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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뉴스의 습격

[i뉴스넷] 최윤주 기자 editor@inewsnet.net

 

 

지난 한 주간 소셜미디어에는 불법 체류자를 적발하기 위해 외곽 고속도로나 일정한 장소에서 차량을 무작위로 선정해 조사하는 체크 포인트가 전국적으로 설치된다는 소문이 확산됐다.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연방이민세관 단속국의 대변인이 직접 나서 진화에 나섰다. 불법체류자 단속을 위한 그 어떤 체크포인트 설치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게 요지다.

 

가짜뉴스가 진짜 세상을 농락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무작위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무책임한 거짓뉴스의 파장은 심각함을 넘어 위험하기 그지없다.

 

미국 대통령 선거 막판에 퍼졌던 ‘피자 게이트’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5일 워싱턴 DC의 ‘카밋 핑퐁’이라는 피자가게에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총기사건이 벌어지는 미국에서 인명피해 하나 없었던 이 사건이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건 범인 에드가 웰치의 범행동기 때문.

힐러리 클린턴과 민주당 고위 인사들이 이 피자가게에서 아동 성애 파티와 살인·강간 등 사악한 종교행위를 한다는 가짜뉴스에 현혹돼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총을 들고 찾아간 것. 거짓뉴스가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사건이다.

 

가짜뉴스 때문에 파키스탄은 전쟁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0일, AWD뉴스라는 웹사이트에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발언이라며 ‘파키스탄이 시리아에 지상병력을 파견할 경우 핵공격으로 파키스탄을 파괴할 것’이라는 내용이 게재됐다. 기사는 전임장관 이름이 현직으로 기재되는 등 내용 모두가 가짜였다.

그러나 파키스탄 국방장관이 실제 뉴스로 착각해 “이스라엘은 파키스탄 역시 핵 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잊은 것 같다”며 핵전쟁 위협에 가까운 경고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려 양국의 신경이 바짝 곤두서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얼핏 보면 파키스탄 국방장관의 부주의 때문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거짓뉴스가 주는 파급력은 상상외로 대단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분석이 한 예다. 피자 게이트부터 시작해서 ‘힐러리, 이슬람국가(IS)에 무기 판매’ ‘프란치스코 교황,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 ‘클린턴 재단, 1억 3700만달러치 불법무기 구입’ 등 미 대선 기간동안 유독 힐러리 클린턴에 거짓기사가 집중돼 있었던 건 사실이다.

 

오는 9월 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는 독일이 가짜뉴스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기는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아돌프 히틀러의 딸이다’ ‘베를린에서 러시아 소녀가 무슬림 난민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등 가짜뉴스로 재생산된 이야기들이 정치 정적을 흠집내고 난민정책에 영향을 미치면서 독일정치를 농락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가짜뉴스로 인한 폐해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17일 일본의 가짜뉴스 사이트 ‘한국신문’에는 2000년 한국을 방문한 11세와 9세 일본인 소녀가 ‘노무현’이라는 이름의 한국남성에게 강간당했으나 최근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주장이 실렸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을 모욕한 이 기사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2만회 이상 공유됐고, 지난 1년간 한국과 일본을 키워드로 한 검색기사에서 7번째로 많은 공유횟수를 기록, 일본 내 한국 혐오를 격화시켰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로 한국사회가 요동치면서 가짜 뉴스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박근혜 탄핵을 반대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최순실이 사용한 태블릿 PC는 조작됐다”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짜뉴스들이 소셜미디어와 카카오톡 등을 타고 무섭도록 퍼져나가고 있다.

 

가짜뉴스가 진짜 세상을 농락하고 있다. 언론의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거짓의 습격이 참으로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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