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 오칼라 남쪽 비행 중 "바로 저기야!"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60여년전 만 해도 미국 북부인들은 플로리다를 생각할 때 고작 마이애미나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썼다는 키웨스트 정도를 떠올렸다. 특히 내륙에 자리잡은 올랜도 지역은 악어가 사는 늪지대와 싱크홀이 빚은 호수, 팜트리와 팔메토가 뒤덮은 평지가 차지하고 있었다.

올랜도 인구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20세기 중반까지는 목축과 오렌지 생산이 주요 산업이었던 한적한 농촌 지역에 불과했고, 동남부에 지어진 공군 기지에서 군-민간 제트기가 뜨고 내리는 소리가 그나마 소음거리를 제공했다. 1960년 인구 조사 통계에서 올랜도 인구는 8만6천880명, 그리고 올랜도를 포함한 오렌지카운티는 총 26만2천655명으로 집계됐다.

평화로운 평원에서 소들이 풀을 뜯으며 느릿느릿 오가던 올랜도에 개발폭풍이 갑자기 몰아닥친 것은 1960년대 부터.

우선 올랜도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코코비치에 케네디 우주기지가 세워지고 창공을 가르는 굉음이 잠자던 도시를 깨웠다.

뒤이어 올랜도 인근에 어느 누군가가 엄청난 부지를 사들이고 있다는 낌새가 지역내에 포착됐다. 이를 캐기 위한 매스컴들의 열기가 고조되어 가던 1963년 11월 21일. 미국의 시선을 일제히 올랜도로 향하게 하는 뉴스가 터져 나왔다. 디즈니월드 리조트가 이곳에 세워진다는 것.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의 일이다.

디즈니가 부지를 정한 올랜도 남쪽 오시올라 카운티 내 키시미에는 당시 1만2천여명의 주민이 오렌지 수확과 목초 산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미시시피, 볼티모어, 나이아가라, 세인트루이스 등도 후보지역

디즈니가 제2의 장소를 물색했던 과정은 상당히 흥미롭다.

1955년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 '꿈의 공원' 디즈니랜드를 연 디즈니는 애너하임이 지리적으로나 공간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알고 제2의 공원을 지을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월트 디즈니는 1959년에 이미 플로리다를 주목했고, 고문들 사이에서 오칼라가 후보지로 자주 거론됐다. 팜비치는 디즈니에게 지역 부지를 보여주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원 프로젝트는 여러가지 이유로 진척을 보지 못하다가 1963년에 들어 디즈니사는 미시시피 동쪽에 디즈니랜드와 같은 파크를 조성하는 데 뜻을 움직였다.

그러나 애너하임 공원의 한계에 질린 디즈니는 무한대의 꿈의 왕국을 건설할 수 있는 보다 넓은 장소를 원했다. 공원 길목에 모텔, 놀이 공원, 주유소, 편의점 들이 밀고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

디즈니 그룹은 세인트 루이스, 나이아가라 폴스, 볼티모어 등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장단점을 저울질해 나갔다. 디즈니는 한때 세인트 루이스에 마음이 끌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곳에 본사를 둔 앤호이저 부시 맥주사 사장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알콜을 판매하지 않는 공원은 경제적 파산을 맞을 것이라는 말을 던지는 바람에 디즈니는 조용히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다. 디즈니는 가족 위주 공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나이아가라 폴스의 경우 기나 긴 겨울이 문제가 됐다.

오칼라 남쪽을 날던 월트 디즈니 "바로 저기야!"

11월 17일 디즈니는 캘리포니아에서 중앙플로리다에 도착,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 5명과 함께 비행기에 동승하여 오칼라 지역을 순회했다. 디즈니 일행은 당시 지역내 주요 관광지였던 시트러스 타워도 구경하고 돌아갔다.

이들 그룹은 11월 22일에 플로리다를 재방문하고 이번에는 오칼라에서 약간 남방쪽까지 아울러 보기로 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11월의 중앙플로리다는 청명한 하늘 아래 푸른숲과 호수들이 짙푸름을 내뿜고 있었다. 오칼라 이북에서는 볼 수 없는 아열대 풍경이었다. 마침 지역에서는 I-4가 개통된 지 얼마 안되었고 플로리다 턴파이크 공사가 한참이었다.

디즈니 그룹은 2개의 도로가 장차 동서남북 사방을 이으며 북쪽 관광객들의 유입 통로가 될 것을 비행기에서 알아차렸다. 디즈니 공원 탄생에 관한 글을 쓴 리챠드 포글송은 '생쥐와 결혼한 사람(Married to the Mouse)'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디즈니는 중앙플로리다 상공을 선회하면서 아래를 살피던 중 "바로 저기야(That's it)" 라고 소리쳤다고 적었다.

그의 이 한마디는 오칼라와 올랜도의 운명을 바꾸는 말이었다. 올랜도는 이제 세계인이 다 아는 지명이 됐고, 지역에 있는 다른 공원들이나 대학, 프로 농구팀 등도 덩달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한편 월트 디즈니는 공원의 기초가 올랜도에 세워지기 바로 몇달 전인 1966년 12월 6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동생 대신 공원 건설을 지휘한 형 로이 디즈니도 1971년 디즈니 월드 개장을 눈 앞에 둔채 삶을 마감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세운 올랜도가 세계적인 테마공원 도시로 탈바꿈한 사실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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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유흥가인 다운타운 디즈니내 가로등에 부착된 '밀리언 드림을 이룬 해' 사인. ⓒ 코리아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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