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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대선 향방에 미국 45대 대통령선거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지난 11월 9일 트럼프 당선소식은 프랑스 사회전반에도 큰 동요를 일으켰다. 미국대선 전날 엘리제궁은 클린턴 후보에게 보낼 축하 메시지만을 미리 준비했을 정도로 클린턴의 승리가 예고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예상을 뒤엎는 놀라운 결과를 지켜보던 프랑스에서는 즉시 11월 20일과 27일 실시되는 우파경선으로 뜨거운 관심이 모아졌다. 과연 프랑스의 여론조사도 믿을만한 것일까? 라는 의구심이 제기된 것이다.

일간 파리지앵의 경우 네티즌들을 상대로 우파경선 여론조사를 믿느냐는, 여론조사의 신빙성을 되묻는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 12시간 만에 7천여 명이 동참했고, 이들 중 70% 가량이 ‘아니오’라고 응답했다.

 

▶ 재조명되는 언론의 권력유착

 

프랑스미디어는 트럼프의 당선을 놓고 다양한 해석과 분석을 연신 쏟아내고 있으며, 미국의 기존엘리트 정치인과 미디어가 현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데서 파생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사회를 이끄는 엘리트그룹이 침묵하는 국민층을 외면했다는 점, 정치와 언론의 비정한 유착관계도 뜨거운 감자로 대두됐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 등 미국언론사 200여개 이상이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던 반면, 트럼프 후보를 지원한 프레스는 6개 정도에 불과했다고 한다. 결국 정치에 깊이 관여한 ‘미디어라는 정당’이 국민들로부터 제대로 뺨을 얻어맞았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미디어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안티정서를 확산시키면서 대권마저 흔들어대는 사회현상에 불만을 지녔던 국민 층에게 트럼프 당선은 하나의 카타르시스나 다름없다는 점도 간과되지 않는다.

 

사실 프랑스에도 미디어가 국민을 대신하여 대통령을 뽑고 있다는 불만은 잠재했던 편이다. 유권자들은 굳이 투표를 하러 선거날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빈정거림마저 간혹 흘러나왔다. 미디어가 2012년에 올랑드를 선택했다면, 2017년 차기대선에는 쥐페를 선택했다는 여론도 저변에 깔려있었다. 미디어가 우파경선을 쥐페 대 사르코지의 경주로 밀어붙이면서 쥐페의 편을 들어준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오던 상황에서 트럼프신드롬 현상이 강타한 것이다.

 

▶ 쥐페, ‘미국의 클린턴 꼴 되나’?

 

트럼프의 승리소식이 알려진 이후 우파경선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 닥쳤다. 여론조사에서 밀리고 있던 경선후보들이 트럼프 바람을 순풍으로 맞이하려는 부산한 움직임이 보이는 가운데, 쥐페가 ‘미국의 클린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슬그머니 제기됐다. 쥐페는 2014년 중반부터 차기 대통령감 인기차트에서 늘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쥐페의 승리가 점점 확실시되어가던 분위기에서 지난 11월 3일 우파경선후보자들의 제 2차 TV토론이 실시됐고, 이어서 일요신문 등 일부 언론은 한 특이한 점을 지적했다. LR당 3명 경선주자들이 여론조사에서 멀찌감치 앞서가는 1등 후보를 제치고 2등 주자를 상대로 난타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2위 경선주자 사르코지가 거세게 쏟아지는 화살을 막아내는 동안, 1위 경선주자 쥐페는 방패막이 뒤에서 힘 빼지 않은 채 제자리걸음만 했다는 지적이다. 혹시나 이들 3명 경선주자들이 차기 쥐폐 정권에서 장관직을 염두에 두지 않았나하는 의견이다. 소수정당 가톨릭민주당의 쁘와송 후보는 LR당 동료경쟁주자들이 차기정권의 총리직을 겨냥했다고 꼬집었다.

 

▶ 급격하게 부상하는 3등 경선주자, 피용

 

 

2차 TV토론의 설전이 끝난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어김없이 쥐페의 승리로 돌아갔다. 당시 이 프로를 시청했던 네티즌들은 쥐페는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며, 그의 판정승에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피용 전 총리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그들의 챔피언이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2차 TV토론의 설전에서 피용 후보가 대권주자로서의 정책들을 가장 조리 있게 잘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네티즌들의 심정을 반영하기라도 한 듯, 11월 9일 이후부터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마다 쥐페 후보는 하락세를,피용 후보는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표심이 쥐페 후보에서 피용 후보로 급격하게 이동되는 추세라며, 트럼프에 놀란 프랑스미디어는 3등 경선주자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피용 후보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그들의 챔피언이 ‘프랑스의 트럼프’라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론조사에서 늘 2위를 면치 못했던 사르코지 후보도 투표당일에 판세를 뒤엎고 역전승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명했다. 우파경선대회를 통해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무명의 경선주자 쁘와숑은 자신이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참신한 정치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극우 FN당수 르펜, 극우진영에겐 호재

 

대선레이스 출발점에서 참을성 있게 대기하고 있는 마린느 르펜은 미국대선기간 중에 공개적으로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으며, 프랑스 정계에서 가장 먼저 그의 당선에 축하소감을 발표했다. 자신이 ‘프랑스의 트럼프’라는 점도 강조했다. 일부 언론에서도 트럼프 당선은 극우파진영 유권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내다보았다.

극우 FN당은 PS집권당과 LR우파야당을 제치고 유권자 30% 지지율로 지지응집력이 가장 높은 프랑스의 제1 정당으로 간주한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르펜이 2017년 대선 2차 결승전에 무난히 진출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다른 정당과의 정치연합이 없는 한 승리는 불가능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대권을 노리는 르펜은 최근 전략을 바꾸었다. 극우 FN당을 창설한 아버지 르펜의 극우이념과 간격을 두면서 좌파, 극좌파까지 표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극좌파 정치인들이 2017년 대선에 출마를 원하는 경우 FN당 대의원들의 공천을 지원하겠노라는 회유정책까지 발표했다. 대선출마자들은 500명 대의원의 공천을 받아야하는데, 사실 소수정당인들에게는 어려운 통과 관문이기 때문이다.

 

항간에서는 마린느 르펜은 몸은 극우파지만, 머리는 좌파라는 의견도 흘러나온다. 바로 르펜 부녀가 당권을 둘러싼 계파갈등으로 피 튀기는 법정싸움으로까지 이르게 된 주요인이다. 마린느 르펜의 남편이자 FN당 2인자 루이 알리오는 좌파와 극좌파 사이를 오고가던 쉬베르는망 전내무부장관의 2002년 대선켐프에서 활약한 전력을 지닌다.

 

이는 정치인들이 정치이념에 대한 강한 개인적 소신보다는 인맥에 이끌려 좌파나 우파를 선택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이야기다. 올랑드 대통령도 인맥과 학맥에 이끌려 사회당(PS)에 입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목적지에 누구보다도 빨리 도착하기 위해 힘세게 달리는 경마를 잘 선택해야하듯, 개인의 권력욕과 정치야망을 정당이라는 수단을 통해 승부를 걸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권에 야심을 지닌 르펜은 자신도 다른 엘리트정치인들과 다를 게 없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좌파진영 유권자들에게도 어필하려는 전략을 세웠는데, 바로 여기에서 르펜을 트럼프와 비교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설령 이민정책 등 극히 일부정책에서 유사한 점이 있고, 르펜 역시 반-시스템주의자로 자처하지만 결국은 기존 정치시스템이 낳은 정당인이자 정치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는 기존정치시스템의 완벽한 아웃사이더로서 정치이념과는 상관없는 실용주의자라는 평가이다.

 

프랑스 우파경선의 결승전에는 정치경력이 탄탄한 두 기성 엘리트정치인의 경합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각 여론조사관계자들은 2007년 이후 여론조사가 크게 빗나간 적이 없다고 장담하며, 프랑스 여론조사가 영국이나 미국에 비하여 신빙성이 훨씬 높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단지 우파경선에 참여할 투표자들이 전체유권자의 8% 내지 10%로 예상되는 까닭에 정확한 여론조사표본 추출에서 큰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선주자들이 대권이라는 고지를 향한 막판의 스프린터 경합에서 결국 쥐페, 사르코지, 피용의 삼파전으로 돌입하는 이변이 생겨났다. 투표 당일 상황을 뒤엎는 또 다른 변수가 생겨날 것인지 주목된다.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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