4,10. Odéon / Saint Michel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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