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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8명 의원을 선출하는 도의원선거(Départementales) 1차 투표가 지난 3월 22일 파리, 리용을 제외한 전국 2,054개 선거지구(Cantons)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2015년에 치르는 지방선거들이 2017년 대선향방을 가리키는 나침판으로 간주되며, 이로 인하여 지역일꾼을 뽑는 3월 선거에서 좌파여당, 우파야당, 극우파가 첨예하게 삼각구도로 대립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런 긴장된 분위기에서 극우 FN당은 프랑스정치판의 폭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도의원선거 3월 22일 1차 투표결과는 의미 있는 시사성을 지닌다. UMP-UDI-모뎀이 연합한 우파진영이 득표율 28.75%로 1위를, 극우 FN당은 25.19%로 2위, 집권당 PS가 이끄는 좌파진영이 21.4%로 3위를 차지했다. 


3월 22일 저녁에 투표결과가 발표되자 아이러니하게도 1,2,3 순위 정당들 모두 결과에 흡족한 평가를 내리며 만족스러워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좌파선거운동의 참모역할을 자처했던 발스 총리는 3등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반-극우파 선거운동으로 FN당의 기세를 꺾었노라고 자화자찬하여 언론과 여론의 관심을 모았다.  




▶ 좌파의 분열, 연합한 우파




PS 좌파집권당이 UMP 우파야당 못지않게 1차 투표결과에 안도감을 표시했던 것은, 극우 FN당이 득표율 30%로 두 핵심정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여론조사의 예보를 뒤엎었기 때문이다. 2015년 3월 지방선거에서 PS 집권당의 패색이 짙어짐에 따라 극우 FN당은 프랑스 제1의 정당으로 입지를 굳히겠노라고 서슬이 더 퍼레졌던 터이다. 여기에 맞서 제1야당 UMP와 중도우파 정당들이 연합하여 80%에 이르는 선거구에서 단일후보를 내세우면서 득표율에서 1위를 차지할 수가 있었다.  


이번 3월 선거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바로 집권당 PS와 좌파진영의 분열현상이다. 좌파소수당 후보들이 집권당 PS를 견제하며 같은 선거구에서 경합을 벌이면서 결국 쌍방에서 미지근한 결과만을 초래했다. 




▶ 프랑스만의 독특한 정치판도, 극우파의 강세


 


정당별로 보자면 극우 FN당이 1위를 차지한 편이다. FN은 단독으로 5백14만 표를 얻어 득표율 25%를 차지했지만, 우파야당 UMP은 4백25만 표, 집권당 PS는 2백7십만 표로 득표율 13%를 차지했다. 


유럽의 다른 극우파정당에 비하여 프랑스 극우 FN당이 유난히 강세를 보이는 현상은 바로 프랑스만이 지니는 독특한 정치판도라고 정치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이제는 좌.우 투톱 시스템의 기존정치판도에서 벗어나 극우파와의 첨예한 삼각구도 체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삼각구도에서 극우 FN당은 정치판이 좌.우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냐를 판가름하는 주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좌파정권이 등을 돌린 지역에서 극우파의 강세현상 




좌파성향이 짙은 지역, 주민 3천명 미만 소도시나 시골지역, 실업률이 높거나 빈곤층이 많은 지역에서 극우파가 강세를 보이는 점도 간과되지 않는다. 이번 1차 선거에서 극우파가 강세를 보인 바르(Var), 보클뤼즈, 로렌, 프렌치콩트는 원래 극우파성향이 강한 곳으로 알려진 지방이다. 반면 좌파성향이 강했던 프랑스의 북쪽지방, 칼레, 피카르디, 두브 지방 등에서 극우 FN당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3월 22일 1차 투표에서 표심을 분석해보자면 노동자층 49%가 극우 FN당에, 15%가 좌파집권당 PS에 투표권을 행사했다. 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 자유업종사자, 기업체 간부임원 층에서는 13%가 FN당을, 28%가 PS당을 지지했다. 


한편 2014년 3월 지방선거(Municipales)에서 극우파가 승리를 거두면서 선출된 FN당 출신 시장(市長)들에 대한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들 극우파 시장들이 현지주민들로부터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세금을 대폭 절감하거나 거리를 꽃으로 장식하는 등 서민들의 환심을 사려고 땀을 흘리고 있다는 평가이다.




▶ ‘새로운 선거혁명’인가?




2015년 3월 도의원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2,054개 선거지구에 출전한 후보들이 남녀 2인조 커플(un binôme)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남녀평등제도에 입각하여 세계역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선거제도로 새로운 ‘선거혁명’으로도 간주된다. 선거결과를 막론하고 남녀의원수가 50대 50으로 동등한 비율을 차지한다. 


즉 의원좌석 1개에 남녀 2명이 나란히 공동으로 차지하는데, 결과적으로 의원숫자는 2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난 2013년 현 정권은 지역을 통합하여 선거지구의 숫자를 반으로 축소시켰다. 선거지역구를 통합시키는 과정에서 좌. 우파 진영이 서로 유리한 표밭을 차지하느라 상당한 잡음도 생겨났었다. 


물론 이 선거제도에 회의적인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지역살림을 이끌어나갈 일꾼을 선출하는데 여성, 남성이라는 성을 초월하여 먼저 능력을 갖춘 이들을 선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2015년 3월 선거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4,108명 도의원 전원을 선출하는 첫 선거라는 점이다. 이전에는 도의원의 반절만을 물갈이하는 식으로 매 3년마다 실시되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매 6년마다 시행될 예정이다. 따라서 3월 22일 1차 투표참여율이 예상을 뒤엎고 50.17%에 이르면서 약 44%를 기록했던 2011년보다 유권자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하지만 유권자 대부분이 도의원들의 역할은 물론이고 이름이나 얼굴조차도 모르고 있다한다. 3월 중순경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10%가량이 3월 22일 도의원선거가 실시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선거이며, 국민의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서라도 도의원선거를 폐지해야한다는 의견마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프랑스는 1790년 마차로 이동하여 하루반나절 남짓 소요거리로 도(道)행정구역을 설정했는데, 현재 해외령까지 포함하여 총 101개에 이른다. 2011년 도의원선거이후 좌파가 101개 중 61개의 도행정살림을 떠맡았다. 2015년 3월 29일 2차 투표결과에 따라 15개 내지 30개 정도가 우파로 넘어갈 전망이다. 


도의원들의 핵심임무는 중학교건설과 시설물관리, 사회취약계층의 사회보장혜택에 관한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일이다. 빈민층에 지불하는 최저생활보장금 RSA 수혜자선정, 지급액수와 기간 등을 결정하는 것도 도의원들의 임무이다. 이 분야에서 좌.우파 정책에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 이렇듯 정치이념과는 상관없이 지역살림을 이끌어갈 일꾼을 뽑는 선거를 두고 2017년 대선을 겨냥하여 정치인들과 언론이 지나치게 좌, 우파 정치색깔을 고조시켰다는 비판의 시각도 있다. 


 어쨌든 프랑스 정치판도에서 제3세력으로 군림하는 극우파의 기를 꺾기 위해서 우파와 좌파가 내부분열을 막고 각 진영끼리 연합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바로 이번 3월 22일 1차 투표결과가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현 정권의 차기 대선후보는 2017 대선 예선전에서 탈락되지 않으려면 일단 좌파내부의 분열된 조각부터 다시 끌어 모아야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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