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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도심 하이드 파크(Hyde Park)에 집결한 한인 동포들이 최근 만들어진 ‘박근혜 하야’를 외치고 있다.

 

도심 하이드 파크서 촛불집회, 주최측 추산 800명 집결

한국-전 세계 한인 ‘민중 총궐기’ 시간 맞춰, 성명서 발표도

 

‘절망의 끝에서 올리는 희망의 촛불!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한국의 ‘민중 총궐기 촛불집회’(11월12일) 시간에 맞춰 시드니 한인 동포들도 도심에 집결, “박근혜 하야”를 촉구했다.

이날 저녁 7시 도심 하이드 파크(Hyde Park)에 모인 한인 동포들은 태극기와 ‘박근혜는 하야하라’ ‘청와대를 수사하라’ ‘Park, u r puppet NOT our president!’라는 등의 글자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한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과 최순실의 국정논단을 비난했다.

‘박근혜 퇴진과 한국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호주 교민들’이라는 단체가 마련한 이날 집회는 애초 동포 밀집 지역인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 광장에서 집회를 추진했으나 현재 스트라스필드 광장이 공사 중인 데다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 집회를 하루 남겨둔 상태에서 ‘하이드 파크로의 장소 변경’을 공지했음에도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800명이 운집했다.

특히 이날 자리를 메운 이들 가운데는 고령의 연령층은 물론 서울 집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이 상당수를 차지, 눈길을 끌었다. 6살 자녀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30대 후반의 여성 교민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면서 “아이에게도 잘못된 것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고 싶어 함께 참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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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넘게 이어진 시드니 촛불집회에는 시간이 갈수록 동포들이 늘어났다. 이날 집회 참석자는 약 800면으로 집계됐다.

 

이날 주최측이 마련한 300개의 초와 ‘박근혜 하야’ 문구가 적힌 피켓은 집회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동이 났다. 행사가 시작된 7시를 넘긴 시간, 집회 인원은 두 배 이상 불어났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동포들이 차지한 공원 면적도 넓어졌다.

이날 집회는 박근혜의 실정과 하야를 촉구하는 민중가요, 참가자들의 자유 발언, 간단한 퍼포먼스, 시드니 소재 각 대학생 명의의 시국선언서 낭독, 집회 주최측의 시국성명 발표로 진행됐다.

집회의 하이라이트는 자유발언이었다. 대부분 20대 청년들이 이어간 발언은 한결같이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을 비난하고 퇴진을 해야 한다는 데 모아졌으며, 주변 비선실체들을 통해 드러난 한국사회의 구조적 치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시드니에 머물고 있는 방혜선씨는 “이 자리에 함께 해 주신 많은 학생, 교민분들을 생각하며 깨어있는 청년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1일(화) 시드니 총영사관 앞에서 재외 한인 대학생들 가운데는 처음으로 시국선언에 동참한 시드니 소재 각 대학생 연합 모임의 이병렬(시드니 대학 정치경제학과)이 당시 선언문을 다시 한 번 낭독했고, ‘박근혜 퇴진을 위한 교민 모임’ 측은 촛불집회 모임 직전까지 서명한 708명의 시드니 동포 및 전 세계 56개국 재외동포 이름으로 시국성명서를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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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에서 이어진 자유발언은 호주 현지 한인 청년들이 연이어 박근혜 퇴진의 근거를 조목조목 지적,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의 행각,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면서 “법을 위반하고 국기를 뒤흔든 박근혜 정권은 더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가치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 이번 국정농단 사건에 관계된 모든 공직자는 그 죄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좌하는 심정으로 자리에서 물러나 법과 국민의 엄정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우리 재외동포들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우려를 넘어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당장 대통령직을 사퇴하고 법의 심판을 겸허히 받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주최측은 이번 집회에 이어 오는 26일(토)에도 같은 시간, 하이드 파크에서 두 번째 촛불집회를 갖는다는 계획이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한국사회 구조적 비리, 부패가 터진 치명적 사건...”

 

촛불집회에는 많은 젊은이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 한 호주 유학생의 말을 그대로 소개한다.

 

이번 박근혜 게이트는 대한민국 사회에 뿌리깊게 만연해 있는 부패와 비리, 청탁 등의 썩은 상처가 곪고 곪아 위에서부터 터져버린 치명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순실, 우병우, 차은택은 그 상징입니다. 경쟁과 승복이 아닌 연줄과 이익에 기반해 온 대한민국의 구조적 치부가 다 드러난 것입니다. 그 와중에 우리 젊은 세대가 피 토하듯 외친 ‘헬조선’, ‘7포세대’ 등의 자조적 단어는 당연히 허공의 메아리로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라미드 아래에 있는 개나 돼지가 짖어도 그 위의 견고한 구조가 그들을 지켜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 개도, 돼지도 물어뜯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조직된 시민의 힘이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라고 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 기억납니다. 우리의 요구는 상식에 기반한 요구입니다.

한번 보십시오. 해외에 나온 대학생들은 이제 돌아갈 나라가 없습니다. 내 나라로, 내 땅으로 돌아가서 섬기는 것에 우리 젊은 시대가 비관하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워해야 할 모국의 지도자들을 보며 수치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게 정상입니까.

모국에서도 비정상이니 해외에 나온 우리도 알게 모르게 비판적으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마음이 저는 우리의 진심이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우리의 비판적 시각은 오히려 모국 상황의 개선을 바라는 마음, 어디를 가든 당당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는 주인의식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에 저 위에서부터 꽉 차 있는 썩은 물을 갈아야 합니다. 지금껏 봐 왔듯이 썩은 물에서 썩은 고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제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우리의 미래를 위협한 비상식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해외로 나오지 않아도, 굳이 이민자가 되지 않아도, 내 나라 내 땅에서도 사는 것이 살 맛 나고 정의가 서 있고 상식이 통하는 일을 경험하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게 더욱 힘 있게 불의를 지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이 사태를 뛰어넘어 진정한 변화를 이루어내기를 정말 바라는 마음으로 해외에 있는 제가 느낀 마음을 한번 전달해보고자 했습니다. 저는 이후에 한국에서 섬길 마음이 있습니다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들이 그릇된 생각을 가져서가 아니라고 믿습니다. 또한 저는 진정한 분단의 극복을 이루어 내는 일에 저희 젊은 세대가 큰일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위에서 벌어지는 기득권층의 구조를 혁파하지 않으면 그 민족적 사명을 감당하기 어려울까봐 노파심을 가지고 발언했습니다.

 

-정우진 군 / ANU 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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