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최대 교훈은 무엇일까

 

뉴스로=이계선 칼럼니스트

 

 

조조가 이끄는 80만 대군이 신야성으로 쳐내려왔다. 조인의 10만 대군이 제갈량의 작전에 말려 2만 유비군에게 참패한 복수전이었다. 번성으로 갑시다. 지세가 험하고 물자가 풍부하여 싸울만 합니다. 그러나 유비를 따라가겠다는 백성들을 버릴수 없어 철수작전은 피난민행렬이 되고 말았다. 밤새 달려온 조조군에게 쉽게 추월당하고 만다. 조조군이 유비의 가솔을 알아보고 달려들었다. 이때 막아서는 청년장수가 있었다. 하늘로 솟구치고 땅을 달리면서 창을 휘두르는데 회오리바람을 두른듯 몸체는 안보이고 창날만 번쩍인다. 창끝이 번쩍일 때마다 붉은 철쭉꽃잎이 봄바람에 떨어져 내리듯 조조군의 목이 피를 뿜으며 떨어진다. 베면 벨수록 달려드는 조조군. 그러면 그럴수록 피바람 꽃바람을 일으키면서 미친듯이 창을 휘두르는 청년장수. 청년장수는 홀몸이 아니었다. 거추장스럽게도 가슴에 아기를 품은채 싸우고 있었다. 유비아들이었다. 망루에서 관전하던 조조가 물었다.

 

“여봐라. 필마단기(匹馬單騎)로 범처럼 날 뛰는 용감한 저 젊은 장수가 누구냐?”

 

“이름은 조운, 자는 자룡이라는 유비의 장수입니다. 상산의 조자룡이라고 부릅지요”

 

“내 일찍 여포를 천하제일의 명장으로 여겼다. 여포가 죽어 한 시름 덜었다 싶었는데 여포에 버금가는 조자룡이 있다니? 저자를 생포하여 우리 편으로 만들자.”

 

적의 화살을 맞아 온몸이 고슴도치가 된 조자룡은 포위망을 뚫고 도망친다. 안 되겠다. 저자를 죽여 버려라! 조조가 앞장서자 80만 대군이 지축을 뒤 흔들면서 바짝 쫓는다. 아슬아슬 하다. 이래다 조자룡이 잡혀죽겠다.

 

“저러다 조자룡이 잡혀 죽겠어요. 이를 어쩌지요?”

 

아내가 안타깝게 외쳤다. 우리 부부는 삼국지드라마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걱정 말아요. 곧 장판교다리가 나오고 장비가 장팔사모를 치켜든채 기다리고 있을 거요. 조운이 ‘익덕 나좀 살려주오’ 하면 장비가 소리치지. ‘연인장비가 조조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룡은 쉬고 내가 상대해주마’하며 장비가 나서자 조조는 간담이 서늘하여 후퇴한다구.”

 

내가 말한 대로 되자 아내가 감탄한다.

 

“어쩌면 장면하나 대사 한마디 틀리지 않소. 당신이 드라마를 감독한것 같구려.”

 

“중학교 때 삼국지를 열 번 읽은 덕분이지.”

 

시골중학교 다니는게 창피하여 나는 3년동안 소설만 읽었다. 삼국지는 읽고 또 읽어 열 번을 읽었다. 초등학교때 김용환의 만화 “코주부삼국지“를 봤다. 중학교때는 라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읽었다. 박종화의 삼국지 이문열의 삼국지 황석영의 삼국지는 물론, 고우영의 만화삼국지까지 읽었다. 고어체(古語體)로 쓴 라관중의 삼국지가 제일 좋았다.

 

난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전쟁소설을 좋아한다. 그중 삼국지를 최고로 친다. 삼국지에는 천하의 맹장들과 영웅호걸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항우와 유방이 다투는 초한지(楚漢誌), 손자병법의 열국지(列國誌)에도 명장들이 많지만 삼국지는 기라성같은 별들의 전쟁이다. 유비를 따르는 관우 장비 조운 황충 마초. 조조휘하의 허저 서황 전위 조인 하후돈 장요 장합. 손권을 주군으로 따르는 주유 태사자 서성 정봉 황개 한당 주태 여몽.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수는 여포다. 단순하여 속기를 잘하지만 적토마를 타고 방천화극을 휘두르면 천하무적이다.

 

삼국지는 지략의 대결장이다. 촉의 제갈량 방통 강유, 위의 사마의 사마사 사마소 등애, 오의 주유 노숙 육손. 그중 제갈량의 신출귀몰하는 병법은 신의 경지에 이른다. 미국육군사관 학교는 물론, 대한민국의 야구감독들은 제갈량의 용병술을 교본으로 채택할 정도다.

 

삼국지가 드라마로 나왔다. 중원(中原)을 달리는 무사들의 말발굽 소리가 지축을 흔들면서 울려퍼지는 주제가.

 

“장강물결은 동쪽으로 흐르고/ 영웅은 파도처럼 밀려와/

 

모든 영욕은 뜬구름 같다/ 청산은 여전한데 세월만 흐르는 구나/

 

백발의 어부는 강뚝에서/ 가을달을 감상하며 술을 벗삼아 마시며/

 

고금의 대소사를 담소로 나눈다/ 고금의 대소사를 담소로 나눈다.

 

적벽대전을 치룬 장강의 물결처럼 노래소리 웅장하다. 95회로 끝나는 만리장성. 때로는 유비의 부하 되고 때로는 조조의 부하가 되어 전장을 따라다니며 삼국지를 구경하는 기분이었다. 명품 드라마 메이드인 차이나 “삼국지”의 장점.

 

1. 웅장하다. 적벽대전, 장판교싸움은 “십계”의 홍해갈라짐이나 밴허의 마차경주보 다 더 스팩터클.

 

2. 소설과는 달리 여인들의 역할이 아름답다. 조조의 유혹을 뿌리치고 여포를 따라 죽는 초선. 남편 주유를 속이고 제갈량을 살려 보내는 강동미녀 소교의 선행.

 

3. 삼국지를 완벽하게 이해시켜준다. 10번 읽었어도 진법(陣法)을 몰랐다. 읽기만 하다가 눈으로 보니 알겠다. 방패와 창으로 벽을 쌓고 망루 높은 곳에서 대장이 기를 흔들어 댄다. 지휘자의 콘닥에 따라 교향악과 합창이 연주되듯 대장기의 지시대로 진형이 바뀐다. 길을 막아 적장을 포위하고 사로잡는다. 반대로 벽을 무너뜨려 진을 파괴하기도 한다.

 

그러나 삼국지의 최대교훈은 우정과 충정이다.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桃園結義)의 우정은 형제애로 귀결된다. 형제같은 친구가 있는가? 충정은 신앙이다. 그래서 충신들은 나라가 망할 때 순교자처럼 목숨을 버린다. 삼국지는 동양판 풀다크 영웅전이다. 인간은 누구나 영웅이 되고 싶어한다. 굼뱅이도 영웅이 되려고 꿈틀거린다. 삼국지에는 세가지 영웅이 있다. 악만 가득한 동탁형 영웅. 착한일은 한적이 없다. 악과 선이 공존하는 조조형 간웅. 선이 필요할때는 선하게 악이 필요할때는 악하게. 선한 방법만을 고집하는 유비같은 영웅.

 

백년 삼국지는 조조의 위(魏)나라로 통일된다. 조조의 부하 사마의가 진(晉)으로 바꾸지만. 훗날 적벽강을 찾은 소동파는 날라가는 까막까치를 보고 조조를 생각했다.

 

月明星稀 烏鵲南飛 此非曹孟德之詩乎?

 

‘달은 밝고 별은 성긴데, 까막까치가 남쪽으로 날아간다’는 것은 조맹덕(曹孟德-조조)의 시가 아닌가?

 

 

三國演義 1994 .jpg

<三國演義 千里走单骑 1994 ep18 캡처>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등촌의 사랑방이야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sarang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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