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원칙대로 사는 삶이 소중하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내가 젊었을 때 환갑이 다 되어가는 분이 나의 손을 잡으며 "못나게는 살지 말자"고 한 적이 있다. 최순실 사건의 파장이 큰 요즈음 그 분의 말이 문득 문득 생각난다.

때는 1970년 12월 고국의 어느 겨울날이었다. 이분은 어느 대학교 교수였고, 나는 그의 자가용차의 보증수리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었다. 그는 내 사무실로 찾아와 "송 과장님, 바쁘지 않으시면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소" 라고 한다. 나는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는 내가 어느 고객과 고성을 지르면서까지 “그렇게는 견적을 내주지 않겠다고 하는 모습을 좀 전에 보았다”고 하면서 “그같은 결정이 송 과장님의 개인적인 견해인가 아니면 회사 방침인가 궁금했다”는 것이다. 내 옆에 있던 계장이 "이 분은 코티나 고객이고 대학 교수님" 이라 알려주었다.

사실 그 당시엔 접촉사고 견적에 관한 회사 방침이나 지침이 없었다. 나는 다만 ‘이 가난한 나라가 잘 살려면 외화 한푼이라도 아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교수 고객은 말을 이었다. "좀 전에 당신과 언쟁을 벌인 고객이 본사에 가서 당신은 회사에 돈 벌어 주겠다는 것을 막는 놈이니 파면시켜야 한다고 말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한다. 나는 "교수님, 접촉사고를 낸 상대방 운전수도 나에게는 미래의 고객이 될 수 있습니다. 간단히 수리가 가능한데 고객의 요구대로 문짝 전체를 교환하는 것으로 견적을 내 주어야 합니까? 아무리 회사에 득이 된다고 하나 문짝은 수입품입니다"라고 말했다. 교수 고객에 따르면 나 이전의 과장은 고객이 원하는대로 견적을 내주라는 식이었다고 한다.

교수 고객은 "내가 자가용을 가져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야. 사실은 어느 회사 용역을 맡아 해결해 주고 댔가로 받은 것이지. 이전에 운전수 따라 이곳에 먼저 와 보았고, 보증수리가 있는 오늘 강의가 없어 다시 따라왔지"라고 한다. 또 그는 "이렇게 따라온 덕분에 오늘 좋은 구경하는 재미도 맛보게 되었네. 교수 생활 30년동안 별난 놈 다 보고 살았지. 그런데 송 과장, 아직도 이 사회는 요령이 우선이란 것을 잊지 마시오"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언제나 원칙이 우선인 사회가 될 수 있을까"라고 덧붙인다.

70년도에는 먹고 사는 것에 목숨을 바치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도 권력에 빌붙어 사는 사람들을 보면 이 전직 노동자의 머리로는 이해가 안된다. 최순실 형제들 중에 부동산 재산이 천억이 넘는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엊그제 나사(NASA)에서 쏘아올린 로켓과 탑제물의 값어치가 1빌리언 달러이다. 로켓 발사 지휘부서는 아들이 일하는 곳이라 관심을 갖고 TV를 보다가 리포터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나에게 1천억원이 더 많은지 1빌리언 달러가 더 많은 지 당장 답하라고 한다면 망설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쉽사리 따져보기가 어려울 만큼 엄청난 액수들이다.

최순실 형제들이 이처럼 엄청난 부를 어떻게 축적했는 지는 뻔한 일이다. 나는 휴전 직후 내 나이 17살때 혼자서 부산으로 떠날 때 "구질구질하게 살 바에야 차라리 뒈져 뿌러라!" 고 하신 어머님 말씀을 평생 잊지 않고 살았다. 그래서 요령을 부리지 않고 원칙대로 살았고, 이민 와서도 못나게 살지는 않으려고 노력했다. 최순실 사건이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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