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오너는 ‘활기’, 세입자는 ‘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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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주택시장의 급변속에서 2년 정도 간격을 두고 등장했던 타임지의 대조적인 표지 모습은 시장의 변화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왼쪽은 주택값 급상승속에서 집을 보물단지처럼 끌어안고 있는 홈오너 모습. 오른쪽은 썰렁한 벌판에 서 있는 집을 배경으로 ‘홈오너십을 재고한다’ 라는 제목의 표지 모습.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10년전에 불어닥친 부동산 폭락의 거센 바람을 헤치고 나온 미국 주택시장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최근 <에이피통신>은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치고 다시 일어서고 있으며, 그 가운데 주택 소유주(이하 홈오너)들은 환경에 적응하며 자라고 있는 반면, 세입자들은 분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즉 홈오너들이 세입자에 비해 그나마 더 나은 형편이란 것이 종합적인 평가이다.

특히 한 집에서 오래 살고 있는 홈오너들은 에퀴티 증가와 낮은 주택담보융자(이하 모기지) 이자율에 따른 이득을 누리고 있다. 에퀴티란 주택 모기지 빚을 제하고 남은 것으로 홈오너 재산이다.

반면 세입자들은 주택시장 침체 이후 수요 증가로 인해 렌트비(월세)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월 수입은 제자리를 걷고 있지만 집값은 상승하고 있어 차후 내집 마련을 위한 저축이 힘겨운 상황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소득 불평등이 커지고 있는 미국에서 다른 부정적 결과를 가져온다. 미국인 상당수가 홈 에퀴티로 부를 키우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세입자 증가는 주민들의 재정적 소스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미국에서 여전히 번영과 자부심의 통로로 여기는 홈오너십은 부동산 파동 이전보다 멀어진 편이다. 현재 미국 홈오너십은 63.5%로 지난 48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현재 미국 성인 중 약 3분의 2가 집을 소유하고 있고, 세입자 일부는 스스로 렌트를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특히 차압 문제가 심한 지역으로 옮긴 이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시장 조사 업체인 질로우 닷컴의 수석 경제학자인 스브냐 구델은 봉급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바이어들이 집을 수월하게 구입할 수 있는 조건에 놓여 있지 않다며 현 주택시장의 판세가 양호하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에이피통신이 지적한 조 파비 부부가 이런 경우다. 조는 피츠버그에서 법대를 졸업한 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유서 깊은 도시인 챨스턴 인근의 마운트 플레전트로 삶의 거처를 잡았다.

그러나 이곳 방 1개짜리 아파트 월세는 피츠버그에서 방 3개짜리 아파트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내집 마련을 위한 저축이 불가능해졌다. 이들은 월세가 오르자 학자금 빚 해결과 주택 마련을 위해 교외의 싼 곳으로 이사하고 말았다. 학군이 뛰어난 마운트 플레전트는 30만달러 선에서 양호한 주택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울 정도로 인기 주거지이다.

현재 주택시장 트렌드는 낮은 모기지율과 렌트 상승

에이피통신이 미국내 300여개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홈오너와 세입자 간의 재산 차이를 만드는 요소를 두가지로 축약했다.

우선 역사적으로 낮은 모기지율이다. 홈오너들은 재융자를 통해 월 모기지 납부액을 줄임으로써 주거비 감소의 효과를 얻었다. 미국 홈오너가 지불하는 모기지 중간액은 2006년 이래 1492달러까지 떨어졌다. 전미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주택시장 붕괴후 재융자 모기지액은 9조4천억달러에 달한다.

다른 요소는 렌트의 인기로 인한 월세 부담이다. 이제 막 사회에 뛰어든 대학 졸업생들과 젊은 세대는 첫 주택 구입을 미루고 있다. 이들은 지난 십여년 동안 미국내 렌트 시장에 800만 가정이 더해지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하바드대 연구에 따르면 새로 임대시장에 들어온 세입자의 상당수는 35세에서 51세 사이인 소위 X세대이다. 이들은 특히 주택시장 파동을 보면서 주택 소유에 대한 매력을 상실했고, 주택의 자산 가치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임대 수요가 증가하다 보니 월세 비용이 자연 높아졌다. 미국에서 주거비는 전체 생활비의 30% 이상을 넘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지난 십여년간 이 비율을 뛰어 넘은 세입자는 2120만명으로 세입자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또 세입자의 절반은 월세비가 부담스러운 수준에 빠져 있다. 1960년대만해도 월세비 부담자는 전체 세입자의 24%에 지나지 않았다.

주택시장 트렌드를 이용해 수입 잡는 이들도

올랜도, 라스베이거스, 탬파 처럼 주택시장 붕괴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에서 투자가들이 차압주택을 값싸게 사들여 이를 임대주택으로 변환시킨 점은 렌트 시장의 인기를 반영한다.

특히 주택 개발업자들이 땅을 대거 사들여 대규모 주택단지를 조성해 분양한 도시 근교는 임대주택이 폭증했다. 올랜도 교외 지역이 대표적이다.

올랜도 서북쪽 아팝카에 위치한 피드몬트 파크는 농지를 주거단지로 바꾼 곳이다. 이곳은 임대 주택이 10채당 1채꼴이었으나 지금은 3분의 1이 넘고, 임대 주택 상당수는 월스트릿 투자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이곳의 한 임대주택은 본래 소유주가 2013년까지 8년을 거주하다 차압으로 은행에 25만 8천달러의 빚을 졌고, 투자기업 블랙스톤이 10여만달러에 사들였다. 모기지로 환산하면 월 500달러 이하인 셈이지만 현재 월세는 1310달러이다.

한편에서는 월세 상승으로 저축이 줄어 내집 마련이 어렵다고 하지만, 투자가들이나 여유가 다소 있는 이들은 기록적인 낮은 모기지율을 기회로 삼아 소득을 올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캘리포니아 샌마코스의 부동산 중개인인 알파나 파텔 부부는 변동이자율 6.7%에 이자만 내는 모기지로 2007년에 84만5천달러짜리 집을 구입했다. 월 납부액은 세금과 보험을 합해 6천불 정도.

부부는 이후 집값 폭락의 아픔을 견디어 냈고, 2013년에 이자율 3.75%로 재융자를 시도해 현재 월 납부액이 2천불이 줄어들었다. 이들은 앞으로 집을 세놓아 모기지를 충당하면서 에퀴티를 축적하고, 규모가 더 큰 집을 구입할 계획이다.

이렇듯 지난 10년간 주택 시장에서 뚜렷이 보이는 양상은 많은 세입자들이 렌트비 상승에 붙잡혀 내집 마련을 미루고 있는 반면, 일부 홈오너들과 투자자들은 기록적인 낮은 이자율을 이용해 자산 축적의 기회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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