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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프랑수와 피용 전 총리가 물망에 올랐다. 우파경선의 마지막 스프린터경합에서 3등 경선주자가 역전승의 쾌거를 이루며 프랑스 선거판에 새로운 이변을 낳았다.

11월 20일 1차 선거가 임박하여 실시된 여론조사마다 피용 후보의 급부상은 감지되었지만, 높은 지지율로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2014년부터 차기대통령 인기차트 1위를 차지했던 쥐페 후보는 1차 선거를 치른 후 경쟁표적을 잘못 겨냥했다며 뼈아픈 심정을 피력했다. 1차전에 탈락된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멀찌감치 따라오던 3등 주자에게 앞지름을 당하리라고 미처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따라서 우직하고 소심하여 ‘섹시하지 못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마저 지녔던 피용이 막판에 어떻게 민심을 사로잡았는지 그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여론조사의 함정

 

쥐페 후보는 피용 후보와의 2차 결승전을 앞두고 난감한 심정을 피력했다. 피용의 경제정책이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고 역공을 펼치면서도, 적을 알아야 제대로 공격한다는 전술비법처럼, 라이벌의 전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까지 그의 모든 공략은 사르코지 후보에게만 집중되었던 때문이다.

여론조사만 믿고 쥐페의 뒤로 나란히 섰던 기회주의적인 정치인들도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선거를 보름정도 남겨놓고 막차에 올라타듯 쥐페의 선거 캠프에 부랴부랴 합류했던 일드프랑스 도지사 발레리 페크레스의 경우는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당시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는데, 피용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기정치인의 변심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쥐페가 여성총리로 페크레스를 염두에 두었다는 소식이 미디어를 통해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던 무렵이었다. 자연스레 언론의 시선은 피용 후보에게로 돌려졌다. 그는 페크레스가 여론조사 1등 주자에게로 마음을 돌린 것이라고 담담하게 표명했다. 정치야심이 만만치 않은 페크레스도 3등 주자가 역전승하리라고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프랑스미디어가 우파경선을 쥐페-사르코지 경합으로 몰고 가는 와중에서 피용은 선거판에 몰아치는 온갖 비바람과 태풍을 피하면서 어부지리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여론조사에서 1,2위 주자들이 치열하게 소모전을 펼치는 동안, 3등 주자는 철저하게 체력관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았던 덕택에 기성정치인이면서도 선거 1주일을 앞두고 새로운 정치인물로 돌변하면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 안티-사르코지 정서의 물결

 

1차 투표에서 피용에게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 40%가량이 선거전날 혹은 당일에 투표권을 행사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안티-사르코지’ 정서가 작용했다는 점도 간과되지 않는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1차 투표에서 안티-사르코지파의 참여율은 38%에 이른다. 대부분이 사르코지를 탈락시키기 위해 급부상하는 3등 주자에게 몰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쥐페의 득표율에도 70% 가량은 안티-사르코지파의 표심이라는 보고이다.

또한 일부 우파유권자들 중에는 사르코지의 정책이 가장 합리적이며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막판에 피용을 선호했다고 한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강한 프랑스’라는 깃발 아래 자신의 정치신념을 너무 노골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내는 바람에 안티정서를 고취시켰다. 이 안티-사르코지 정서가 걸림돌이 되어 이번 대선에서도 우파가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작용하면서 같은 수준의 ‘강한 프랑스’ 이념을 구현하는 피용에게 기대감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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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감한 경제정책

 

사르코지가 극우 FN당 지지유권자들의 표심을 겨냥하여 과감한 이민, 테러정책을 주요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면, 피용은 시퍼렇게 날이 선 경제대책을 간판공약으로 제시했다. 프랑스 역대정권이 감히 추진해보지 못했던 개방형 자유경제정책이다. 바로 우파표심을 사로잡은 주요 포인트이다.

기업체와 기업주에게 자율권을 부여하면서 강한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식의 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도입, 기업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기업세금을 대폭 완화하고, 고용, 해고, 근무시간 결정권에서도 유연성을 인정해주는 정책이다. 경제회복 긴축재정을 실시하며 강한 의지를 펼쳤던 ‘철의 여인’, 영국 마거릿 대처의 대처리즘을 답습한 경제정책이기도 하다.피용 스스로도 ‘프랑스의 마거릿 대처’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슈가 되는 몇몇 정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전 국민이 나라 살리기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TVA 2% 인상. 특히 공무원들에게 한층 무거운 정책이 도입된다. 퇴직연령은 현재 62세에서 65세로 연장, 주당근무 35시간에서 39시간으로 늘어나며 임금은 37시간으로 동결, 이어서 50만 명을 삭감한다는 정책이다. 장기실업자의 실업수당도 대폭 감소한다.

물론 공무원과 노동조합원들이 거리시위에 나설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의견이다. 그럼에도 프랑스라는 몸체에서 불필요한 비곗덩어리를 빼내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혁신적인 개혁안들을 피용이 뚝심을 가지고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우파표심이 움직였다.

 

▶ 정통보수파와 가톨릭파의 지지

 

피용이 경제에서 과감하게 자유주의를 내세웠다면, 사회가치관에서는 정통보수주의를 지향한다. 그에게 몰표를 던진 유권자층은 주로 노년층(44%)으로 부르주아, 보수파, 가톨릭파(66%)이다. 즉 정통보수파와 가톨릭파의 지지 없이 승리는 불가능했다는 점도 간과되지 않는다.

아울러 2013년 프랑스를 온통 달구었던, 동성애자 결혼과 어린이입양을 합법화하는 일명 토비라법안에 반대하는 국민운동(la Manif pour tous)의 불씨도 꺼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 국민운동에서 파생된 상스코멩(Sens commun)이라는 시민단체 9천 명이 LR당에 입당했고 이번 경선에서 입김을 작용했다. 즉 피용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피용은 시민단체의 뜻을 받아들여 토비라법안을 일부 개정할 것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상스코멩은 피용을 지지한다는 공식성명을 지난 9월초 발표했는데, 이때 주요 현안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를 다시 정치화시킨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항간에서 거세게 흘러나왔다. 게다가 당시 피용의 지지율은 한 자리 숫자로 4등을 달리던 중이라, 시민단체가 경마를 잘못 선택했다는 빈정거림마저 흘러나왔다. 하지만 3개월 후 이 단체의 선견지명을 입증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피용 자신도 이혼경력 없이 정식부인과의 사이에 5명 자녀를 둔 모범 가장이자, 정통가족주의를 옹호하는 부르주아 보수파이다.

 

▶ 극우파 표심도 유혹하나?

 

피용의 경선승리는 극우 FN당의 입지도 슬쩍 흔들어 놓았다는 분석이다. 지난 몇 년 사이 극우 FN당이 지지응집력이 가장 높은 프랑스 제1의 정당으로 발돋움한 요인 중에 하나는 바로 보수파와 가톨릭파의 표심이 우파로부터 흘러들어갔던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2013년 마린느 르펜은 토비라법안과 관련하여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범시민운동에 합류하지 않았다. 이렇듯 일부 우파지지자들이 단순히 기존정치에 불만을 품은 채 극우파로 넘어갔는데, 이들의 표심을 피용이 다시 사로잡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극우파 르펜이 2017년 대선 2차 결승전에 진출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고정화된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골수우파 피용이 대선판세를 바꾸면서 극우파의 강세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중도파 표밭을 반-시스템주의를 내세우며 대선에 출마한 마크롱 전 경제부장관에게 열어준 것으로 간주한다.

피용의 정책은 장기실업자, 노동자층, 변두리의 학생층까지 납득시켜야할 만큼 넘어서야할 장벽이 아주 높은 편이다.장차 안티-피용 정서가 대선향방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미지수이나, 지구를 흔드는 지각변동이 없는 한, 2017년 5월 차기대권은 피용이 거머쥘 확률은 높은 편이다.

한편 프랑스정치사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우파경선대회는 참여율에서 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2유로를 지불하는 ‘유료 투표’이고 우파이념을 존중한다는 각서에도 불구하고, 1차 선거에 430만 명, 2차 438만 명이 참가하면서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이중에 좌파유권자 참여율은 1차 투표 15%, 2차 투표 17%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2차 투표에서 공화당(LR) 지지유권자로부터 57% 지지율을 얻은 피용은 쥐페 후보(28%)와 사르코지 후보가 지니는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합쳐놓은 합성후보라는 평가도 흘러나온다.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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