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베네주엘라에서 이민 온 보모를 보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1959년 8월부터 2개월간 베네주엘라 공군 상사 두명과 같은 방을 쓰며 미 공군기술학교에서 기술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나는 베네주엘라가 어느 대륙에 있는지도 몰랐고 미국보다 더 잘 산다는 그들의 말도 믿지 못했다.

  

두 베네주엘라 상사들은 한가할 때면 자기네 군복이 미군 군복보다 월등히 우수하다느니, 자국에서 월급도 미군상사 보다 많이 받고 이곳에서 또 월급 30불을 받지만 돈 쓸데가 없느니 하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나에게 너희 나라에서 월급을 얼마나 받느냐, 군복은 이것뿐이냐, 이곳은 겨울에 무척 춥다고 하는데 코트 한 벌도 없느냐 하며 연신 따져 묻곤 했다.

  

최근에 우리 동네에서 다시 베네주엘라에서 온 사람을 만나게 됐다. 우리집은 들어가면 되돌어 나오는 길인 ‘코트(court)'에 위치해 있다. 35년을 이 코트에 자리잡은 집에서 내내 살다보니 골목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제법 꿰뚫고 있다.

  

1년 전 쯤인가 젊은 불란서계 이민자가 이사를 와서 얼마 전에 사내아이를 낳았다. 그때 35년만에 처음으로 아기 울음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보모가 아침에 출근하여 저녁때까지 아이를 보고 여자는 낮 동안 직장에 나간다.

 

우리 부부가 가끔 꽃밭을 손질하고 있으면 그 보모가 아이를 안고 나온다. 처음에는 라티노 백인이 아닌 것 같아 그녀가 앞집 여자의 여동생인 줄 알았다.

  

밖에서 몇 번 그렇게 마주치면서 자연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3년전에 자신이 베네주엘라에서 이민온 사유를 말하며 앞으로 꼭 미국 대학에 들어가 공부 할 것이라고 한다.

 

나는 옛날 베네주엘라 상사들이 떠올랐고, 동영상에서 보았던 그 나라 모습도 생각났다. 나는 그녀에게  “원주민 출신의 베네주엘라 전 대통령이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를 형님같이 모셨다는데 그게 사실인가” 하고 물었다. 그녀는 늙은 동양 노인이 자신의 나라 사정을 알고 있는 것에 놀라는 눈치였다.

  

나는 카스트로가 처음 혁명을 일으킨 마을 지역 사람들의 삶을 며칠전 동영상으로 보았다고 하였다. ‘인간지사 새옹지마’라더니 현재 베네주엘라는 경제적으로 형편없는 나라가 되었다. 나는 텔레비전에서 베네주엘라 사람들이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것을 찾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릴 적 생각이 나더라고 말하며, 나역시 한국 동란을 잊지 못하는 세대라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인민이 다같이 잘 살아 보자고 혁명을 일으켰으면 잘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반문하였다. 일례로 북조선 지도자 같이 ‘이밥에 괴기국 마음대로 먹이겠다’고 하였으면 하다 못해 보리밥이라도 배부르게 먹게 해야 할 것 아닌가 하고 말이다.

  

보모 여성은 내가 베네주엘라 사람들의 현실을 얘기하니 눈물을 감추려는 듯 돌아서 가버린다. 그후부터 그녀는 먼 곳에서도 나만 보면 머리숙여 인사를 한다.

 

그녀는 이곳에 온 후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고 한다. 우리부부도 74년 이곳으로 이민 온 후 직장에서 오버타임을 도맡아서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였다. 나는 그녀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좋은 남자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미국 시민으로 살게 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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